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 약값 600만원, 돈없어 포기하지않게" 유한양행의 결단, K-바이오 새 장을 열다 [메디노트]
제 78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가와 국민에 대한 헌신을 신조로 삼은 ‘독립운동 기업’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한국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바이오 산업의 선두주자로 설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솔솔 나오고 있다.
의료계 현장 역시 렉라자를 반기는 분위기이다. 렉라자 임상 시험을 주도했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임선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는 국제적으로 EGFR 돌연변이 1차 치료에 사용되는 약으로 널리 인정 받는 약이었는데, 앞으로 렉라자와 경쟁이 예상된다”며 “이는 폐암 환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이다. 치료 옵션이 한가지 더 늘었다는 것이고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임 교수는 “렉라자는 뇌전이를 동반한 환자, EGFR 엑손 19 결손 환자, EGFR 엑손 21(L858R) 치환 변이 환자에 대한 하위집단 분석에서도 우수한 효과가 일관되게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임상 시험을 주도했던 영남대학교병원 이경희 교수는 “렉라자 개발이 성공한 것 만으로도 환자들이 희망을 가졌는데, EAP를 실시한다고 했을 때 이들의 희망은 더 커졌다”며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치료를 주저하던 환자들도 렉라자의 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교수는 “과거 독립운동을 한 유한양행이 글로벌 블록버스터가 될 가능성이 있는 국산 약을 개발한 것에 더불어 이를 환자들에게 무상으로 공급하겠다고 선언했다”며 “한국 바이오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길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며 유일한 박사도 분명 이 결정을 반겼을 것”이라고 했다.
임 교수는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폐암 발생자 수는 31,994명이고, 그 중에 84.1%는 비소세포폐암이다.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이 3분의 1을 차지하며, 이 중의 3분의 1에서 EGFR 돌연변이가 발견되고 있다”며 “따라서 약 3000명의 EGFR 돌연변이 폐암 신환 환자들에게 3세대 표적치료제인 렉라자가 무상공급이 되는 것은 환자들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고 큰 희망이 된다. 많은 환자들이 3세대 표적치료제의 효과를 통해 생존 기간에 실질적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렉라자의 EAP를 강력하게 추진한 유한양행 R&D 김열홍 사장은 “암환자 치료 임상 현장에서 가장 아쉽게 느낀 점이 암환자와 가족들이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음에도 고가의 의료비용 때문에 제대로 치료받을 수 없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신다는 점”이었다며 “거의 모든 항암제는 글로벌 제약회사가 만든 약이었고, 다른 국가에서의 약가 정책과 맞물려 우리나라에서의 약가 협상이 늦어져 보험급여까지 통상적으로 수년이 걸렸다. 그 기간 동안 암환자들의 여러 어려움은 더욱 심해졌다”고 짚었다.
김 사장은 “EAP를 추진하면서 단기적으로는 수익 대신 추가비용 부담만 있을 수는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내부에서도 EAP 시행을 면밀히 검토해보자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국내 제약회사로써 신약을 개발한 목적이 사회환원에 있기 때문에 환자들 치료접근 제공이 우선이고, 추후 렉라자의 매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올리면 될 것이라는 공감대를 이루어 갔다“고 떠올렸다.
김 사장은 ”유한양행은 기업경영의 목표를 이윤추구에 두지 않고 건전한 경영을 통한 사회 헌신을 창업이념으로 하신 유일한 박사의 고귀한 뜻을 이어받은 우리 국민의 회사”라며 “암환자들이 보험급여가 될 때까지 효과적인 약제를 경제적 부담 없이 투여받을 수 있는 EAP를 추진하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었다”라고 말했다.
유한양행의 렉라자로 대표되는 바이오 산업은 문재인 전 정부, 윤석열 정부로 이어지는 동안 장려된 대한민국의 새로운 먹거리 산업이다. 지난 2019년 5월 문재인 전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우리나라 바이오헬스 산업이 신산업성장동력으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밝혔고, 성장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다.
문 전 대통령은 당시 “우리나라의 능력과 수준을 정작 우리 자신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바이오헬스 산업 분야의 경쟁력도 그중 하나”라며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우리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고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지난해 “박정희 대통령이 중화학 공업을 상징하는 대형 공장들과 건설 현장을 많이 다녔듯이 저는 연구소를 많이 다닐 것”이라며 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했다.
이러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속, 유한양행은 렉라자를 통해 한국 바이오 산업의 태동을 보고 있다. 김 사장은 “한국의 바이오분야 기초 과학자들의 역량은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하여 바이오산업의 기초는 매우 탄탄하다. 임상연구 역량과 진료시설도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유한양행의 렉라자 성공 경험과 노하우를 다른 연구자 및 기업들과 공유하여 국내 신약개발 능력을 올리는데 기여를 해보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제약회사에서도 글로벌 제약회사로 발돋움하는 회사가 탄생하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바이오 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료진의 바램과 밝은 전망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임선민 교수는 “핑크빛 전망이 예측된다”며 “신약 발견은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다국적제약회사들만의 것이었으나, 유한양행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혁신적인 폐암 표적치료제 개발에 성공했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추후 새로운 표적치료제뿐 아니라 다른 면역 치료제의 개발로도 선순환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예상했다.
이경희 교수는 “현재 국내 의료진과 제약사들의 축적된 지식 수준과 능력은 충분히 우수한 바이오 산업을 양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라고 했으며, “국내 제약사들이 연구 중인 약물 파이프라인들이 빛을 발현해 미래의 한국이 의료·메디칼 강국이 되었으면 한다”고 희망했다.
유한양행 오세웅 중앙연구소장은 “한국의 신약 연구개발 역량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제약바이오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증가되어 향후 한국을 주도할 주요 산업 중의 하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며 “렉라자가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다면 이는 우리나라 신약개발 역량을 증명하고, 최근 위축된 제약바이오의 신약개발 환경을 전환할 수 있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오 소장은 “현재 회사는 환자 자신의 면역계를 활성화하여 장기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면역항암제 개발과 환자 개개인의 암특성에 맞는 정밀의학 기반의 표적항암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를 더욱 가속화 하고자 한다”고 유한양행의 도전이 렉라자에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렉라자 개발과 성공의 경험을 시작으로, 대한한국의 제약업계가 민족 바이오 주권을 지키는 동시에 미래 세대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을지, 오늘 광복절에 그 향후 행보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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