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창·카톡·갤럭시 대신 유튜브·아이폰 찾는 1020心[사이다IT]

최은수 기자 2023. 8.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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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플 韓 시장 잠식 '속도전'…토종 플랫폼·기기 '1020 세대' 이탈 가속화
숏폼 전면 배치한 네이버, SNS 개편 나선 카톡, 삼성 감성 플립 마케팅 통할까
네이버 숏폼 서비스 '클립'(사진=네이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글로벌 빅테크 구글과 애플의 잠식에 토종 기업들이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양대 플랫폼 기업 네이버와 카카오는 구글이 운영하는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에 바짝 추격 당하고 있고, 한국에서는 점유율이 압도적인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은 젊은층의 애플의 ‘아이폰’ 선호 현상으로 고민이 커졌습니다.

글로벌 공룡에 맞서기 위해 국내 시장을 수성해 왔던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입지가 위태로워진 배경은 1020세대들의 ‘이탈’ 영향이 큽니다.

유튜브 성장 이후 검색 패러다임이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넘어가면서 1020세대들은 궁금하거나 모르는 것이 생기면 네이버 포털 창이 아닌 유튜브 앱을 켜 동영상으로 검색하는 게 익숙합니다. 유튜브의 고속 성장으로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마저 국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앱 1위 자리를 유튜브에 내어줄 위기에 처했습니다.

이에 더해 유튜브가 틱톡 등장을 계기로 Z세대 주력 소비 콘텐츠로 떠오른 숏폼(짧은 동영상)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숏츠’를 출시하면서 Z세대 유인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지난 4월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안드로이드 + iOS)를 표본 조사한 결과 잘파세대가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사용시간이 364억분이었습니다. 이어 카카오톡 106억분, 인스타그램 81억분, 네이버 55억분, 틱톡 36억분, 네이버웹툰 31억분, 트위터 31억분 등 순으로 유튜브가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잘파세대는 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로, 1990년대 중반에서 2010년 이후에 출생한 10대 후반부터 20대 중반까지의 사람들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문제는 이제 10대, 20대 뿐만 아니라 3040세대도 유튜브 이용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에 더해 지난 6월 유튜브는 쇼핑 채널까지 론칭하며 커머스 시장에도 뛰어들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미 음원 스트리밍 시장에서 유튜브 뮤직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멜론'의 MAU(월간활성화이용자수)를 바짝 추격 중입니다. 사용자 수는 이미 지난 4월 유튜브 뮤직 앱 사용자 수가 521만명으로 멜론(459만명)을 제쳤습니다.

바야흐로 ‘유튜브 공화국’ 시대가 됐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아직 MAU 기준으로 네이버와 카카오톡이 유튜브를 앞서곤 있지만 이용자들이 플랫폼 안에 머무르는 시간은 유튜브가 카카오톡과 네이버 앱을 크게 앞섭니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오래 사용한 앱은 ‘유튜브’로 월 평균 사용시간이 971억분이습니다. 뒤를 이은 카카오톡(347억분), 네이버(226억분)과 격차를 크게 벌렸습니다.

아울러 올 상반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카카오톡’으로 월 평균 4800만명이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그 뒤로 유튜브 4608만을 기록해 턱밑까지 쫒아왔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네이버, 그리고 한국 인터넷 서비스의 자존심' 검색엔진 시장마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구글 검색엔진의 한국 시장 점유율이 가파릅니다. 지난해 5월 구글의 검색 시장 점유율은 34.8%. 올해만 무려 5% 가까이 점유율을 끌어올렸습니다. 검색 점유율 면에서 포털 다음을 제치고 20년 넘게 1위 자리를 지켜온 네이버를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이 또한 1020세대가 네이버 대신 구글 검색으로 눈을 돌리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입니다. 여기엔 코로나 팬데믹 당시 원격교육이 확대되면서 우리나라에 빠르게 보급된 구글 학습 관리 프로그램 '클래스룸'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구글 플랫폼 안에서 학교 공지사항과 학습자료를 공유할 수 있고 학생들이 과제물도 제출합니다. 학생들이 숙제를 하려고 네이버 창을 여는 것보다 그냥 구글 플랫폼 안에서 정보를 검색하는 게 더 자연스럽게 된 것이죠.

네이버와 카카오도 더 이상 1020세대 이탈을 두고 볼 수만은 없지요. 네이버는 ‘숏폼'과 AI(인공지능)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네이버 숏폼 서비스명을 통합해 ‘클립’으로 정하고, 창작자 육성을 위해 숏폼 크리에이터를 모집했습니다. 이들에게 5개월 간 총 10억원 규모의 혜택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숏폼을 네이버 앱에 전면 배치하고, 검색, 블로그, 쇼핑 등 서비스를 연계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네이버는 하반기 앱 개편에 앞서 AB테스트를 오는 16일부터 시작한 뒤 내 취향에 맞는 짧은 영상을 추천해 주는 '클립탭'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클립에서는 패션, 뷰티, 여행, 스포츠, 푸드부터 사용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라이브 무대까지 AI 추천을 통해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중소상공인이 제작한 숏폼을 통해 스마트스토어에서 상품을 구매하거나 숏폼에 태그되어 있는 장소를 네이버 지도에서 예약하는 등 네이버 서비스와 유기적으로 연결해 ‘락인 효과’를 꾀하고 있습니다.

