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이야기]<3> 에티오피아의 커피 세레머니-분나 마프라트

2023. 8. 1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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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를 여행하다 보면 한번은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머니인 분나 마프라트(부나두가)를 경험해 볼 것이다.

에티오피아 관광 중 보게 되는 세레머니와 생활 속 세레머니는 다르다. 오늘날 현대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와이파이가 안 되는 곳이 에티오피아의 야생이다. 이런 곳에서 세레머니를 마주하게 된다면 아주 흥미로울 것이다. 형식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나 마프라트' 방식도 있지만 우리는 여행 중 길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경우가 더 많다.

◇김태호 커피 매거진 '드립' 편집장

골목길 옆에서 쭈그리고 앉아 현지인과 뜻 모를 미소를 지어보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일 것이다. 에티오피아 여행을 해본 사람이라면 흔히 접할 수가 있고 거리마다 볼 수 있는 광경이다. 가격도 아주 저렴해 3잔을 마시기에도 부담이 없다. 물론 대단한 서비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리의 커피는 커피 세레머니와는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 거리의 커피는 전통적으로 이어 내려오던 그들의 생활 방식이 접목된 것이다. 그야말로 생활 속 커피이고 실질적으로 에티오피아 현지인들이 수시로 이용하는 커피다.

제베나는 일반적으로 점토로 만들어지며 목과 주둥이, 목과 받침대를 연결하는 손잡이가 있다. 에티오피아서 사용되는 제베나에는 일반적으로 주둥이가 있지만 에리트레아에서 사용되는 제베나에는 주둥이가 없다.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머니에 사용되는 제베나. [사진=김태호 커피 매거진 '드립' 편집장]

제베나는 목, 주둥이 및 손잡이가 있으며 일부 지역에는 밀짚 뚜껑과 커피를 따를 수 있는 추가 주둥이가 있는 등 다양한 모양의 변형된 형태의 제베나도 있다. 일반적으로 커피는 제베나의 목 부분에서 끓어오른 뒤 다른 용기에 부어서 식힌다. 그런 다음 액체에 거품이 생길 때까지 제베나에 다시 붓기를 반복한다. 제베나의 커피를 따르기 위해 제베나의 스파우트에 말 털이나 기타 재료로 만든 필터를 넣어 가루가 새어나가는 것을 방지한다.

에티오피아에서는 시니(sini) 또는 핀잘(finjal)이라고 하는 작은 도자기 컵 위에 제베나에서 부은 커피를 담는다. 에리트레아 제베나에는 상단에 하나의 주둥이만 있으며, 물을 채우고 갈거나 커피를 붓는 데 사용하기도 한다. 커피농장의 해발고도가 평균 2천m이고 고지대에선 물이 끓는 점은 95도이다. 그러나 제베나의 '긴 목'은 기압 차이를 완화한다. 제베나는 에티오피아 주요 가정의 기본 용품으로 간주되며 과거에는 그 장식과 디자인이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데도 사용됐다.

분나 마프라트에 사용되는 Ittan의 독특한 향은 에티오피아 정교회 내에서 의식을 행할 때에도 사용된다. 연기의 향기는 참석자들에게 의식의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행사의 거룩함을 나타낸다. 또 연기의 사용은 신의 은총을 인정하며 하늘에서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비를 내리는 은총을 바라는 희망을 의미한다.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머니에 사용되는 Ittan. Ittan은 에티오피아 정교회 내에서 의식을 행할 때에도 사용된다. [사진=김태호 커피 매거진 '드립' 편집장]
에티오피아 분나 마프라트 중 독특한 향을 가진 Ittan을 태우고 있다. [사진=김태호 커피 매거진 '드립' 편집장]

에티오피아 커피 세레머니 '분나 마프라트'에는 과거 3잔에 각각의 의미를 부여했다. 첫 번째는 너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뜻의 '아볼-우애의 잔', 두 번째는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뜻의 '후에레타냐-평화의 잔', 세 번째는 서로가 조화와 평화를 맺는다는 의미인 '베레카-축복의 잔' 으로 의미가 부여됐다.

에티오피아인들에게 커피는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니고 있다.

첫째, 에티오피아 사람들은 커피를 아침, 오후 휴식, 저녁에 각각 준비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진다. 주로 음식이 나오기 전·후로 주요 식사와 함께 제공된다.

둘째, 손님 또는 지위가 높은 사람을 존경하는 환대의 의미다. 지역 사회의 새로운 소식을 듣고, 가족 모임 또는 존경받는 장로의 도움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도 한다. 또 커피 세레머니는 가족을 단합시키고 가정을 정화하는 데도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김태호 커피 매거진 '드립' 편집장은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 산간 오지를 탐험하며 커피와 관련된 스토리를 기록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여년간 아프리카의 혹독한 커피의 역사를 탐구해왔다. 이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2018년 커피 매거진 '드립'을 창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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