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 중단 부경동물원 남은 동물들…먹이 부족에 굶주림 우려

이정훈 2023. 8. 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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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호랑이 등 남은 50마리, 운영난으로 사료 공급 힘들어
동물원 "매매 방식으로 분양"…동물단체 "사료 보내기 후원 호소"

(김해=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 동물을 좁고 낡은 시설에서 사육해 '동물복지' 논란을 초래한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이 지난 12일부터 운영을 중단하면서 남은 동물들이 굶주림에 내몰릴 우려가 커지자 동물단체가 후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15일 김해시에 따르면 폐쇄에 앞서 지난 12일부터 관람객을 받지 않는 등 운영을 중단한 부경동물원에 현재 남아 있는 동물은 사자, 호랑이, 흑표범, 양, 거북이 등을 중심으로 50마리 정도다.

부경동물원 측은 운영 중단 후 남아있는 동물을 매매하는 방법으로 다른 곳으로 보내겠다는 입장이다.

부경동물원 대표는 "동물원에 대한 시민 눈높이가 높아지는 등 지역사회가 동물원을 하지 말라고 하니, 폐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 같다"며 "동물을 분양해갈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부경동물원은 코로나19를 거치며 관람객 수입이 급감한 상황인데다 최근 폐쇄 여론으로 동물원 운영도 중단해 먹이, 사료 공급에도 힘에 부칠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까지 부경동물원의 열악한 사육환경을 인터넷으로 알렸던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지난 14일 오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부경동물원 운영 중단으로 사료가 급합니다'란 글을 올렸다.

이 단체는 "폐쇄 여론에 부경동물원이 결국 운영을 중단했다"며 "동물을 당장 다른 곳에 분양하기 어려운 실정이고, 평소에도 재정난으로 제대로 된 먹이를 먹이지 못해 동물들이 야위었는데, 앞으로도 사료 급여가 원활하지 않아 더욱 굶주림에 방치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운영이 중단돼 굶어 죽을 위기에 놓인 동물을 그냥 두고 볼 수가 없고 동물원에서도 사료 요청을 해왔다"며 "우리 단체만으로는 제대로 된 도움을 주기 어려워 모금을 통해 사료를 보내줄까 한다"고 전했다.

이사갑니다 지난 7월 5일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 충북 청주동물원 관계자들이 좁은 우리에서 오랫동안 홀로 지낸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를 청주동물원으로 이송하고자 철제 케이지에 넣어 옮기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 사진]

김애라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많이 마른 동물들이 최소한 제대로 먹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열악한 처지의 동물을 살리는데, 마음을 모아달라"고 말했다.

부산동물학대방지연합은 SNS에 후원 계좌를 올렸다.

김해시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하 동물원수족관법) 전부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12월 14일부터 부경동물원 존속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해 12월 전부개정된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원 개설·운영 기준을 한층 강화했다.

현행법상 동물원을 운영하려면 시설, 전문인력을 갖추고 시도에 등록만 하면 된다.

하지만 오는 12월 14일부터 적용되는 새 동물원수족관법은 시·도지사 허가를 받아야 동물원 운영을 할 수 있다.

영업정지, 허가취소 권한도 포함했다.

또 동물원 운영자가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으면 허가를 내주지 못하도록 했다.

김해 부경동물원 늙은 사자 지난 6월 경남 김해시 부경동물원의 좁고 낡은 우리에 갇혀 있던 수사자. [김해시청 홈페이지 시장에게 바란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부경동물원은 김해시 주촌면에 있는 사설 동물원으로 2013년 문을 열었다.

당시는 동물원·수족관 허가와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동물원수족관법이 없을 때였다.

김해시는 실내외에서 사자, 흑표범, 호랑이, 원숭이 등 30여종 동물을 사육해 온 부경동물원이 좁은 면적, 콘크리트 바닥, 감옥형 전시시설 등 동물복지 문제가 계속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이 동물원은 경남에서 유일한 민간동물원이다.

김해시와 인근 창원시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딸린 가족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시설이 노후되고, 2020∼2022년 사이 코로나19로 입장객이 급감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에다 최근 사람 나이로 치면 100살에 가까울 정도로 나이가 들고 삐쩍 마른 채 낡고 열악한 실내 시설에서 홀로 지내는 수사자를 구해달라는 여론과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민원이 김해시청 홈페이지 등에 쇄도했다.

이 수사자가 충북 청주시가 운영하는 청주동물원으로 이사 간 뒤에는 실외 사육장에서 기르던 수사자의 자식인 4살 암사자를 빈 실내 우리에 넣어 기르면서 더욱 여론이 나빠졌다.

sea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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