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프로메테우스의 신화’ 오펜하이머… 원자폭탄의 무게에 짓눌린 천재의 영혼 [엄형준의 씬세계]
원자폭탄의 아버지이자 군축의 상징… 오펜하이머의 생애
평전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원작… 진실 바탕 둔 전기물
원작·배우의 힘… 인물관계와 클로즈업 연출로 긴장감 유지
영화적 해석 더한 논픽션에 가까운 픽션… 일부 사실 왜곡
아인슈타인과 대화 없던 일… 원폭투하의 배경 생략 아쉬워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은 영화 ‘오펜하이머’를 통해 위대한 현대 과학자 중 한 명이자 원자폭탄의 아버지인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21세기로 불러냈다.
이 영화가 이처럼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뭘까. 오펜하이머가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 새로우면서도 장엄한 연출 스타일을 선보여 온 놀런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과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강렬한 장면이 담긴 예고편의 효과인 듯하다.
영화는 1000페이지가 넘는 장대한 평전을 3시간으로 줄이는 미덕을 발휘했지만, 복잡다단한 오펜하이머의 인생을 다 담아내지는 못한다.
감독은 관객의 관심을 끌기에 적합한 대목인 원자폭탄 개발 과정과 그 후 그를 매장하기 위한 청문회, 그리고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야 하는 인간관계를 담는 데 집중한다.
깊은 무게감을 지닌 영화는 단번에 흐름을 모두 파악하거나 즐길 수 있는 오락영화는 아니다. 그리고 기억해야 할 점은 이 전기적인 영화가 긴 이야기를 축약하고 흥미를 더하며 일부 사실을 왜곡한 논픽션에 가까운 픽션이라는 사실이다.
일례로 영화에서 오펜하이머는 아인슈타인에게 어떤 조언을 구하는데 역사 속에서 그가 만난 인물은 아서 콤프턴이다. 오펜하이머는 아인슈타인과 인간적으론 가까웠지만, 학술적으로는 대립하는 사이였다.
가장 아쉬운 부분은 반핵 메시지를 담은 3시간 분량의 이 영화가, 미국 관객이 싫어하거나 죄책감을 느낄 수 있는, 오펜하이머를 이해하는 데도 빠질 수 없는, 원자폭탄의 일본 투하 결정 배경에 대한 짧지만 중요한 사실을 바꾸거나 생략했다는 점이다.
영화에선 일본이 항복할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원자폭탄을 투하해야 한다는 미국 전쟁지휘부 핵심 인사들과 오펜하이머의 회의 장면이 나오는데, 실제 회의에서 이 문제는 다뤄지지 않는다. 오펜하이머는 몰랐지만, 당시 미 당국은 일본이 항복을 예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 해리 트루먼 미 대통령은 일본이 미국이 아닌 소련에 항복 의사를 밝힐까 봐 초조했고, 미국은 전후 주도권 확보를 위해 핵 사용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오펜하이머가 정부에게 속았다고 믿게 되고, 핵무기의 오용을 우려하며 미국 우익과 각을 세우게 된 중요한 배경이다.
엄형준 선임기자 t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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