홈탭에는 AI 기반의 개인별 콘텐츠 추천 서비스인 ‘홈피드’가 생기며, 네이버 초거대 AI ‘하이퍼클로바X’가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블로그, 네이버TV, 카페에 올라온 콘텐츠를 골라 추천해줄 예정입니다.

[서울=뉴시스]'유튜브' 로고. (사진=유튜브 제공)


카카오 역시 핵심 서비스 ‘카카오톡’을 떠나는 젊은 이용자들을 유입하기 위해 골몰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공감 스티커’ 등 SNS 기능을 강화하고 ‘조용히 나가기’, ‘조용한 채팅방’ 등 신규 기능을 추가해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비지인 간 관심사 채팅 서비스 ‘오픈채팅’은 별도 탭으로 분리했습니다. 또 3분기에는 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인스타그램 ‘스토리’와 유사한 ‘펑’ 기능을 넣는 등 대대적인 개편을 준비 중입니다.

펑 기능 역시 Z세대 공략을 위한 ‘숏폼’ 콘텐츠 강화 일환으로 해석됩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지난 3일 2분기 실적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숏폼 전용 플랫폼 구축 계획을 묻자 “‘펑’에서 숏폼을 많이 쓸 거 같다. 숏폼 플랫폼으로 진화할지 여부를 (펑 도입) 이후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도 고민이 큽니다. 10대들은 스마트폰도 갤럭시 대신 아이폰을 압도적으로 선호하고 있습니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는 아이폰을 안 쓰면 왕따라는 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디자인과 유행에 민감한 이들 사이에서 갤럭시는 '아재폰' 이미지가 강하다고 합니다.

실제 한국갤럽이 조사한 '2012-2023 스마트폰 사용률 & 브랜드, 스마트워치, 무선이어폰에 대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18~29세 스마트폰 사용자 가운데 59%가 향후 아이폰을 구입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갤럭시 구입 의향이 있다고 답한 18~29세는 34%로 집계됐습니다. 성/연령별로 보면 아이폰을 선택한 비중이 남성 18~29세가 51%, 여성 18~29세는 69%로 압도적으로 높았습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삼성폰=아재폰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MZ 겨냥 마케팅을 강화하며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지난 8월 갤럭시Z폴드4·Z플립4를 내놓고 전국에 제품을 체험해볼 수 있는 '갤럭시 스튜디오'를 마련한 게 대표적입니다. 숏폼 촬영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폰 꾸미기 체험 공간도 조성했습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지난달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진행된 국내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 층에서 갤럭시 선호도가 떨어지는 것에 대해 "국내 시장에서 계층별 편차가 큰 것은 사실이다. 플립과 같은 제품을 통해 젊은 층에서 많이 사용하는 핵심 기능이나 앱들을 더 레벨업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업계에서는 이대로 가다가 구글, 애플 등 빅테크에 종속 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큽니다. 설상가상으로 네이버와 카카오는 여러 플랫폼 규제와 정치권 압박으로 서비스 혁신에 발목을 잡히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플랫폼 독과점 문제 관련 법제화를 논의 중입니다. 별도의 플랫폼 독과점 규제 법안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진행사항은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입니다.

또 정부 여당은 네이버와 카카오를 겨냥해 뉴스 알고리즘, 온라인 쇼핑을 규제하는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다음의 트렌드 추천 서비스를 두고 '실시간 검색어(실검)' 부활 논란을 제기해 네이버가 관련 서비스를 철회하는 등 사업 영역까지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 1020세대 특성상 이들을 자연스레 유입시키기가 만만치 않다는 고민이 있습니다. 또래 집단에 소외되지 않기 위해 유행에 민감한 10대들의 이탈을 막기가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 번 '올드'한 이미지가 각인되면 이들에게 어필하는 게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네이버, 카카오, 삼성전자가 잘파세대를 유입하기 위해 이처럼 애를 쓰는 이유는 다른 세대에 비해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콘텐츠 소비에 적극적이고 미래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연 이들 기업이 유튜브, 아이폰으로 떠난 젊은층을 끌어모으는 데 성공할 수 있을까요.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일인 것만은 아닙니다. 20년 넘게 서비스하고 있는 네이버 블로그가 일상을 기록하는 '주간일기 챌린지'에 힘입어 1020세대 유입을 크게 늘린 바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해당 챌린지에 동참한 전체 이용자 중 55%가 20대였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scho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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