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커쇼는 부활했는데…그레인키는 은퇴 기로, 다저스 3인방 엇갈린 운명

윤욱재 기자 2023. 8. 15.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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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이 14일 시카고 컵스전에 등판해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AP통신

[스포티비뉴스=윤욱재 기자] 무려 444일 만에 울린 승전보. 그것은 찬란한 부활을 의미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6)이 마침내 복귀 첫 승을 신고했다. 류현진은 14일(이하 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 위치한 로저스센터에서 열린 2023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의 홈 경기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했고 5이닝 2피안타 2실점(비자책)으로 호투하면서 팀의 11-4 승리를 견인, 승리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볼넷은 2개만 허용했고 삼진은 3개를 잡았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2.57.

류현진은 지난 해 6월 왼쪽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기나긴 재활의 터널을 지나야 했다. 그러나 류현진에게 포기는 없었다. 복귀를 향한 열망 하나로 체중을 13kg 이상 감량하는 의지를 보였던 류현진은 1년 여의 시간이 흘러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었다. 마이너리그 재활 등판부터 차근차근 '스텝'을 밟은 류현진은 지난 2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에서 감격의 복귀전을 치를 수 있었고 8일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서는 상대 타자의 시속 157km 타구가 오른 무릎을 강타하는 아픔에도 4이닝 노히트 피칭을 선보이면서 부활의 신호탄을 쐈다.

그리고 마침내 다가온 감격의 복귀 첫 승. 류현진은 지난 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5이닝 6피안타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된 이후 무려 444일 만에 승리의 기쁨을 맛봤다.

경기 후 류현진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정말 행복하다"라면서 "개인적인 승리 외에도 팀 승리를 돕고 팀이 이기는데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것이 정말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면서 팀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순간에 행복감을 가졌음을 말했다.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 또한 "류현진은 강한 타구를 억제했다. 그가 복귀 후 3경기에서 보여준 것은 부상 이전의 모습과 같았다. 그의 나이를 고려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라고 극찬했다.

류현진은 이제 메이저리그에서도 베테랑으로 분류된다. 벌써 메이저리그에 데뷔한지 10년이 지났다. 류현진이 2013년 LA 다저스에 입단하면서 새로운 전설이 시작됐다. 당시 다저스는 류현진을 영입하면서 클레이튼 커쇼, 잭 그레인키와 함께 강력한 선발 3인방을 구축했다. 1선발 커쇼는 236이닝을 던져 16승 9패 평균자책점 1.83으로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거머쥐었고 2선발 그레인키는 177⅔이닝을 소화하며 15승 4패 평균자책점 2.63을, 3선발 류현진은 192이닝을 투구하며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나란히 맹활약했다. 선발 3인방이 따낸 승수만 무려 45승이었다.

이들의 동행은 그레인키가 2015시즌을 끝으로 옵트아웃을 실행하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6년 2억 650만 달러에 초대형 계약을 맺으면서 끝맺음을 했다. 류현진은 2019년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등극한 뒤 FA 시장에 나와 토론토와 4년 8000만 달러에 계약하고 다저스를 떠났다.

▲ 류현진이 444일 만에 승리를 신고했다.
▲ 클레이튼 커쇼는 어깨 부상을 딛고 최근 복귀전을 치렀다.
▲ 잭 그레인키는 1승 12패에 그치고 있다. 최근에는 부상자 명단에 오르기까지 했다.

이들 중 커쇼만 유일하게 다저스에 남아 있다. 커쇼는 줄곧 다저스에서만 뛴 '원클럽맨'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1년 2000만 달러에 재계약하면서 다저스를 떠나지 않았다. 여전히 커쇼는 스스로 건재함을 증명하고 있다. 물론 커쇼는 천하를 호령하던 예전과 비교하면 볼의 힘도 떨어졌고 각종 부상에 시달리면서 규정이닝을 채우기도 벅차지만 올해도 벌써 100⅓이닝을 던져 10승 4패 평균자책점 2.51로 활약하고 있다.

커쇼 역시 최근에 복귀전을 치렀다. 어깨 부상 이후 44일 만에 돌아온 커쇼는 지난 11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 선발투수로 나와 5이닝 3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를 펼쳤다. 최고 구속은 92.2마일(148km)이었지만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변화무쌍한 투구로 노련한 피칭을 보여줬다. 경기 후 커쇼는 "돌아와서 기뻤다. 다시 팀의 일원이 돼 팀의 승리를 도와 기쁘다. 다저스타디움에 다시 돌아와서 기분이 좋았다"라고 복귀 소감을 전했다. 2017년을 기점으로 조금씩 내리막길을 탄 것은 사실이나 그래도 커쇼는 커쇼다.

반면 그레인키는 은퇴의 기로에 서있다. 그레인키가 지금 뛰고 있는 팀은 캔자스시티 로열스. 현재 38승 81패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최하위에 머무르고 있다. 그레인키는 지난 해 친정팀 캔자스시티로 돌아왔고 137이닝을 던져 4승 9패 평균자책점 3.68로 노익장을 과시했으나 올해는 110⅔이닝을 소화하며 1승 12패 평균자책점 5.53에 그치고 있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그가 남긴 12패는 아메리칸리그 최다패 2위에 해당한다. 그의 팀 동료인 조던 라일스가 13패를 당하지 않았다면 불명예 1위에 오를 뻔했다. 게다가 지금은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15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등재된 상태다. 지난 7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전에서 4이닝 7피안타 5실점으로 고전한 것이 그레인키의 마지막 등판 기록으로 남아 있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을 앞두고 캔자스시티와 1년 85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그레인키가 내년에도 캔자스시티와 동행할지, 나아가 선수 생활을 연장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40대가 코앞인 그레인키는 당장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39세)이지만 개인 통산 3000탈삼진까지 45개만 남기고 있어 과연 쉽사리 은퇴를 결정할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다저스의 1~3선발로 활약하며 리그 최강 선발투수진을 구축했던 삼총사는 지금 뿔뿔이 흩어져 '고군분투'하고 있다. 수술대에 올랐던 류현진은 1년 여만에 돌아와 부활을 외치고 있고 커쇼는 전성기가 지났음에도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으며 그레인키는 곧 선택의 시간을 마주할 것으로 보인다. 점점 엇갈리는 세 투수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관심을 모은다.

▲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오른쪽)과 클레이튼 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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