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여, 함께 축하하세” 학생 독립운동가 94명의 ‘가장 늦은 졸업식’
학생단체 ‘건아단’ 조직해 퇴학당한 김찬도 선생 등
부당 징계받은 학생 독립운동가들 홀로그램 복원
“동지여, 보고 있는가. 우리 대한민국이 독립을 했다. 퇴학을 당해 직장을 구하지 못한 어려움도 있었고, 학창시절에 대한 아쉬움도 남아 있을 터이지만 오늘 이 자리에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그런 괴로움과 마음 따위야 다 무용합니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위로하듯 이러한 졸업식을 열어준 뜻에 진실로 감사합니다. 동지들이여, 우리를 위해 마련된 이 졸업을 함께 축하하세.”
지난달 15일 충남 천안 독립기념관에서 홀로그램으로 복원된 독립운동가 김찬도 선생(1907~1994)이 단상 위에서 졸업사를 낭독했다. 빙그레가 부당한 징계를 받아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학생 독립운동가를 위해 마련한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이었다.
이날의 감동을 담은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1일 빙그레 공식 유튜브 채널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짐’에 올라온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영상은 광복절인 15일 오후 8시 기준 조회수 213만회를 기록 중이다. 광복절 당일 졸업사 풀버전 영상도 공개됐다.
빙그레는 국가보훈부 공훈전자사료관 내 퇴학 기록과 복원 가능한 사진이 남아있는 학생 독립운동가 중 후손들의 동의를 받아 94명을 선정했다. 졸업식에는 150여명의 독립운동가 후손들과 빙그레, 국가보훈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졸업사를 낭독한 김찬도 선생은 수원지역의 학생운동 단체인 ‘건아단(健兒團)’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0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서훈받았다.
공훈전자사료관에 올라온 공훈록을 보면 김 선생은 수원고등농림학교 재학 중이던 1926년 여름 같은 학교 학생 10여명과 함께 건아단을 조직했다. 이들은 농촌사회 개발이 곧 독립운동의 기초가 된다고 보고 농민을 계몽·지도하는 데 힘을 쏟았다. 1928년 일본 경찰에 붙잡혀 퇴학당했다. 18개월 동안 고문을 당하다 1930년 3월 치안유지법 위반 및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3년형을 선고받았다.
빙그레는 졸업식 참석자들에게 가상의 명예 졸업장과 졸업앨범을 제작해 전달했다. 졸업앨범에는 AI 작업을 통해 졸업 당시의 모습을 복원한 사진을 실었다. 빙그레는 독립운동가들의 활동내용을 기록한 기념 졸업앨범을 오는 11월3일 학생독립기념일에 배포할 예정이다.
영상에 등장한 김 선생의 딸 김은경씨는 ‘많이 늦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라는 인사에 “늦긴 뭐가 늦어요. 잊지 않고 지금이라도 기억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20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 캠페인 영상을 시작으로 독립운동정신을 계승하는 캠페인 영상을 매년 제작하고 있다. 또 공익재단을 통해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2018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68)의 배우자 김미씨는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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