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드래프트! 상대적으로 아쉬웠던 빅2

김종수 2023. 8.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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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신인선수 드래프트 돌아보기(18)] 2013년 드래프트


2012년 10월 드래프트는 가드 드래프트로 불렸다. 1, 2라운드 20명중 무려 11명이 가드일 정도로 특정 포지션 편중 현상이 심했다. 3라운드 유일의 지명자 김기성(명지대)까지 포함하면 가드 숫자는 1명이 더 늘어나게 된다. 1라운드 3순위 유병훈부터 8순위 김윤태까지 가드만 6번 연속으로 지명되기도 했다.


하지만 숫자에 비해 실속은 적었다. 스타급 가드는 커녕 주전급으로 성장한 가드가 누구인지 한참 생각해야될 정도로 질적인 면에서 높지않았다는 평가다. 반면 바로 다음에 열렸던 2013년 드래프트는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가드가 많은 것은 비슷했다. 1, 2라운드 12명, 3라운드까지 포함하면 13명으로 오히려 전해보다 가드 포지션 쏠림현상이 더 심했다.


2순위 김민구부터 8순위 임준수까지 7명 연속으로 가드가 뽑혔다. 1순위로 뽑힌 국가대표 센터 김종규의 임팩트가 상당해서 그렇지 역대급 가드 드래프트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더불어 숫자만 많았다는 혹평을 받았던 직전 드래프트에 비해 질적인 면에서도 훌륭했다. 역대 드래프트를 통틀어서도 손가락에 꼽힐 정도다.


'허재를 잇는 재능이다', 이상민의 리딩, 패싱능력과 조성원의 3점슛 거기에 김선형의 돌파력까지 모두 겸비한 선수로 클 수 있다'는 극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김민구는 그야말로 급이 다른 가드였다. 2013년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십에서 대학생 신분으로 국가대표팀에 발탁되어 대회 베스트5에 선정되기도 하는 등 역대급 슈퍼 가드의 자질을 뿜어내고 있었다.


김민구가 워낙 압도적이어서 그렇지 그외 가드 유망주들도 상당수가 즉시전력감으로 꼽혔다. 김종규, 김민구를 도와 경희대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두경민, 김영현을 필두로 고려대 박재현, 한양대 이재도, 중앙대 전성현, 성균관대 임준수, 브리검영대 이대성 등 각 학교별로 쟁쟁한 후보들이 돋보였다. 실제로 현재 스타가 된 선수도 몇몇 보인다.


더불어 이때 드래프트를 가리키는 또 다른 말이 있었으니 다름아닌 ‘경희대 드래프트’다. 다른때같았으면 각각 1순위로 뽑혔을 김종규와 김민구 두 쌍두마차가 한꺼번에 드래프트에 참가한 이유가 크다. 거기에 두경민을 둘과 묶어 ‘빅3’로 부르는 이들도 있었으며 김영현 또한 쏠쏠한 살림꾼 스타일로 평가받았다.


경희대 출신들이 특정 드래프트에서 이정도로 한꺼번에 주목을 받은 경우는 이때가 유일하다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김종규, 김민구중 누구를 뽑더라도 팀의 10년은 보장받는다는 말까지 있었던 상황인지라 둘을 향한 각팀들의 시선은 매우 뜨거웠다. 특히 우승이 목말랐던 LG같은 경우는 탱킹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1라운드
1순위 김종규(경희대 센터‧LG지명) / 2순위 김민구(경희대 가드‧KCC지명)
3순위 두경민(경희대 가드‧동부지명) / 4순위 박재현(고려대 가드‧삼성지명)
5순위 이재도(한양대 가드‧KT지명) / 6순위 한호빈(건국대 가드‧오리온스 지명)
7순위 전성현(중앙대 가드‧KGC지명) / 8순위 임준수(성균관대 가드‧전자랜드 지명)
9순위 전준범(연세대 포워드‧모비스 지명) / 10순위 김영현(경희대 가드‧모비스 지명)

