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 터지는 로큰롤, 인종차별 비판까지…뮤지컬 ‘멤피스’ 한국 초연
2009년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서 초연
1950년대 로큰롤에 꼼꼼한 연기 일품
미국 남부 테네시주의 도시 멤피스는 ‘로큰롤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가 활동한 곳이다. 1950년대 멤피스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 미국 남부는 강제적인 인종 분리 정책인 ‘짐 크로우 법’이 지배했다. 흑인과 백인은 다른 공간에서 살고 다른 문화를 향유했다. 백인 중심 사회에서 로큰롤은 천박한 흑인 음악으로 치부됐다. 듀이 필립스는 백인이면서도 자신이 진행하는 멤피스 지역 라디오를 통해 로큰롤을 널리 유행시킨 전설적 DJ다. 1954년 프레슬리의 데뷔 음반 수록곡 ‘댓츠 올 라이트 마마’를 처음 내보낸 사건은 유명하다.
뮤지컬 <멤피스>는 듀이 필립스의 일화를 재창작한 작품이다. 고교를 중퇴한 백인 청년 휴이 칼훈은 어느 날 멤피스 빌 스트리트의 흑인 전용 클럽으로 천연스레 걸어 들어온다. 클럽 주인의 여동생인 흑인 가수 펠리샤 파렐이 부른 노래를 듣고 반했기 때문이다. 휴이는 펠리샤를 방송에 출연시켜 주겠다고 호언장담한다. 한 방송국 DJ가 잠시 자리를 비운 틈에 DJ박스를 기습 점거해 로큰롤을 송출한 칼훈은 큰 인기를 얻는다. 휴이와 펠리샤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진다.
<멤피스>는 음악인들의 이야기인 만큼 음악과 노래로 승부를 봐야 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유명 록밴드 본 조비의 키보디스트 데이비드 브라이언이 1950년대 로큰롤을 오마주해 작곡한 음악이 빛난다. 로큰롤, 가스펠, 리듬앤드블루스(R&B)의 멜로디가 시원하게 ‘빵빵’ 터지며 귀를 즐겁게 한다. 기자가 관람한 지난 2일 공연에서 휴이 역에 박강현이, 펠리샤 역에 손승연이 출연했다. 박강현은 몰입감 높고 표현력이 꼼꼼한 연기가, 손승연은 <보이스 코리아>에서 우승한 가수 출신답게 압도적인 성량과 힘찬 고음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클럽 바텐더 게이터를 연기하는 조성린도 짧은 장면에 객석 구석구석까지 쭉쭉 뻗어나가는 노래 실력을 선보여 놀라게 했다.
경쾌한 템포로 달려가는 사랑 이야기에 인종차별 문제를 가볍지 않게 담았다. 인종차별을 몇가지 장면들로 단순히 보여주는 선에서 끝내지 않고 중심적인 갈등 서사로 차곡차곡 쌓아가는 점이 탁월하다. 고향 멤피스를 사랑하는 휴이는 자신이 인종적 편견에서 자유롭고 펠리샤도 여기서 얼마든지 자유롭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휴이와 펠리샤가 보는 멤피스는 어쩔 수 없이 큰 차이가 있다. 이 차이가 두 주인공의 운명을 가르고 쌉쌀한 감동을 품은 결말로 이어진다.
<멤피스>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2009년 초연했다. 2010년 미국 연극·뮤지컬계 최고 권위의 토니상 시상식에서 ‘최고 작품상’을 비롯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한국 공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휴이 역에 박강현·고은성·이창섭이, 펠리샤 역에 손승연·정선아·유리아가 출연한다. 미국 공연은 흑인 역할 배우들이 얼굴을 검게 칠했지만 한국 공연은 배우들이 흑인 분장을 하지 않았다. 주요 배역의 캐릭터가 뚜렷해 문제없이 인종을 구분할 수 있었다.
서울 중구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10월22일까지 공연한다. 공연 시간은 휴식 20분을 포함해 160분. 14세 이상 관람가. VIP석 16만원, R석 13만원, S석 10만원, A석 7만원.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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