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너는 어떤 감독이니"…정우성, 연출자의 고민 (보호자)
[Dispatch=정태윤기자] '너는 어떤 감독이니?'
영화를 찍는 내내 스스로 자문했다. 누군가를 흉내 내기도, 혹은 따라가기도 싫었다. 오로지, '감독 정우성'을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었다.
촬영을 위해 으레 모으는 래퍼런스도, 영화 '보호자' 현장엔 없었다. 오직 인물의 감정선을 따라 고민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답이 찾아졌다.
"래퍼런스대로 구현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클리쉐적인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저만의 색깔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하 정우성)
모든 답은 대본에서 찾았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정우성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캐스팅부터 음악, 소품을 고르는 것까지.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렇게, 30년 차 배우 정우성의 첫 연출작이 탄생했다. 감독 정우성은 어땠을까.
◆ "뻔하지만, 선택한 이유는…."
정우성은 그동안 연출에 많은 관심을 보여왔다. 실제로, 단편영화 '킬러 앞에 노인'(2014년)과 '세가지 색-삼생'(2014년)으로 감독에 도전했었다.
영화 '보호자'로 첫 장편 영화를 맡게 됐다. 사실, 처음부터 감독을 제안받은 건 아니다. 지난 2019년 영화 '증인'을 끝내고 주인공 '수혁' 역을 제안받았다.
액션 연기를 보여주고 싶어 '보호자'를 선택했다. 그런데 감독이 (개인 사정으로) 하차하게 된 것. 정우성은 제작사의 제안으로 연출까지 맡게 됐다.
"사람이 없으니 '내가 해볼까?' 해서 하게 됐어요. 크게 고민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나리오 자체는 뻔한 이야기예요. 뻔하지 않게 풀어보고 싶다는 도전 의식으로 선택했죠."
'보호자'는 전형적인 누아르다. 평범하게 살기 위해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 딸을 지키기 위해 반대 세력들에 맞선다.
"한국 영화가 상업성을 이유로 래퍼런스를 붙여놓은 듯한 작품들만 내놓는 것에 대한 고민도 있었습니다. 많이 다뤄진 소재를 다른 방식으로 풀어나가자. 그것이 가장 큰 목표였습니다."
◆ "주인공이 왜 안 때리냐고요?"
정우성이 가장 공을 들인 건 액션이다. 맨몸 격투부터 카체이싱, 총격 등 다양한 액션신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 수혁의 자세는 방어적이다.
일례로, 수혁이 자신을 노리는 조직의 2인자 성준(김준한 분)을 찾아가는 장면. 자기 딸을 납치한 것이 성준이라 착각하고, 찾아가 추궁한다.
성준 패거리들이 그에게 맹수처럼 달려든다. 그러나 수혁은 차에서 내려 맞서 싸우지 않는다. 차 안에 숨어 성난 황소처럼 몸부림치듯 움직인다.
정우성은 "수혁은 폭력을 부정하고 후회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딸을 구하기 위해 폭력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그런 딜레마에서 방어적인 액션이 탄생했다"고 설명했다.
"살과 살이 부딪히는 폭력은, 감정을 끝까지 몰아치게 합니다. 그래서 차라는 외피를 사용한 거죠. 자신에게 달려드는 성준 패거리들을 뿌리치고, 발버둥 치는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는 캐릭터에 대한 통찰력으로 색다른 누아르를 완성했다. 주인공이 시원하게 타격하지 않는 액션. 그럼에도 자동차, 추격, 빌런들의 자멸 등으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 감독 정우성
배우 출신 감독. 편견이 있을 수 있다. 그래서 더 증명해 내야 했다. 촬영 중 부친상을 당했을 때도 예외는 없었다. 상만 치르고 돌아와 촬영을 이어갔다.
"컴팩트한 예산 안에서 촬영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촬영을 늦추기 어려웠습니다. 하루 이틀 미루는 것조차 누가 됐어요. 심적으로는 '이래도 되나' 싶긴 했죠."
그만큼 책임감 있게 임한 현장이었다. 그는 "스태프들에게 저를 계속해서 입증하는 과정의 연속이었다"며 "촬영이 끝났을 때는 어느 정도 인정받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들에겐 더 완벽한 감독이었다.
"(정)우성이 형은 감독으로서 한정된 제작비를 어떻게 쓸지 계획을 잘 세우시더라고요. 필요한 장면만 딱 찍으셨죠. 연기적인 부분도 정답을 정확히 내려주셨습니다. 연기하기가 정말 수월했어요." (김남길, 우진 역)
하지만 현장은 시작에 불가했다. 본격적인 게임은 후반 작업이었다. 현장에서 요리할 재료들을 모았다면, 후반 작업에서 완성해야 했다.
"음악도 직접 골랐어요. 허밍으로 부르면서, 이런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죠. CG 같은 경우는 예산이 풍요롭지 않아 감내한 부분도 많고요. 쉽진 않았지만,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 즐거웠습니다."
◆ "목표는, 보호자다운 영화"
'보호자'는 지난 2020년 크랭크인했다. 코로나19로 영화를 선보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의 첫 장편 영화가 세상에 나온 소회를 물었다.
정우성은 "일단은 시원한 기분이 드는 것 같다"면서도 "최선을 다한 만큼, 이 영화가 많은 분께 호감으로 다가갈지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많은 관계자분이 '매력적인 영화'라고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저는 보호자스러운, 보호자다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 도전이 일정 부분 공감을 사고 있구나, 안심했죠."
인터뷰 내내 '정우성다운 연출', '보호자스러운 영화'를 강조했다. 답습하지 않고, 스스로를 찾는 과정. 그가 30년간 영화를 대해온 태도이기도 했다.
"배우도 그렇고 감독을 할 때도, 영향을 받은 사람은 없습니다. 온전히 나를 찾는 과정이었어요. '너는 어떤 감독이니?'.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그 해답을 찾으려 애썼습니다."
덕분에 '보호자다운' 영화가 완성됐다. 누아르지만, 주인공의 방어적인 액션. 적막한 데서 피식피식 웃음을 터뜨리는 블랙코미디 요소도 있다.
여기에 김남길, 박성웅, 김준한 등 베테랑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끌어냈다. 정우성의 30년 내공이 빛난 부분이다. 그렇게 결이 다른 영화를 완성했다.
"이제 '보호자'라는 배가 출항을 합니다.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데 어떤 날씨, 어떤 풍파를 맞을지 떨려요. 그러나 하나 확신하는 건, 연출자로서의 선택과 확신은 분명하다는 겁니다."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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