▶ 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2라운드
11순위 이대성(브리검영대 가드‧모비스지명) / 12순위 이정제(고려대 센터‧전자랜드 지명)
13순위 이대혁(건국대 센터‧KGC지명) / 14순위 임승필(동국대 센터‧오리온스 지명)
15순위 오창환(한양대 가드‧KT지명) / 16순위 조한수(성균관대 센터‧삼성 지명)
17순위 김창모(연세대 포워드‧동부 지명) / 18순위 염승민(고려대 가드‧KCC 지명)
19순위 이관기(고려대 포워드‧LG지명) / 20순위 신재호(단국대 가드‧SK 지명)

▶ 2013 KBL 국내신인선수 드래프트 / 3라운드
21순위 김주성(상명대 가드‧모비스지명) / 25순위 안진모(명지대 센터‧KT지명)
*기타 팀은 지명포기

▶ 2013 KBL 국내신인선수 2군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 유용진(한양대 포워드‧KT 지명) / 2순위 김동욱(동국대 포워드‧SK 지명)
3순위 장민범(경희대 가드‧KCC 지명) 5순위 조준희(상명대 센터‧삼성 지명)
7순위 박래윤(동국대 가드‧LG 지명)

2라운드: 4순위 이승배(경복고 가드‧LG 지명) / 8순위 이진혁(건국대 포워드‧KCC 지명)
9순위 김지웅(명지대 가드‧SK 지명) 10순위 이명훈(명지대 가드‧KT 지명)

3라운드: 3순위 신상언(상대 포워드‧KCC 지명) *기타 순번은 지명포기

 


국가대표 주전센터로 활약했음에도 아쉽다는 평가가 따라붙는 김종규


‘도대체 얼마나 더 잘해야 되는거야?’ 김종규(32‧206.3cm)에게 아쉽다는 말을 한다면 위와 같은 말로 반박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도 그럴 것이 김종규는 현재 리그에서 가장 가치있는 선수중 한명이기 때문이다. 리그에서의 활약상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릴지 모르겠지만 최근까지 국가대표 주전 센터였다는 것만으로도 그의 존재감을 알 수 있다. 어지간한 해 1순위와 비교해도 전혀 밀릴 것 없다. 아니 역대급 몇몇을 빼고는 압도한다고봐도 무리가 아니다.
 

김종규에게 따라붙는 아쉬움의 표현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닌 ‘더 잘할 수도 있는데…’의 의미가 크다. 그는 단순한 주전급 토종 빅맨을 넘어 서장훈-김주성-오세근 계보가 기대치였다. 다양한 테크닉과 임팩트에서는 동나이대 그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혹평도 있었지만 역대급 운동능력에 어지간한 스윙맨 수준으로 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주목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어보였다.


그같은 부분은 속공 전개시 피니셔와 트레일러 역할을 수행하는데 있어서도 큰 장점으로 작용했다. 김주성이 워낙 독보적이어서 그렇지 역대 토종 빅맨중 김종규만큼 잘 달리고 높이 뛰는 빅맨은 매우 드물다. 최근들어서야 하윤기(24‧204cm) 정도가 나왔을 뿐이다. 때문에 신인시절의 김종규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어느 정도 발전만 이뤄진다면 ‘제2의 김주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김종규 또한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넘쳤던 시절인지라 1순위 지명소감에서 ‘제가 한번 해볼게요, KBL을 제가 한번 뒤집어보겠습니다. 느낌 아니까’라는 당찬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때문에 김종규는 데뷔이래 내내 소속팀의 핵심선수로 뛰면서 높은 연봉도 받고 국가대표팀에서도 활약하고있지만 팬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정도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면서 아쉽다는 얘기를 듣는 선수는 역대로 봐도 흔치 않을 것이다.

◆ 김종규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448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1.3득점, 6.1리바운드, 1.5어시스트, 0.5스틸, 0.9블록슛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7년 2월 3일 고양 오리온전 = 30득점 / 어시스트 ☞ 2015년 11월 8일 부산 KT전 = 8개 / 리바운드 ☞ 2023년 3월 16일 서울 삼성전 = 15개 / 스틸 ☞ 2014년 10월 19일 원주 동부전 = 5개​ / 블록슛 ☞ 2019년 1월 30일 원주 DB전 = 5개
 

 

한순간의 실수로 꿈을 잃어버린 ‘제2의 허재’ 김민구

당시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전주 KCC가 김민구(32‧190cm)를 지명하자 소속팀 팬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질렀다. 비록 1순위는 김민구와 함께 '경희대 빅2'중 한명으로 꼽히던 김종규에게 돌아갔지만 당시 분위기는 '누가 1순위로 뽑혀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가가 있을 만큼 박빙이었다.


