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에 정유·조선·기계株 주목도↑
사우디 추가 감산 가능
최근 미국 휘발유 재고가 예상치보다 부족하다는 소식도 국제유가 상승에 불을 지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의 8월 첫째 주 휘발유 재고는 컨센서스보다 30만 배럴 적은 266만1000배럴로 나타났다. 현재 미국 전략비축유도 바닥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제유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전략비축유 1억8000만 배럴을 시장에 방출했다. 그 결과 미국 전략비축유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최저치인 3억7200만 배럴 수준까지 감소한 상태다. 미국 에너지부는 전략비축유가 감소하자 600만 배럴 재매입 계획을 세웠지만, 국제유가가 오르자 철회했다.8월 3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해군기지를 해상 드론으로 타격한 것도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세계 원유 공급량의 약 2%가 수출되는 노보로시스크 항구가 공습받으면서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고유가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EIA는 올해 국제유가 전망치를 브렌트유 기준으로 배럴당 79달러에서 82.62달러로 상향 조정했으며, 공급 부족은 올해 말까지 지속되다가 내년 1분기 이후 해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소시에테제네랄은 내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약 13만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예측했고, 스탠다드차타드는 98달러(약 12만9000원)로 전망했다.
최진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 기조가 강화되면서 수요가 조금만 증가해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내년 상반기까지 국제유가는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인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 확대와 공급망 재편으로 '자원 무기화 전략'이 지속됨에 따라 사우디와 러시아뿐 아니라,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도 감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며 "무엇보다 중국의 부양 강도에 따라 유가 상승 압력이 더 거세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가 흐름대로 움직이는 정유·기계·조선株
국제유가 상승세가 연말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에 따라 어떤 종목이 수혜를 받을지도 관심사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가 연중 최고치에 이르면서 미국 증시에서 그동안 강세를 유지하던 고성장 업종의 상승세가 멈추고 에너지 업종을 포함한 고유가 수혜주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정유 같은 에너지 종목과 유가 상승으로 설비 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기계·조선 종목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각 업종과 유가 상승의 상관성을 살펴봤더니 정유·기계·조선 업종이 유가와 가장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김 연구원의 분석대로 국내 정유주들은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하락 흐름을 보이다가 7월 중순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 S-Oil은 종가 기준 7월 7일 52주 신저가 6만2200원을 기록한 이후 27% 넘게 올랐으며, SK이노베이션은 약 16%, GS는 약 10%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Copyright © 주간동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