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제작사가 NFT 커뮤니티 원한 이유
(지디넷코리아=김윤희 기자)영화는 개봉 초반 입소문이 성패를 가른다고들 한다. OTT의 범람, 영화표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관객이 영화 관람에 더욱 까다로워진 최근엔 더욱 중요한 흥행 변수가 됐다.
영화 제작사 입장에서 관객의 솔직한 평은 중요한 정보다. 영화를 자주 즐기고, 그만큼 영화에 대해 상세하게 평가할 수 있는 관객이라면 더 그렇다. 영화 팬 중심 커뮤니티에 사전 시사회 초대 등 이벤트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정보를 기대해서다. 그러나 이벤트 기회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불공정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고, 영화에 대한 여론 조작 의혹도 제기되는 병폐가 있었다. 결과적으로 이용자 지지를 받는 영화 커뮤니티도 마땅치 않아졌다.
영화 커뮤니티의 순기능은 영화 산업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MMZ'의 출발점이다. 영화 '기생충' 제작사인 바른손이앤에이는 직접 이 커뮤니티 구축에 나섰다. 그러면서도 기존 커뮤니티에서 발생한 문제들을 예방하고자 했다. 블록체인 기술인 대체불가토큰(NFT)을 접목한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람다256은 이런 니즈를 토대로 바른손이앤에이와 함께 영화 커뮤니티 MMZ를 개발했다. 영화에 대한 의견을 주고 받기에 최적화된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그와 동시에 충성 이용자 대상 멤버십 기능과 커뮤니티 프로젝트 참여 인증 수단을 NFT로 활용했다.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을 활용해 이용자 투표를 받아 의사결정을 하거나, 보상 배분을 할 때 운영진 조작 의혹 등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MMZ를 함께 기획한 김지연 람다256 CSO와 서희영 바른손이앤에이 신사업팀장을 만나 추진 배경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Q. MMZ는 어떻게 기획하게 됐나.
김지연 CSO : 람다256에 합류한 건 작년 3월이다. 이전엔 엔터테인먼트, IT서비스 회사에 오래 있었다. 람다256에서는 블록체인이란 기술을 활용한 신사업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바른손이앤에이와 논의하면서 NFT가 유일무이한 무언가를 인증해준다는 특성을 활용해 콘텐츠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게 됐다.
서희영 팀장 : 영화 제작, 기획을 담당하고 있다. 영화 제작이 위주인 회사인데 지금은 회사에서 투자하지 않은 영화에 대해서도 투자, 배급 사업을 하는 식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그러면서 영화 IP 사업 영역을 극장이나 IPTV 외로 늘릴 수 없을지 고민해왔다. NFT가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하면서 영화 IP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게 됐고, 이를 점차적으로 보급하는 방안으로 커뮤니티를 구축했다.
김 CSO : 특정 IP, 특정 이벤트에 한정되는 NFT가 아닌,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려고 많이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특정 IP 관련 상품으로 NFT를 구축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프로젝트로서 NFT를 접목했다.
Q. 영화 커뮤니티에 NFT를 활용하려는 이유는 뭔가.
서 팀장 : 작년에 기존 대형 영화 커뮤니티 운영진이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여론을 조작하는 일이 있었다. 이런 일이 밝혀지면서 영화를 좋아하는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그런데 영화업계로선 영화 팬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필요하다. 시사회 초대 이벤트 등을 통해 영화 팬들의 진솔한 평을 듣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관객도 마찬가지다. 이젠 적당히 시간에 맞춰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온라인 상에서 영화에 대한 정보를 취득하고 취향에 맞을 영화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영화평도 적극적으로 남긴다. 그런 영화평들이 또 영화에 대한 홍보 수단이 된다. 이런 참여를 최대한 이끌어내는 게 산업 차원에서도 필요한 일이다.
영화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가 필요한데, 영화사가 운영을 한다면 더욱 투명한 운영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비리 없는 의사결정 체제를 구축한다면 가능할 거라고 봤다.
Q. 특정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는 NFT들이 보통 NFT 기반 혜택을 전면에 내세우는 반면, MMZ는 영화 커뮤니티인데 부가 서비스로 멤버십 NFT'도' 운영하는 느낌이다.
