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광복절 경축사서 "北은 '위협', 일본은 '파트너'" 강조
"독립운동, 산업 발전, 민주화로 이어져"…미래지향 역사관 제시
대북 강경 발언…"北 남침할 경우 즉각적 응징"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었다"면서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 평화, 번영에 책임있게 기여해야 하는 역사적 숙명을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독립운동과 광복은 자유 민주주의를 확대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규정하고, 이 정신을 확장해 앞으로 이를 위협하는 북한 등 공산주의 세력과 맞서 자유민주주의 진영의 연대를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의 희생과 헌신을 기리는 한편, 독립운동 정신의 핵심은 '자유민주주의'에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의 독립운동은 주권을 회복한 이후에는 공산 세력과 맞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내는 것으로, 그리고 산업 발전과 경제성장, 민주화로 이어졌다"며 "이제는 독립운동의 정신이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와 인권을 위한 투쟁이었던 독립운동 정신이 자유 민주주의 국가들과의 긴밀한 연대를 강조해온 현 정부 외교 지향의 토대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아울러 정치권에서 광복절 기념일 때마다 반복된 '건국절' 논란과 관련해, 건국 시점을 두고 다투는 소모적 논쟁 대신 독립운동의 목표였던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미래 지향적인 역사 관점에서 바라보자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또 독립운동이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전체주의 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말했다. 북한이 아닌 대한민국에 독립운동의 정통성이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대북 강경 메시지를 냈다. 윤 대통령은 "반면 같은 기간,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고 추구한 대한민국과 공산전체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극명한 차이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북한이 남침을 하는 경우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과 응징이 뒤따르게 돼 있다"고도 했다.
1년 전 대북 협력 정책 구상인 '담대한 구상'을 밝히며 손을 내밀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 조치에 응할 경우 남북공동경제발전위원회를 가동하고, 대북 제재의 부분적 면제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곧바로 북한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명의의 담화를 통해 "검푸른 대양을 말려 뽕밭을 만들어 보겠다는 것만큼이나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라고 단칼에 거졀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은 현재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북 협력에 대해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해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함과 동시에, 북한 정권이 핵과 미사일이 아닌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와 북한 주민의 민생을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일본과 미국 등 자유 진영과의 긴밀한 협력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일본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오는 18일 미국 워싱턴 DC 인근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3국 공조의 구체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간에 긴밀한 정찰자산 협력과 북한 핵 미사일 정보의 실시간 공유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사흘 뒤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 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굳건한 한미동맹, 나아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의 연대와 협력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번영하고 발전하는 토대가 된다"면서 거듭 자유 민주주의 진영과의 협력을 역설했다.
다만 이날 경축사에서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공산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 왔다"면서 "우리는 결코 이러한 공산전체주의 세력, 그 맹종 세력, 추종 세력들에게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국민 통합'을 이끌어야 할 대통령이 특정 세력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 국민 분열을 조장한다는 비판이다. 또 과거 일본의 제국주의로부터 나라의 주권을 되찾은 날 일본과의 협력을 강조한 것을 두고도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이날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은 이화여자대학교 대강당에서 애국지사, 독립유공자와 유족, 주요 공직자 및 각계 대표, 주한외교단, 시민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unon8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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