국가대표 센터 자원의 가치를 생각했을 때 새삼 짐작이 안갈 정도다. 역대 드래프트를 둘러봐도 가드가 국가대표 센터와 비슷한 기대치를 뽐낸 경우가 있었을까 싶을 정도다. 대학시절부터 기대치가 무려 ‘제2의 허재’였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지나친 과대평가 아니냐는 반발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프로에서 뚜껑을 열어보니 그야말로 리얼 찐재능이었다.


슈터로 이름이 높기는 했으나 단순히 3점 슛만 잘 쏘는 게 아니라 빈 공간이 보이면 지체없이 돌파를 시도했고 성공률 또한 매우 높았다. 김선형이 폭발적 스피드로 수비진을 찢고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다면 김민구는 유연하게 수비수를 제쳤다. 큰 선수들이 가로막아도 재치 있게 플로터를 성공시켰다. 나이는 어리지만 '농구 도사'를 연상케 했다.


여기에 더해 모두를 놀라게 한 것은 넓은 시야와 뛰어난 패싱 센스였다. 원맨 리딩이 가능한 1번이 줄어들고 있는 현 추세에서 2번은 단순히 공격력만 좋아서는 안 된다. 1번을 도와 보조 리딩이 가능한 슈팅 가드가 각 팀마다 절실해지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역할을 해낼 수 있는 해당 자원은 극히 드문게 사실이다.


부상 전 김민구는 단순히 보조 리딩을 잘하는 수준을 넘어서 경기 전체를 꿰뚫어 보는 눈썰미와 어지간한 정통 포인트 가드 뺨치는 넓은 시야를 과시했다. 달리는 동료에 맞춰 속도를 조절해가며 패스를 뿌릴 수 있을 정도로 손끝이 날카로웠다. 때문에 김민구는 어떤 상황에서도 높은 팀 공헌도를 자랑했다.


슛감이 안 좋은 날에도 패스를 통해 팀에 공헌 할 수 있는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김민구가 공을 잡으면 수비수 입장에서는 슛과 패스를 모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막아내기가 매우 어려웠다. 국가대표 활동 등으로 팀 훈련에 제대로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프로 데뷔 첫해부터 팀내 주축으로 활약하며 46경기에서 평균 13.4득점, 5.1 리바운드 4.6 어시스트를 기록한 것이 그의 천재성을 증명한다.


김민구의 재능을 파괴시킨 것은 음주사고였다. 2014년 6월 음주운전을 하다 사고를 내 고관절 부상을 당했고 이후 재활을 통해 코트에 돌아왔지만 운동능력, 신체 밸런스 등에서 예전 같지 않았고 그로 인해 좋았던 시절의 모습을 영영 회복하지 못했다. 어지간한 선수같았으면 거기서 끝났을 상황에서 재활을 통해 돌아와 식스맨으로서 쏠쏠한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어렵사리 현역생활을 이어가던 김민구는 2021년 6월 은퇴를 선택했고 현재는 스킬트레이너로 활동중이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어린 시절부터 농구사에 한획을 긋는 선수가 되고싶었지만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제 자신의 농구인생이 망가진 것은 물론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끼쳐드렸다.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질렀던지라 현역생활 내내 팬들과 감독님께 죄송한 마음뿐이었다. 후배들은 절대 그런 실수를 저지르지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술과 함께 저의 실패담도 함께 들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 김민구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243경기 출전 평균 6.2득점, 2.6리바운드, 2.2어시스트, 0.8스틸​

