맛을 건강하게 느끼려면 치아 건강이 중요하다[지정현의 치아 건강이 100세 건강]

기자 2023. 8. 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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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답은 ‘먹는 것’일지 모릅니다. 음식을 먹고 소화시키고 영양분을 흡수해야 생명이 유지되기 때문이죠. 필요한 만큼 먹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음식의 맛을 느낍니다. 이 맛을 느끼는 것이 우리 입의 아주 중요한 기능입니다. 우리는 입으로 먹고 마시고 말하고 그리고 맛을 느낍니다. 맛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의 쾌락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실은 생존을 위한 것입니다. 우리 몸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을 구분하고 위험한 것을 피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우리는 혀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그리고 감칠맛을 느낍니다. 제가 학창 시절에 배웠던 맛의 기본은 ‘단짠신쓴’이었는데, 그사이에 감칠맛이 추가됐습니다. 그리고 단맛은 혀의 앞부분에서 느끼고 신맛은 옆에서 느끼고 쓴맛은 뒷부분에서 느낀다고 배웠던 ‘맛의 지도’도 이제는 부인되고 있습니다. 19세기 과학자들이 아주 적은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해서 잘못된 결과를 도출했고 100년 동안 잘못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혀 전체에서 다섯 가지 맛을 골고루 느낀다고 합니다. 우리가 지금 맞다고 생각되는 지식이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지요. 새로운 것이 추가되기도 하고 부인되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금까지 밝혀진 지식을 토대로 미각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혀의 표면은 매끈하지 않습니다. 오돌토돌한 작은 돌기로 덮여 있습니다. 이런 돌기처럼 생긴 유두의 옆구리나 맨 위의 작은 웅덩이에 ‘미뢰’가 있습니다. 성인의 경우 보통 7500~1만 2000개의 미뢰를 갖고 있습니다. 미뢰 안에 맛세포가 있고 여기에 액체 상태의 어떤 맛 물질이 감지되면, 신경신호가 발생하게 되고 대뇌에서 그 정보를 인식하게 됩니다. 기본 맛이 다섯 가지인 이유는 이 다섯 가지 맛만이 혀에 있는 맛세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맛은 당분을 느끼는 감각입니다. 우리 몸의 주된 에너지원은 탄수화물인데, 고분자 탄수화물인 녹말은 몸에서 소화돼서 흡수되려면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우리 몸은 바로 쓸 수 있는 저분자 탄수화물인 당분을 찾게 되고 그래서 단 것을 찾게 됩니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고 그 세포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생명을 유지하려면 적정한 양의 나트륨이 필요합니다. 짠맛은 그 나트륨을 느끼는 맛입니다. 신맛은 음식이 상한 것을 감지하기 위해 발달한 미각입니다. 상한 음식에서 나오는 수소이온이 미각 세포의 맛 수용체를 자극하는 것입니다. 또한 식물이 익지 않은 자신의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서 내는 맛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갓난아기에게 신 것을 주면 아기들은 본능적으로 얼굴을 찌푸리게 됩니다. 그러다가 달콤새콤한 귤을 먹고, 새콤하지만 맛있는 요거트를 먹고 하면서 신맛을 학습하게 됩니다.

쓴맛은 음식물 안에 있는 마그네슘이나 칼슘 등의 유기물질을 느끼는 맛입니다. 식물은 동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서 독소를 만들어 냅니다. 동물들은 자기를 해치는 독을 피하기 위해 쓴맛을 피하기 때문에 식물들은 독이 아니더라도 쓴맛을 만들어 낸다고 합니다.

새로이 기본 맛에 추가된 감칠맛은? 예전에 조미료 선전에 쓰이던 바로 그 단어입니다. 감칠맛은 아미노산을 느끼는 맛입니다. 고기나 생선 또는 콩 등의 단백질은 위에서 한 번, 십이지장에서 한 번, 또 소장에서 한 번 등 모두 세 단계의 소화 과정을 거친 뒤 아미노산으로 쪼개져서 우리 몸에 흡수됩니다. 그 아미노산을 따로 섭취하는 것은 어려웠지만 음식을 조리하는 과정에서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는 방법이 밝혀졌습니다. 된장·간장·고추장 등 발효되는 음식에는 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단백질이 발효되면서 아미노산으로 분해되는 것입니다.

그럼 우리가 좋아하는 매운맛은 무엇일까요? 애들이 어릴 때 매운 것을 못 먹다가 사춘기가 되면 매운 것을 좋아하는 때가 있습니다. 애들과 매운 떡볶이를 같이 먹으면 저는 눈물을 흘리며 코를 풀고 물을 마시면서 요란스럽게 먹습니다. 먹으면서 다시는 이런 고통스러운 짓은 안 하겠다고 다짐도 합니다. 그렇습니다. 매운 것은 통증입니다. 적당히 매운 정도는 고기 비린내를 잡아주고 음식을 더 맛있게도 할 수 있지만, 그것도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아픈 고통일 수 있습니다. 매운 것은 음식이 닿는 점막이 자극돼 느끼는 통각입니다.

맛이란 본능적으로 느끼는 다섯 가지 미각과 후각과 매운맛 같은 통각까지 합쳐져서 학습되는 기억입니다. 씹을 때 치아뿌리의 치근막에서 느끼는 압력과 치아신경에서 느끼는 냉온감각도 맛이라는 기억에 영향을 줍니다. 입안의 모든 감각이 맛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맛을 건강하게 느끼려면 혀는 물론 치아까지 건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지정현은 누구?

지정현은 서울대학교 치과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치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의 외래교수로 재임하고 있으며,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죽전 스마트치과에서 원장으로 일하고 있다.

죽전 스마트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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