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물 마시면 '깜짝깜짝' 시린 이 그냥 뒀는데…어, 갑자기 왜 이러지?

정심교 기자 2023. 8. 15.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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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단맛 음식, 아주 차갑거나 뜨거운 음식 등을 먹을 때 치아에 생기는 불청객이 '치통'이다. 보통은 씹을 때 통증이 발생하며, 잇몸이 붓고 역한 냄새의 분비물이 나오기도 한다.

이런 치통이 발생할 때 많은 환자는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한다. 각기 다른 말초 부위에서 온 감각 신경이 중추신경계에서 수렴하는 '폭주' 현상 때문이다.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치아와 바로 옆 치아, 그 치아가 맞닿는 위 또는 아래 치아까지 방사선 검사를 통해 함께 진단하는 이유다. 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오소람 교수의 도움말로 치통 단계별 증상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찬물 통증 → 뜨거운 물 통증 → 가만히 있을 때 통증
치통도 단계에 따라 증상이 다르다. 찬물 통증 → 뜨거운 물 통증 → 가만히 있을 때 통증 순으로 나타난다.

충치로 인한 치통의 경우 충치 범위가 작고 치아 내 신경인 치수가 변성되기 전이면 '찬물 마실 때 이가 시리다, 씹을 때 아프다, 음식물이 많이 낀다'는 증상을 호소한다.

치료를 방치해 충치가 더 진행하면 치수에 염증을 일으킨다. 오소람 교수는 "치아의 구조는 바깥층부터 법랑질·상아질·치수 순으로 구성된다"며 "치수는 단단한 경조직에 싸여 치아 안쪽에 위치한 연한 조직이다. 치수에 세포, 혈관 신경 조직 등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충치가 치수까지 침범하지 않았어도, 상아질의 미세한 통로를 통해 작은 세균, 세균 유래 부산물이 치수로 이동해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치수에 심한 염증·변성이 일어나면 특징적으로 '뜨거운 물에 아프다'는 증상이 나타난다.

치수에 염증이 급성으로 초래되면 아무 자극이 없어도 가만히 있을 때 치아가 욱신거리면서 몹시 아프고 찬물을 머금으면 오히려 통증이 줄어든다.

치통을 호소하는 환자가 원인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하면 진단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아픈 원인이 되는 치아를 정확하게 가리키지 못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로 치아 내부의 신경(치수)에는 고유 수용성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섬유가 분포하지 않아 위치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각기 다른 말초 부위에서 온 감각 신경이 중추신경계에서 수렴하는 '폭주' 현상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통증 시작 부위를 식별하기 어렵다. 예를 들면, 위 어금니가 원인인데 환자는 아래 어금니가 아프다고 하는 경우다. 이때 왼쪽·오른쪽은 혼동되지 않지만 위·아래, 또는 바로 인접한 치아 3~4개의 범위에서 통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환자가 통증으로 내원하면 치과에서는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는 치아, 바로 옆 치아, 그 치아와 맞닿는 위·아래 치아도 함께 검사한다. 오소람 교수는 "치통을 호소하는 환자는 기본적으로 치아의 파절, 충치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며 "치아 및 악골에 대한 방사선 검사는 충치를 확인하는 데 매우 유용하고 필수적인 도구"라고 말했다.

충치가 깊어 치수 변성되면 신경 치료 병행해야
환자의 치수 내 신경 및 혈관이 건강한지는 건전한 치아 바깥면에 전기를 흘려보내는 전기치수검사를 실시하거나, 냉·열 자극에 통증이 생기는지 확인한 후 여러 검사를 종합적으로 해석해 판단한다.

충치가 비교적 초기 단계라면, 즉 치아 내부 신경에 변성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원인을 제거해 통증을 해소할 수 있다. 충치를 제거한 후 치과 재료로 원래 치아 형태로 복구한다.

충치의 범위가 넓거나 충치가 발생한 지 오래돼 치아 신경인 치수에 변성이 일어난 경우는 근관 치료(신경 치료)를 진행한 후 치아를 원래 형태로 수복해야 한다. 이때 작은 어금니, 큰 어금니는 치아 전체를 감싸는 크라운을 씌워 수복해야 한다. 앞니는 근관 치료 후 치아와 같은 색깔의 재료인 레진을 충전해 치료할 수도 있다. 치아 부위 손실이 크거나 배열·형태를 바로잡고 싶은 경우에도 크라운 수복을 행한다.

통증 정도와 충치의 심각성이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롭고 예리한 통증, 시린 증상,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끼는 등 불편감이 나타나면 치과를 방문하는 게 좋다. 오 교수는 "간혹 충치로 인해 치수가 죽어 치아 뿌리 주변까지 염증이 진행된 경우, 통증을 전혀 겪지 않고 내원하는 환자도 있다"며 "치과 검진은 정기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진통제를 먹으면 치통이 줄어든다 해도 예리한 통증이 느껴지거나 찬물에 갑자기 시린 통증을 느낀다면 치과를 빨리 찾아야 한다. 갑자기 치아 사이에 음식물이 많이 끼는 경우에도 검진받아야 한다. 오소람 교수는 "특히 치아와 치아 사이에 충치가 생기는 경우 입을 벌리고 거울을 보아서는 충치를 발견하기 어려워 치과에서 방사선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만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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