⁕ 정규리그 한경기 최다기록: 득점 ☞ 2014년 2월 15일 고양 오리온스전 = 31득점 / 3점슛 성공 ☞ 2021년 1월 10일 안양 KGC전 = 6개 / 어시스트 ☞ 2014년 2월 6일 서울 SK전 = 9개 / 리바운드 ☞ 2014년 2월 2일 고양 오리온스전 = 9개 / 스틸 ☞ 2013년 12월 5일 원주 동부전 = 7개​
 


호불호 갈리지만 사용법만 잘 가져가면 위력적인 두경민과 이대성


김민구가 워낙 특별한 재능을 자랑해서 그렇지 해당 드래프트에서는 다양한 색깔의 좋은 선수가 많이 나왔다. 앞서 언급한데로 김종규를 제외하면 대부분 가드 자원이지만 황금드래프트라 칭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면면이 좋다. 개성파 플레이어 두경민(32‧183.3cm)과 이대성(33‧193cm)은 다른듯 닮아있다.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나 ‘BQ(바스켓 아이큐)´등에서는 아쉬움을 지적받기도 하지만 '내가 최고다'는 역대급 자부심에서 뿜어져나오는 패기넘치는 플레이가 일품이다. 과감하게 슛을 던지고 돌파를 시도하면서 고득점을 가져갈 수 있는 공격형 가드들이다. 어느 구성에서나 녹아드는 스타일의 가드가 아니다보니 팀에서 전술적으로 잘 사용해야 되는 등 사용법이 다소 까다롭지만 활용여부에 따라서는 수준급 무기가 되기도 한다.


드래프트 당시만해도 두경민은 '제2의 양동근'후보로 주목받았다. 수비 등 궂은일에 묵묵하게 집중하다가 공격에서도 위력을 떨치는 성실한 공수겸장 플레이어를 기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두경민은 양동근과는 아니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 등에서 마당쇠 혹은 살림꾼의 이미지를 연상시켰을뿐 화려한 득점 리더를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거기에 자기애가 무척 강하고 그로인해 팀 혹은 동료들과의 마찰도 종종 있었던지라 지도자 입장에서 다루기 쉽지않은 선수였다. 이런 두경민을 놓고 팬들 사이에서는 ‘왕자병’, ‘근자감 끝판왕’, ‘KBL판 세바스찬’ 등의 말도 나오고 있지만 그러한 부분이 있었기에 현재의 위치에 올라섰을지도 모를 일이다. ​


비호감 이미지가 강해서 그렇지 마음을 제대로 잡은 두경민은 팀성적에 큰 영향을 끼칠만큼 리그 상위 클래스 플레이어다.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공수에서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신감있는 슈팅과 돌파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를 통해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한다. ​가드로서의 센스나 동료들을 살려주는 플레이 등에서는 아쉬움을 지적받고 있으나 넘치는 공수 활동량은 그런 단점을 덮고도 남는다. 실제로 그런 두경민의 자신감과 플레이스타일을 좋아하는 팬들도 적지않다.


일부에서는 그런 두경민을 가리켜 ‘최강의 2인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에이스, 간판스타로서 팀을 이끌기에는 살짝 아쉬움이 남지만 리딩, 센스 등을 고루 갖춘 전천후 파트너와 함께 할 때 ‘1인자같은 2인자’로서 자신의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했기 때문이다. 김민구와 앞선 파트너를 이뤘던 경희대 시절, DB에서 디온테 버튼과 함께 했을 때가 대표적이다.

◆ 두경민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26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2.3득점, 2.2리바운드, 3.3어시스트, 1.2스틸​
 


두경민이 그렇듯 이대성 역시 본인만의 색깔이 강하다. 플레이에 기복이 심하고 다소 우당탕탕하는 성향도 많지만 특유의 근성을 바탕으로 정말 열심히 뛰고 악착같이 덤벼드는 스타일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사용법이 어렵다. 자기 중심적이다. 헤비 볼핸들러치고 가성비가 낮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도 많은 반면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열정이 느껴지는 선수, 주변의 말에 흔들리지않는 튼튼한 자존감, 늘 신인처럼 열심히 플레이하는 베테랑, 권위의식없이 솔선수범하는 선배 등 이런저런 이유로 좋아하는 이들도 적지않다.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증명해야 되는지 모르겠다”, “시즌이 끝난후 결과로 보여주겠다”는 등 그간의 수많은 인터뷰 발언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대성은 늘 ‘증명’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아쉽게도 제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가 많아 팬들간 논쟁거리로 번지기도 하지만 뚜렷한 주관만큼은 높은 점수를 줘도 무방할 듯 하다.