서 팀장 : 영화 쪽에서도 NFT를 활용한 마케팅 사례들이 있었다. 직접 참여해보니 NFT 구매 과정에 불편함이 있었다. 카드 결제가 안 되고, 특정 앱에서 입금해야 하기도 했다. 이런 웹3 특유의 불편함이 없는 서비스를 구축하려 했다. NFT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진 이용자도 그런 점을 떠올리지 않고도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게.
김 CSO : 커뮤니티에서 '알파 멤버십'에 가입하면 멤버십 인증 수단으로 캐릭터를 지급받는데 이게 NFT다. 지갑을 사이트에 내장해 이용자가 따로 지갑 계좌를 생성하지 않더라도 이런 과정을 거칠 수 있게 했다. 멤버십 가입자는 기본적으로 웰컴키트를 받고, MMZ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참여 비용을 할인받는다. 가입자들이 대면 만남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도 기획하려 한다.
서 팀장 : 멤버십에 가입할 때 좋아하는 영화 장르를 선택하게 되는데, 이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이벤트도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지 않을까 싶다.
Q. MMZ에서 현재 폐간된 영화 잡지 '키노' 특별호를 만드는 프로젝트, 영화 소모임 '모비톡'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어떻게 추진됐나.
서 팀장 : 봉준호 감독, 박찬욱 감독 등이 필진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잡지다.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로 평가되는 1990~2000년대에 발간됐고 류승완 감독, 홍상수 감독, 박찬욱 감독이 소개되는 등 영화계에 영향을 많이 끼쳤다. 이번 프로젝트는 폐간된 지 20년만에 추진되는 거다. 코로나19 이후로 영화계가 매우 힘든 상황인데, 영화 팬들이 영화 르네상스를 다시 만들어보자는 의미가 있다. MMZ 이용자가 프로젝트 참여를 신청하면 키노가 발간되지 않았던 지난 20년간 베스트 영화를 고르고, 감독이나 작품에 대한 평을 남길 수 있는데 편집진이 이용자 콘텐츠들을 책에 실을 예정이다.
김 CSO : 모비톡 첫 회는 독립영화로 시작한 배우들의 처음은 어땠는지 이야기하는 자리로 준비됐다. 독립영화 홍보 마케팅과 독립영화 배우 매니지먼트를 맡아온 진명현 대표가 배우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Q. 다음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을 준비하고 있나.
서 팀장 : 영화 '살인의 추억' 4K 블루레이 판을 제작하려 한다. 블루레이에 들어갈 부가 영상으로 감독 인터뷰도 진행할 예정이다. 인터뷰에서 할 질문을 프로젝트로 모집할 계획이다. 단순히 제작사에서 만든 굿즈를 영화 관객이 구입하는 게 아니라, 굿즈 제작에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프로젝트로 의미가 있다. 이달 중순쯤 프로젝트를 개시할 계획이다.
김 CSO : 영화계에서 제일 큰 파티는 영화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영화제는 기관 중심으로 진행이 된다.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 관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영화제를 개최하고 싶다. MMZ에서 올해의 영화를 뽑고, 같이 감상하기도 하고.
Q. MMZ 운영 현황은?
김 CSO : 지난 6월 베타 서비스를 개시하고, 프로젝트 등록은 이달부터 했다. 이 달부터 홍보, 마케팅 활동을 하는 중이다. 꾸준히 이용량이 늘고 있다. 소셜 서비스 형태를 띄고 있는데, 커뮤니티 취지에 맞는 이용이 없고 'ㅋㅋㅋ' 같은 댓글만 달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이용자들이 영화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고 있다.
서 팀장 : 프로젝트에 관심 갖고 방문한 이용자들이 글을 많이 남기더라. 프로젝트에 관심이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 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인 것 같다.
Q. MMZ가 흥행하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도 있나.
김 CSO : 단편영화 제작을 추진한다거나, NFT에 활용된 캐릭터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캐릭터별로 하나의 영화 장르를 상징하다 보니 저마다 속성이 있다.
서 팀장 : 영화를 제작하다 보면 중간에 관객 의견이 어떤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시나리오 단계나 촬영 도중에 의견을 받을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영화 팬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이런 시도도 가능할 것 같다.
김윤희 기자(ky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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