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조원↑’ 주택담보대출에 힘주는 인터넷은행
출범 취지 ‘중·저신용자 대출’ 축소 우려
인터넷전문은행이 최근 주택담보대출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인터넷은행은 성장을 위해 주택담보대출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출범 취지였던 중·저신용자 대출이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5조원 이상 증가했다.
은행별로 보면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전·월세 포함)은 지난해 말 13조2960억원에서 올해 2분기 말 17조3220억원으로 4조260억원(30.3%) 불었다. 케이뱅크의 2분기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조4070억원(61.4%) 증가했다.
이들 은행은 주택담보대출 판매를 위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고, 시중은행보다 더 낮은 금리를 제시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4월부터 주택담보대출 대상을 기존 아파트에서 연립·다세대로 확대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월 대환(갈아타기) 고객에게 최대 0.6%포인트 금리를 감면했고, 3월 전·월세 보증금 대출 특판, 4월 주택담보대출 특판을 했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10월부터 ‘아파트담보대출’ 상품의 금리를 6차례 인하하는 등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고객을 유인했다. 토스뱅크는 하반기에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이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는 이유는 신용대출만으로는 시중은행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용대출보다 큰돈을 빌려주는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해야 여신 성장에 속도가 붙고, 이자 이익을 안정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48% 증가한 183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달성했다.
은행으로선 건전성 관리를 위해서도 담보가 있는 대출이 신용대출보다 낫다. 인터넷은행은 중·저신용 대출 비중이 높은 편이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등 고금리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난 1분기 말 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 3사의 연체율은 평균 0.80%로, 1년 전(0.31%)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인터넷은행 연체율은 은행권 평균 연체율(5월 말 기준 0.40%)보다도 높다.
그러나 인터넷은행의 최근 영업 행태가 애초 출범 취지였던 중·저신용자 포용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7년 4월 카카오뱅크에 은행업 인가를 내주면서 이 은행의 핵심 서비스가 ‘중금리 개인 신용대출’ ‘간편 심사 소액대출’ 등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터넷은행의 지난 2분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카카오뱅크 27.7%, 케이뱅크 24.0%, 토스뱅크 42.06%(1분기) 등이다. 이들 은행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말 목표치(30%·32%·44%)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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