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보성 한돈농가…"꽃나무 등 조경까지 신경 썼다"
전남 보성에서 돼지를 키우던 농장주가 지난달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축사에서 나는 분뇨 냄새로 이웃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았고, 농장주는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대한한돈협회는 공식 추모위원회를 꾸리고, 16일 환경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기 위해 전남CBS는 평소 고인과 알고 지냈다는 대한한돈협회 박용완 화순지부장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인터뷰는 8월 14일 전남CBS 시사의창에서 진행됐으며, 방송 후 보내주신 답변서를 전문으로 싣습니다.
◆ 보성 농장주와는 평소 알고 지낸 사이였다고.
- 고인과는 대학 졸업 후 1990년도에 기업 농장에 입사해 그때부터 인연을 맺어왔다.
◆ 돼지 키우신지는 얼마나 됐었나요.
- 고등학교 졸업 후 기업 농장에 입사해 19년 정도 근무하고, 1999년도 고향 보성에 모돈 200두 농장을 신축했다. 총 농장 경력은 43년 정도 된다. 25년 전 2000두 규모로 시작했는데 사육 성적이 좋아 비육사 1동을 증축하고 현재 2500두 사육두수를 키우고 있었다.
◆ 고인은 생전에 모범 농장주로 알려진 분이었다는데.
- 돼지를 잘 키우기도 하지만, 농장 미관을 좋게 하기 위해 각종 꽃나무와 냄새를 줄이는 편백나무 등 조경에도 신경 쓰면서 깨끗한 축산 농장 인증을 받고, 전남도 동물복지형 녹색축산 지정을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올해 6월 복지기동대장으로 활동하면서 주거 환경 개선 봉사를 했고, 매년 명절에는 지역사회의 소외 계층에 나눔 봉사를 실천해오고 있었다.
◆ 그런데 최근에 민원이 잦았다고.
- 극단적 선택을 하기 한 2주 전부터 최근 귀촌한 분들이 냄새로 민원을 수차례 제기했고, 환경과에서는 업무상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수차례 농장을 방문했다. 심한 정신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것 같다.
◆ 이런 일이 지속된 지 얼마나 됐나요.
- 고향에서 25년간 농장을 운영하면서 작년까지 단 몇 차례밖에 없었는데 최근에 민원이 집중된 것으로 안다.
◆ 농장주 분이 많이 힘들어 하셨다고요.
- 사실 농장을 운영하면 1년 365일 사료값 인상으로 자금 문제, 분뇨처리 문제, 직원 인력 문제, 질병으로 인한 방역 문제 등 힘든 일이 많다.
그러나 지속적인 농장을 운영하기 위해서 꾸준히 냄새 발생을 줄이는 투자와 노력을 해야 하고, 인근 주민과 지역사회에도 나눔과 봉사를 해야 한다 생각한다.
고인께서는 나름 냄새를 줄이기 위해 검증된 2~3개 생균제를 사용하고 있었고 계속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이러한 본인의 노력을 이해하고 인정받지 못해 힘들어했던 것 같다.
◆ 축사시설을 많이 개선했다 해도 여전히 냄새가 있었나 보네요.
- 냄새를 줄이기 위해서 계속 생균제 사용과 투자를 하고 있지만, 계절적으로 여름철 특히 비 오기 전 저기압일 때 냄새가 지상에 깔려 평소보다 많이 느껴진다. 더군다나 외지에서 살다가 귀촌한 분이라면 더욱 크게 느껴질 수도 있다.
◆ 같이 돼지 키우는 입장에서 이번 일 어떻게 보셨나요.
-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물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중요하다. 하지만 생존의 문제보다 더 중요할까. 외국에서는 이러한 환경 민원이 발생하면 민원인과 농장주를 서로 소통하게 해 원만하게 해결하도록 도움을 준다고 한다. 우리 행정도 서로를 똑같이 존중해주면 좋겠고, 다시는 불행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겠다.
◆ 대개 이러한 이웃 간 민원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시나요.
- 냄새를 줄이는 투자와 노력에 대해 설명드린다.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평소 인근 주민과의 유대와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 협회 차원에서도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고요.
- 가장 먼저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신 고인의 명복을 빌고, 고인의 죽음이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한돈인에 처한 상황이라 인식하고, 다시는 이러한 악성민원으로 축산농가가 억울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한돈농가 인권 보장이 필요하다. 농가에만 냄새 문제의 책임을 묻지 않고 다같이 노력하자고 전할 예정이다.
◆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 있으세요.
- 예로부터 돼지는 가정 경제의 버팀목이고 우리 국민의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이며, 퇴비는 땅을 기름지게 해 많은 곡식을 거둬들이는 대표적인 가축이다.
요즘 사회 구조가 바뀌어 농업이 소외되고 있지만, 식량이 없으면 인류는 살 수 없다. 생활 환경에 가끔 불편을 드린 점 죄송하다. 축산농가도 냄새를 줄이는 노력과 나눔과 봉사로 이웃사회와 공존하며 함께 살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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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소민정 프로듀서 cbssop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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