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 부리던' 올림피아코스, 결국 말 바꿨다 "황인범 1+2년 계약이 맞긴 한데..."
[OSEN=고성환 기자] 올림피아코스가 말을 바꿨다. 언제는 황인범(27)과 3년 계약을 맺었다더니 이제는 사실 1+2년 계약이었다고 인정했다.
'가제타'와 'SDNA' 등 그리스 매체들은 14일(이하 한국시간) 황인범이 올림피아코스와 체결한 계약은 1+2년이라고 전했다. 줄기차게 3년 계약을 주장하던 이전 보도를 뒤집는 소식이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올림피아코스가 아니라 황인범에게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가제타는 "혼동하지 말아라.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과 1+2년 계약을 맺었지만, 옵션 형태가 아니다. 그가 직접 2년 계약에 서명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체는 "황인범은 계약서를 들고 관련 부서를 찾아가 만료된 워크 퍼밋을 갱신해달라고 요청했다. 모두가 올림피아코스의 행동이 합법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결국 황인범 측은 이적을 승인받고자 구단에 300만 유로(약 44억 원)~400만 유로(약 58억 원)를 제안했다. 그가 자유 계약(FA) 신분이라면 왜 그렇게 했을까?"라고 덧붙였다.
황인범은 지난해 여름 올림피아코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FC서울에서 짧았던 반년을 뒤로하고 그리스 무대에 진출했다. 그는 이적하자마자 2022-2023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0경기에 출전하며 핵심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황인범은 명실상부한 올림피아코스 에이스였다. 그는 시즌 종료 후 그리스 프로축구 수페르리가 엘라다가 발표한 '올림피아코스의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그리스 정복을 마친 황인범은 더 큰 도전을 원했고, 이적을 추진했다. 실제로 올여름 세리에 A 나폴리와 인터 밀란, 분데스리가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 등 여러 팀이 그에게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인범도 이적을 꿈꾸고 있다. 지난 11일 가제타는 "황인범은 이적을 요구했다. 이제 올림피아코스 변호사들이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라며 "구단 측에 따르면 그는 계약 기간이 2년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 조건을 위반하며 탈퇴를 요구했다"라고 전했다.
올림피아코스는 계약 위반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가제타에 따르면 올림피아코스는 팀보다 위에 있는 선수는 없다고 선언했다. 매체는 "황인범의 행동은 일반적으로 부적절하고 프로답지 않은 행동으로 여겨진다"라며 강하게 지적했다.
법적 조치까지 예상된다. 스포타임에 따르면 올림피아코스는 이미 황인범 문제를 구단 법률 서비스에 회부했다. 'IN' 역시 "올림피아코스는 황인범의 이적 요청을 극단적으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올림피아코스는 그의 태도에 짜증을 내고 있다. 소송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그리스 매체들은 일제히 황인범을 비판했지만, 황인범 측으로서도 이적을 요청할 근거가 있었다. 지난해 올림피아코스와 맺은 3년이 아니라 1+2년이었기 때문. 황인범은 그리스에서 이미 1년을 보낸 만큼 올여름 새로운 계약에 서명하지 않았다면 팀을 떠날 수 있는 상황이다.
애초에 황인범은 지난해 올림피아코스와 3년 계약을 맺을 수 없는 신분이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루빈 카잔(러시아)과 계약을 임시 중단하긴 했지만, 원래 계약 기간이었던 2023년 6월까지는 루빈 카잔 소속이었다. 그런 만큼 타 팀과 2023년 6월 이후까지 계약하기는 불가능했다.
만약 황인범이 계약 기간에 2023년 6월 이후를 포함하려면, 새로운 팀이 루빈 카잔과 협상을 통해 정식으로 그를 영입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올림피아코스는 루빈 카잔에 이적료를 내지 않고, 특별 조항을 이용해 그를 품었다. 이것만 봐도 황인범이 올해 6월 30일 이후 새로 계약하지 않은 이상 그는 자유롭게 팀을 떠날 수 있다.
다만 바이아웃 조항이 관건으로 보인다. 황인범 측은 계약을 2년 연장하면서 300만 유로~400만 유로의 바이아웃 조항이 생겼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올림피아코스는 이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제타는 "올림피아코스는 600만 유로(약 87억 원)에서 700만 유로(약 102억 원)는 돼야 받아들일 것이다. 이 정도는 가장 관심이 많은 팀인 갈라타사라이가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전했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황인범과 올림피아코스가 다음 시즌에도 동행하는 그림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미 갈등의 골이 너무나 깊어졌기 때문. 황인범은 이미 프리시즌과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차 예선에서도 모두 제외됐다. 이적시장 마감일이 다가오고 있긴 하지만, 그가 새로운 팀을 찾아 떠나는 그림이 가장 이상적이다.
올림피아코스도 이전부터 황인범 대체자를 찾고 있는 중이다. IN에 따르면 올림피아코스는 라리가 레알 베티스에서 뛰고 있는 폴 아쿠오쿠 영입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 6월부터 그를 눈여겨봤으며 벌써 200만 유로(약 29억 원)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쿠오쿠가 끝이 아니다. 매체에 따르면 올림피아코스는 아르헨티나 무대에서 활약 중인 산다고 에제(CA 우라칸)도 노리고 있으며 중앙 미드필더를 적어도 한 명 더 영입하길 원하고 있다. 이적시장 막판 황인범의 거취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지만, 양측 입장 차이가 워낙 큰 만큼 빠르게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finekosh@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