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마스 목소리로 ‘하이프 보이’···‘AI 노래’ 저작권료 어떻게?
시중의 프로그램 이용하면 ‘AI 커버곡’ 누구나 뚝딱
휘성 <안되나요> ‘박효신 목소리’로 따라한 곡 등장
국내 AI 편곡 서비스 출시 지니뮤직 “정산체계 구축” 안되나요>
“너 없이는 매일 매일이~ 예~ 재~미없어 어~쩌지···.”
마치 재미교포 남성이 따라부른 듯한 인기 K팝 걸그룹 뉴진스의 <하이프 보이> 커버곡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 현재 조회수 201만회를 넘은 이 노래는 세계적인 미국의 팝스타 브루노 마스가 뉴진스 곡을 부른 모양새를 띄고 있다.
그러나 사실 브루노 마스는 한국어가 들어간 이 노래를 직접 부른 적이 없다. 바로 인공지능(AI)의 작품이다. 생성형 AI에게 브루노 마스가 그간 부른 노래를 반복해 학습시킨 뒤 뉴진스의 대표곡을 가창하게 한 것이다.
영상에는 “교포스러운 한국 발음 그 디테일이 소름” “브루노 마스가 한국어를 몇 년 공부하고 부르면 진짜 이 느낌일 것 같다”는 등의 놀라는 댓글들이 달렸다. 하지만 해당 커버곡은 브루노 마스로부터 정식으로 승인을 받은 적이 없다. 이에 향후 저작권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처럼 유명 가수들의 목소리를 몰래 빌린 ‘AI 커버곡’이 우후죽순처럼 나오고 있다. 개중에는 가수 휘성의 히트곡 <안되나요>를 가수 박효신 목소리로 따라한 노래도 있다. 이 곡을 들어보면 박효신이 직접 부른 것 같은 느낌을 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업계에서는 이런 ‘딥페이크 트랙’의 등장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수익을 나누려는 논의가 시작됐다. 처음에 AI 커버곡의 등장을 비난하던 가수나 음반사들이 이를 무조건 불법으로 터부시하기보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서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생성형 AI를 활용해 합법적인 딥페이크 트랙을 만들 수 있도록 유니버설뮤직과 협상 중이다. AI가 현존하는 가수의 보컬과 멜로디로 음악을 만들면 저작권 소유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불과 넉 달 전 AI가 자사 플랫폼에 접근하는 것을 막도록 요청했던 유니버설뮤직의 태도가 180도 바뀐 셈이다.
요즘 음악시장 전반에 달라진 기류가 느껴진다. 워너뮤직의 최고경영자(CEO)인 로버트 킨클은 AI를 활용해 만든 노래의 등장을 유튜브 등장 초기와 비교하며 옹호했다. 당시 이용자들은 자신의 영상에 인기곡을 배경음악으로 넣어 음원 업계와 저작권 분쟁을 벌였다. 그러나 수년간의 협상 끝에 지금은 해마다 20억 달러(약 2조6640억원)의 수익을 창출하는 효자로 자리매김했다.
글로벌 시장분석업체 마켓닷어스에 따르면 생성형 AI 음악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억2900만 달러(약 3050억원)에 불과했지만 10년 뒤인 2032년 26억6000만 달러(약 3조5431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큰 폭의 성장세는 기술 진화로 AI 커버곡 만들기가 한층 쉬워진 영향도 크다. 시중에 공개된 생성형 AI를 이용해 특정 가수의 목소리를 학습시킨 뒤 음성합성 프로그램을 활용해 듣고 싶은 노래의 반주 위에 얹으면 순식간에 리메이크곡이 탄생한다. 일부 가사를 바꿔서 특정한 사람을 위한 노래로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목소리 주인인 가수들의 의견은 아직 분분하다. 캐나다 가수 드레이크는 AI가 생성한 음악을 두고 “인내심의 한계”라며 불만을 피력했다. 영국의 가수 스팅 역시 사람과 AI의 ‘싸움’이라고 비유했다. 반면 일렉트로닉을 주장르로 하는 그라임스는 저작권료를 받는 조건으로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로 노래를 만들 수 있게 허용했다.
국내에서는 AI의 도움을 받아 이용자가 손쉽게 편곡할 수 있게 돕는 서비스가 출시된 가운데 원작자와 수익 배분을 위한 정산 시스템 구축 논의가 한창이다.
지니뮤직은 지난 6월28일 서울 강남 사옥에서 AI 기술로 구현한 악보 기반 편곡 서비스 ‘지니리라’ 베타버전 론칭 행사를 열었다. 지니리라는 MP3를 업로드하기만 하면 AI가 즉석에서 디지털 악보를 그려 주고, 이용자가 그 악보를 편집해 편곡을 할 수 있게 도와준다.
지니뮤직 관계자는 “연내 서비스 고도화를 통해 이용자들이 편곡한 음원을 출시까지 할 수 있게 함은 물론 수익 창출 시 원작자에게도 수익이 배분될 수 있도록 2차 생산 저작물에 대한 투명한 정산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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