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가다 일본군에 잡히면 찬물 끼얹고 두들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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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 잡는 천으로 사람을 묶어다 두들기고 때렸제.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일본군 농경대로 끌려갔던 이경석(98) 할아버지는 광복절 제78주년을 맞은 15일 광주시청 1층에서 열린 일제강제노역 피해자 구술사진전을 보며 "일본군은 강제로 끌려온 같은 처지의 조선인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연병장에서 모진 고문과 협박을 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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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술사진전 참여해 질곡어린 세월 한풀이
"남은 인생 단 하나 소원은 일본의 사죄뿐"
[광주=뉴시스]이영주 기자 = "돼지 잡는 천으로 사람을 묶어다 두들기고 때렸제. 다시는 도망가지 못하게."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로 일본군 농경대로 끌려갔던 이경석(98) 할아버지는 광복절 제78주년을 맞은 15일 광주시청 1층에서 열린 일제강제노역 피해자 구술사진전을 보며 "일본군은 강제로 끌려온 같은 처지의 조선인들이 도망칠 수 없도록 연병장에서 모진 고문과 협박을 가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924년 7월 당시 전남 나주군 본량면(현 광주시 광산구 본량동)에서 태어난 이 할아버지는 22살이던 1945년 3월 일본군 내 노역을 위해 징용되면서 서울의 용산 23부대에 강제 입대하게 됐다. 약 한 달 정도 훈련을 받은 이 할아버지는 이후 일본 이바라키현의 농경부대에 배치돼 풀을 베거나 구황작물을 심는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이 과정에서 일본군은 강제로 데리고 온 조선인들이 탈출을 감행하자 붙잡은 뒤 본보기삼아 모진 고문과 협박을 가했다고 진술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3월 서울 용산의 날씨는 얼음장 같았고 일본군은 붙잡은 조선인들의 옷을 벗겨 찬물을 끼얹고 구타하는 방식으로 고문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이 할아버지처럼 강제로 징용된 조선인은 나주에서만 300여명에 달했다.
일본 이바라키현 농경부대에 배치된 이후에도 일본군의 인격 모독은 이어졌다. 조선인을 상대로 하대·겁박하며 허드렛일과 사적인 심부름을 시키는 나날은 1945년 8월 15일 일왕의 패망 선언까지 이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배를 구했지만 일본 경시청의 감시 탓에 고국으로 돌아오는 길마저 어려웠다며 서러움을 토해냈다.
이 할아버지는 "본량면에서 30여명이 징용됐지만 고국으로 돌아온 것은 나뿐이었다. 해방 넉 달 만인 그해 9월 30일에야 고향으로 돌아왔다"며 "굶주림이 잊혀지지 않는다. 힘겨운 날을 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열두살 나이에 여자 근로정신대 현장으로 끌려간 오연임(86) 할머니도 "월급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며 일했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오 할머니는 일본을 거쳐 중국 남만의 방적공장으로 끌려간 뒤 2년 넘는 기숙사 생활을 하며 고작 일본 간식이나 사먹을 정도의 급여를 받아왔다.
광복 후 수중에 남은 돈으로 검정 고무신을 사자 남은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모진 처우 속에서 일한 날들을 떠올렸다.
오 할머니는 "일본은 우리로부터 농사지은 수확물, 땅까지 모두 빼앗아갔다. 조선인들은 콩깻묵이나 먹고 살아야만 했다"며 "어려웠던 날들을 떠올렸다.
이 할아버지 등 광주·전남 일제강제노역 피해자 4명은 이날 광복절을 맞아 광주시청에서 열린 경축행사에 참여했다.
이 할아버지와 오 할머니를 비롯,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가 행사에 참여해 질곡어린 세월을 떠올리며 일본의 사죄와 배상을 촉구했다.
미쓰비시 강제노역 피해자들의 대법원 판결 이행 대신 국내 기업이 대신 이를 갚아주자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도 '받지 않는다'는 그간의 입장을 공고히 했다.
양 할머니는 "(제3자 변제안으로 마련된) 그런 돈 없어도 살 수 있다"며 "여생 단 하나의 소원은 일본으로부터 사죄를 받는 것 뿐"이라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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