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줄일 최적 대안?” 한국 기업은 왜 ‘호주’로 눈 돌릴까 [비즈360]

2023. 8. 15.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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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다변화, 탈탄소 흐름 속
중국의 ‘자원 무기 전략’ 노골화
국내 산업계, 호주와 광폭 협력
배터리 소재부터 에너지·방산까지
호주와 동티모르 사이 해상에 위치한 SK E&S 바유운단(Bayu-Undan) 천연가스 생산설비의 모습. 이 설비는 탄소 포집·저장(CCS) 플랜트로 전환될 예정이다. [SK E&S 제공]

[헤럴드경제=양대근·김성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주요국들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같은 정세 변화 속에서 국내 산업계는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최적 대안으로 호주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이 ‘자원 무기화’를 꺼내들고 보호무역주의를 적극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이제는 경제뿐만 아니라 안보와 탄소중립·기후변화, 에너지 분야 등 다방면에서 호주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 안팎에 높아지는 상황이다.

배터리 3사 “호주는 기회의 땅”…핵심광물 중심 협력 속도

15일 업계에 따르면 호주는 과거 농업과 목축업 등 1차 산업에서 주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현재는 막대한 광물 자원을 바탕으로 제조업 중심의 2차 산업에서 존재감을 높여가는 상황이다.

핵심광물로 꼽히는 리튬·니켈·코발트 호주 매장량은 세계 2위이며, 구리 매장량과 희토류 매장량 역시 각각 글로벌 3위와 6위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 희토류의 약 90%를 생산하고, 수십 가지 광물의 공급망을 통제하고 있는 중국의 유력한 대항마로 꼽힌다.

국내 산업계도 호주 정부 또는 현지 기업들과 손잡고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가운데 배터리업계는 “호주가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광범위한 협력 확대에 나서는 중이다.

LG에너지솔루션는 지난 2021년 호주 배터리 원재료 생산업체인 ‘오스트레일리안 마인즈’와 니켈 가공품 장기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차전지에 들어갈 원재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LG 에너지솔루션은 2024년 하반기부터 6년간 니켈 7만1000t, 코발트 7000t을 공급받게 됐다. 고성능 전기차 130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SK온도 최근 호주 자원기업 ‘레이크 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하고, 친환경 고순도 리튬 총 23만t을 장기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했다. 공급은 2024년 4분기부터 시작해 최대 10년간 이어진다. 첫 2년동안은 연간 1.5만t 씩 이후에는 연간 2.5만t씩 공급을 받는다. 총 공급량 23만t은 전기차 49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분량이다.

삼성SDI은 지난 2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핵심광물 기준과 관련 대응 방안 질문에 “오는 2024년에는 리튬을 중심으로 호주를 비롯한 미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국가산 광물을 사용해 조건을 충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가 투자한 호주 니켈 전문 제련회사인 레이븐소프의 니켈 광산 전경. [포스코 뉴스룸]

포스코그룹의 시선도 호주로 향해있다. 소재 전문기업으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포스코는 지난 2021년 호주 니켈 광업 및 제련 전문회사인 ‘레이븐소프’의 지분 30%를 2억4000만 달러(한화 약 2700억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은 레이븐소프가 생산한 니켈 가공품을 2024년부터 연간 3만2000t 공급받을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기차 18만대에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향후 호주 시장 진출을 위한 글로벌 배터리 기업들의 경쟁 역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호주 정부가 적극적인 외국 기업 유치 의지를 내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호주 정부는 이차전지의 개발로 전 세계 리튬 산업 규모가 2030년까지 4000억 달러(약 533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핵심광물 산업 분야 지원을 위해 20억 호주달러(약 1조7200억원) 규모의 대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코트라 자료
방산·에너지·탄소중립 등 ‘광범위 협력’ 강화

방산과 에너지 등 경제·안보와 밀접한 분야를 중심으로 양국의 협력도 빨라지고 있다.

최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갑차 AS-21 레드백(Redback)의 호주 보병전투차량(IFV) 도입 사업 관련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사업 규모만 24억 호주달러(약 2조670억원)에 달하는 이번 사업에 한화가 최종 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호주군 M113장갑차를 대체하는 레드백 129대를 납품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레드백 궤도장갑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제공]

신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등 탄소중립 측면에서도 호주는 매력도가 높은 나라로 꼽힌다. 추형욱 SK E&S 사장은 지난달 26일 크리스 보웬 호주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과 서울 SK서린빌딩에서 만나 호주 바로사 가스전과 바유운단 탄소 포집·저장(CCS) 프로젝트의 성공적 추진 등을 논의했다.

SK E&S는 지난 2012년부터 개발에 참여해온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CCS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LNG를 생산하고 연평균 약 130만t을 국내로 도입해 블루수소 생산 등에 사용할 계획이다. 추 사장은 “천연가스 생산 과정에서 바로사 가스전 저류층 내 발생하는 이산화탄소와 국내에서 블루수소 생산 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전량 포집하고, 호주 다윈 LNG터미널을 통해 동티모르에 위치한 바유운단 CCS로 운송·저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와 30년 가까이 돈독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고려아연의 행보도 주목된다. 고려아연은 지난 1996년 퀸즐랜드에 아연 제련소 선메탈을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30억 호주달러(약 2조5000억원) 이상 투자를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고려아연은 아크에너지·한화임팩트·SK가스와 컨소시엄을 구축하고 호주에서 그린 에너지 분야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최정우(오른쪽) 포스코그룹 회장과 마크 맥고완 서호주 수상이 지난해 호주 퍼스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포스코그룹 제공]

한편 경제단체들도 양국의 협력 강화를 위한 측면 지원에 나선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내달 8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호텔에서 ‘제44차 한·호주 경제협력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경협위는 수소·핵심광물·방산·식량·교육 등 5개 분과로 구성되며 협력위원장은 최정우 포스코홀딩스 회장과 존 워커 이스트포인트 회장이 각각 맡는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호주는 경제특성상 보완적 측면이 매우 강하다”면서 “일방적인 수출입 관계가 아닌 상호 기술협력 확대 등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전향적인 접근 방식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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