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尹정부 철도사업 속도 못 낸다…GTX 노선·안전체계안 잇따라 '지연'

이민하 기자 2023. 8. 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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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이해관계자 첨예 사안들 조율 못해 난항…1년 이상 앞당긴 국가철도망 수립 일정 무색


정부가 국가철도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대선공약이었던 수도권급행열차(GTX) 노선 신설·연장계획 일정이 첫 단계부터 6개월 늦어진 데 이어 철도안전체계 개선방안도 결론을 못 낸 채 예정 시일을 넘겼다. 지방자치단체, 유관기관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이를 적절히 조율해야 할 국토교통부가 주무부처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에 맞춰 '제5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이하 철도망 계획)까지 1년 이상 앞당겨 조기 수립하기로 한 가운데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다. 5차 철도망 계획은 당초 일정보다 1년 이상 앞당겨 2025년 초 수립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2025년 상반기로 반년가량 늦어질 전망이다.

철도망 계획은 10년 단위로 수립, 5년에 한 번씩 수정·보완하는 철도 분야의 최상위 법정 계획이다. 철도망 계획에 사업이 반영돼야 필요한 예산과 행정적 절차를 추진할 수 있다. 5차망 계획에는 주요 간선·광역망 확충, GTX 연장·신설 등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청사진이 담긴다.

1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부는 지난달까지 종료할 예정이었던 두 건의 주요 용역과제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확충 통합기획'(이하 GTX 통합기획)과 '철도안전체계 심층진단 및 개선방안'(이하 철도안전 개선안)을 모두 마무리 짓지 못했다. GTX 통합기획은 이미 올해 말까지 용역 기간이 연장됐고, 철도안전 개선방안도 종료 시한을 넘겨 사실상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다.

두 연구용역은 모두 윤석열 정부가 계획한 최우선순위 철도 사업의 첫 단계로 의미가 크다. GTX 통합기획안은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 다른 하나인 철도안전 개선안은 반복되는 열차 탈선·인명 사고를 막는 목적이다. 두 사업 일정이 나란히 연구단계부터 지연되면서 윤석열 정부의 철도 사업도 제 속도를 내기 어려워졌다는 관측이다. 한 철도산업 관계자는 "GTX나 안전체계 모두 이해관계 조율이 중요한데, 국토부가 업무 중요도에 비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측면이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GTX 'A·B·C 연장선, D·E·F 신설안' 계획 올해 말까지 연장…지자체 민원·수익성 확보 등 문제
국토부는 지난해 발주한 GTX 통합기획 연구용역 일정을 올해 말까지 6개월 연장했다. 일부 노선 계획들은 경제성(B/C)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면서다. 현재까지 연구 결과로는 공약 그대로 노선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지역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지자체별로 GTX 역을 설치하려는 추가 제안, 적정 요금책정 문제들이 더해지면서 최적 노선안을 찾는 데 애를 먹는 상황이다.

앞서 국토부는 현 정부 출범 직후인 지난해 5월 해당 용역을 발주했다. 한국교통연구원, 태조엔지니어링, 유신 컨소시엄 등 연구용역 수행기관들이 곧바로 연구에 착수했다. 해당 연구용역은 기존에 진행 중인 GTX-A·B·C노선의 연장과 D·E·F노선 신설 등 최적의 확충노선안과 사업화 방안을 마련하는 게 목적이다. 윤 대통령이 앞서 대선 공약으로 내놓았던 GTX A노선 등의 평택 연장과 D노선(김포·인천공항∼부천∼삼성∼팔당, 삼성∼수서∼여주), E노선(인천∼서울∼구리∼남양주), F노선(수도권외곽순환) 등 신설 계획들의 실현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해당 연구용역 수준도 이후 진행 속도를 높이기 위해 사전타당성 조사 수준에 맞췄다. 연구 결과로 도출한 노선안을 철도망 계획에 바로 반영하고, 예비타당성 조사 등 절차를 거쳐 사업화를 조속히 추진하기 위해서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올해 6월 한국교통연구원 등으로부터 여러 차례 중간보고서까지 받았다. 현재 광역급행철도를 운영 중인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운영 사례와 역세권 복합개발, 물류거점시설 도입 등 수익사업 사례를 분석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일부 노선 계획들은 사업성이 미흡한 상황이다. 연구용역사 관계자는 "공약 노선을 기본으로 하면서 지역 제안, 사업성 확보까지 검토해 최적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KTX·일반열차 탈선 사고·'역주행' 에스컬레이터 등 안전체계개편 결론 못 내
(영천=뉴스1) 공정식 기자 = 10일 오후 경북 영천시 오수동 원제터널에서 코레일 관계자들이 임시 기관차를 투입해 탈선한 대구선 화물열차 일부를 견인하는 등 복구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32분쯤 충북 제천에서 경북 칠곡 신동으로 시멘트 등 화물을 싣고 북영천역 인근 원제터널을 통과하던 화물열차 19량 중 5번째 열차가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23.5.10/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철도안전체계 개선을 위한 개편 작업도 늦춰진다. 철도 관련 사고가 열차와 역사를 가리지 않고 끊이지 않는데도, 개선안 마련은 1년여 넘게 답을 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이다. 철도 관련 양대 기관인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국가철도공단이 개선 방향에 대해 대립각이 첨예한데 국토부가 이를 중재하지 못하면서다. 국토부는 지난달 철도안전 개선안의 최종 결론을 내고 발표할 계획이었지만, 기본적인 시설 유지보수 업무에 대한 기관별 입장 차이가 첨예한 탓에 잠정 연기됐다.

해당 연구용역은 철도 관제·시설유지보수 등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는 국가사무를 심층 진단해 철도 안전 확보를 위한 최적의 대안과 이행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실상 앞으로 국내 철도산업의 방향성을 결정할 수 있을 정도로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형평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토부·국가철도공단·코레일이 공동으로 발주하고, 용역기관은 글로벌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맡았다.

해당 연구 결과에 따라 국내 철도 산업은 많은 게 달라진다. 양대 기관인 코레일과 철도공단의 사업 영역뿐 아니라 국내 철도 산업의 판도를 좌우할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 개정 여부까지 좌우한다. 앞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현재 계류 중인 철산법 개정안에 대한 중요한 판단지표로 이번 용역 결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밝힌 바 있다.

현행 철산법 제38조는 '시설유지보수 시행 업무는 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라고 명시해 사실상 코레일의 독점적 업무 지위를 보장하고 있다. 철산법 개정안은 조항 중 38조를 삭제해 코레일 외에 다른 기관 등이 철도 유지보수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법이 개정되면 과거 철도청 해체 이후 열차 운영부터 시설유지보수, 철도 교통관제·운영까지 맡았던 독점적 기관인 코레일의 위상과 역할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철도 안전체계 개편이 꼭 필요하다는 점은 모든 이해관계자가 동의하고 있다"며 "다만 여전히 기관별 역할에 대한 이견이 있는 탓에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har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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