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없는 날’도 배송…‘쿠팡 택배기사’도 쉬고 싶다
[앵커]
어제는 '택배 없는 날'이었습니다.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가 잇따르자 3년 전 정부와 택배회사들이 합의해 노동자 휴식 보장 차원에서 1년에 하루를 휴일로 지정한 겁니다.
하지만 이 택배 없는 날에도 여전히 쉬지 못하는 택배 노동자가 적지 않습니다.
배지현 기자가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택배 노동자 송재웅 씨가 화물칸에 가득한 택배를 나릅니다.
[송재웅/택배 노동자 : "전체 물량은 아직 모르긴 한데. 1회전(오전 물량)은 일단 한 170개 정도 나왔습니다."]
점심도 거른 채 두 시간 동안 아파트 세 단지를 돕니다.
택배 없는 날인데도 이렇게 일을 하는 이유, 송씨에게 일감을 주는 쿠팡은 휴무에 동참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송재웅/택배 노동자 : "택배 없는 날도 저희 택배기사를 위한 날 아닙니까? 그러면 CJ나 한진, 롯데처럼 우리들도 같이 형평성을 맞춰 가자."]
쿠팡은 우선 불참사유로 '정부와 택배사 간 합의 당시 당사자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내세웁니다.
또 쿠팡 자회사가 고용한 정직원은 언제든 연차 사용이 가능하고, 송씨 처럼 대리점 계약을 통해 일하는 특수고용직 택배 노동자들 역시 대체 근로자에게 일을 맡기고 언제든 쉴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노조의 실태조사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 10명 가운데 4명은 올여름 휴가 계획을 세우지 못했다고 답했습니다.
특히 '배송 수행률이 떨어질까봐', 또 '대체배송 인력을 못구해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습니다.
쉴 수 없는 건 아니지만, 일감이나 수입감소를 감내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진경호/택배노조 위원장/지난달 26일 : "쉬고자 만들었던 택배 없는 날이 쿠팡 택배노동자들에게는 폭주하는 물량을 쳐내야만 하는 죽음의 날로 기록될 수도 있는 우려가 있습니다."]
쿠팡은 실질적으로 휴무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에, 개별 대리점 경영에 개입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면서, 마켓컬리나 SSG, 편의점 택배 등도 휴무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휴무에 동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KBS 뉴스 배지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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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현 기자 (vetera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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