사실 아무리 호불호가 갈린다해도 이대성이 당시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까지 밀릴 자원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간에 미국으로 가버렸던 관계로 기량을 증명할 데이터가 부족했다는 점 그리고 통통 튀는 행보로 인해 다루기 힘들다는 인식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후문이다.


이대성 또한 첫 소속팀 복은 좋았다. 당시 모비스에는 산전수전 다겪은 유재학 감독과 코트 안팎에서 이대성을 어르고 달랠 수 있는 노련한 베테랑 양동근이 있었다. 실제로 이대성은 팀의 전면적인 푸시 속에서 챔피언결정전의 주역으로 거듭날 수 있었고 이는 그의 농구 인생의 전환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개인 성적에 비해 FA시장에서 인기가 적었던 이대성은 최근 비시즌간 돌연 호주리그 행을 선언하고 나섰다. 이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그에게 집중됐는데 최종적으로 일본 B리그 1부 시호스즈 미카와 1년 계약을 맺는 것으로 마무리가 된 상태다. 이대성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최고의 선수중 한명인 최준용에게 "나처럼 해외진출을 이루기를 바란다"는 멘트를 남기기도 했다.

◆ 이대성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28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3득점, 2.9리바운드, 3.6어시스트, 1.2스틸​
 


로터리 픽 밖에서도 족족 터진 포텐

당시 드래프트가 더욱 대단했던 것은 로터리픽이 아닌 선수 중에서도 스타급으로 성장한 선수가 여럿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이대성을 비롯 이재도(31‧179cm) 전성현(31‧188.6cm) 전준범(32‧195cm)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이재도는 한양대 시절부터 돌격대장형 듀얼가드로 좋은 활약을 펼쳤지만 당시 드래프트에서는 평가절하된 부분도 적지않다.


김민구야 그렇다치더라도 두경민과 박재현이 부각되면서 비슷한 유형의 이재도가 많이 가렸다. 삼성이 4순위로 박재현을 뽑자 '그래도 선방했다', '의외의 대박픽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많았던 반면 KT팬들 사이에서는 이재도 지명에 대해 ‘아쉽다’는 의견이 대다수였던 것이 이를 입증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재도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는 확실한 주전급 1번으로 입지를 굳힌 상태다. 박재현과 이재도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어느 정도 포텐이 있는 선수끼리는 프로무대에서의 향후 활약상을 비교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 이재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421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10.7득점, 3.1리바운드, 4.3어시스트, 1.3스틸​

전준범, 전성현 두 전씨 슈터도 빼놓을 수 없는 드래프트의 수작들이다. 스타트는 전준범이 좋았다. 한때 국가대표로도 뽑힐만큼 두각을 나타내며 차세대 슈터로 뜨거운 시선을 받았다. 아쉽게도 좋았던 시기를 오래 끌고가지 못하고 현재는 식스맨급 슈터로 가치가 떨어진 상태다. 만약 미래를 알았다면 전성현은 김종규-김민구 양강라인을 위협할 가장 강력한 복병이었을 것이다.


대기만성형이기는 하지만 꾸준히 성장을 거듭한 끝에 현재는 리그 최고의 슈터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상태다. 단순히 현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슈터를 넘어서 문경은-조성원 등 역대급 슈터들을 소환하고 있을 정도다. '조선의 슈터'로 불리던 조성민도 1라운드 하위순번(8순위)으로 뽑혔던 것을 보면 슈터는 재능에 더해 어떻게 성장시키는가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전준범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53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6.5득점, 2.2리바운드, 1.1어시스트, 0.5스틸​

◆ 전성현 정규리그 통산기록 ☞ 통산 369경기 출전(진행형) 평균 9.6득점, 1.5리바운드, 1어시스트, 0.6스틸​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농구카툰 크블매니아(최감자 그림/케이비리포트 제작), KB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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