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건강한 복귀 반가운 TOR, 공 느리고 구위 떨어져도 "중요한 역할 맡을 가능성 UP"

[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서 투구 후 내려오고 있다. /AFPBBNews=뉴스1

류현진이 14일(한국시간) 시카고 컵스와 홈 경기서 투구하고 있다./AFPBBNews=뉴스1

부상에서 돌아온 류현진(36·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예상 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로 인해 골머리를 앓던 팀의 고민도 덜게 됐다.

캐나다 매체 토론토 스타는 14일(한국시간) "류현진은 현재 토론토가 필요로 하는 걸 그대로 해주고 있다"면서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이날 류현진은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의 로저스 센터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 2023 메이저리그(MLB) 홈 경기에 선발 등판, 5이닝 2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0자책)을 기록, 시즌 첫 승을 거뒀다. 또한 지난해 5월 27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444일 만의 선발승을 거두게 됐다.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 후 13개월 만에 돌아온 후 3번째 선발 등판에 나선 류현진은 초반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1회 초 1사 후 니코 호너를 볼넷으로 내보낸 후 이안 햅의 땅볼 때 1루수 브랜든 벨트가 실책을 저지르며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냈다. 결국 류현진은 4번 댄스비 스완슨에게 2타점 2루타를 내주며 선취점을 허용하고 말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이내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2회 주무기 체인지업을 앞세워 삼자범퇴 이닝을 만든 그는 3회에는 안타로 나간 니코 호너를 포수 대니 잰슨이 도루 저지에 성공하며 잘 막아냈다. 4회에는 LA 다저스 시절 동료 코디 벨린저에게 볼넷을 내주고도 후속 타자를 틀어막았고, 5회는 다시 한번 삼자범퇴 처리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타선에서도 힘을 보탰다. 0-2로 뒤지던 2회 말 무사 1, 2루에서 달튼 바쇼의 스리런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한 토론토는 이어진 찬스에서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와 조지 스프링어의 연속 적시타로 3점 차 리드를 만들었다. 류현진이 있는 동안 8점을 낸 토론토는 결국 11-4로 승리, 선발승을 안겨줬다.

냉정히 말해 아직 전성기 시절의 공은 아니다. 이날 류현진의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88.4마일(약 142.3km)로, 지난 8일 클리블랜드전(88.8마일, 142.9km)에 비하면 다소 떨어졌다. 이전에도 공이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아직 수술 전 구속으로 완전히 회복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아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이른바 '빈티지 류(Vintage Ryu)'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총 86개의 공 중에서 헛스윙은 5차례에 그쳤지만,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만 3개의 탈삼진을 기록하며 컵스 타선을 요리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미국 매체 NBC 스포츠 시카고에 따르면 존 슈나이더 토론토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꽤 놀랍다(Pretty remarkable)"며 "류현진은 정말 조금도 실수 한 적이 없다. 그는 강한 타구를 억제했다. 다치기 전 했던 모든 것을 복귀 후 첫 3경기에서 보여줬다. 류현진의 나이를 생각하면 정말 믿을 수가 없다.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는 그 일을 쉬워 보이게 만든다"고 찬사를 보냈다.

사실 류현진은 고교 시절 이후 2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게 되면서 여러 이들의 우려를 자아냈다. 북미관절경협회(AANA)의 지난 2016년 연구에 따르면 1999년 이후 당시까지 235명의 빅리그 투수가 토미 존 수술을 받았는데, 이 중에서 재수술을 받은 선수는 13.2%(31명)였다고 한다. 이중 첫 수술 후 2년 이상이 지나 재수술한 26명 중 메이저리그 복귀에 성공한 사람은 17명(65.4%), 10경기 이상 투구한 선수는 11명(42.3%)에 불과했다.

매체 역시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 일반적으로는 18개월은 돼야 완전히 회복한 느낌이 든다"며 "이는 토론토나, FA(프리에이전트)를 앞두고 있는 류현진에게 좋은 신호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수술대에 오른 류현진은 18개월 재활을 했다면 '쇼케이스' 없이 시장에 나와야 할 판이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여기에 토론토는 케빈 가우스먼-호세 베리오스-크리스 배싯-기쿠치 유세이의 4선발은 잘 굴러가고 있으나, 나머지 하나가 문제였다. 이 자리의 주인인 알렉 마노아는 지난해 16승과 평균자책점 2.24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3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3승 9패 평균자책점 5.87에 그쳤다. 이미 마이너리그에서 한 차례 조정을 거쳤으나 완벽히 돌아오진 못했고, 결국 최근 들어 다시 로테이션에서 탈락해 마이너로 강등됐다. 또한 최근 토론토는 '죽음의 17연전'을 하면서 6인 로테이션을 가동했는데, 류현진의 역할이 중요했다.

매체는 "류현진의 복귀가 다소 흔들릴 수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는 완벽하게 이어지고 있다"면서 "마노아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류현진은 예상보다 좋은 투구로 응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토론토가 마음 놓고 마노아를 마이너리그로 다시 내려보낸 것도 류현진의 역할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토론토는 14일 기준 시즌 승률 0.550으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3위에 위치하고 있다. 포스트시즌 진출권인 와일드카드 3위에 올라 가을야구가 유력하다. 만약 류현진이 이대로 전성기의 공을 되찾는다면 플레이오프에서도 1, 2선발을 노려볼 수 있다.

류현진. /AFPBBNews=뉴스1

류현진. /AFPBBNews=뉴스1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