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단지 21곳 가운데 6곳…‘시공 오류’는 왜 발생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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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을 넘겨받은 건설사의 시공 단계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사례도 적잖다.
인천 검단 단지의 경우 건축사의 설계도면에 표시됐던 전단보강근 필요 기둥이 시공사인 지에스(GS)건설이 총괄한 철근 배근 상세도에는 누락된 사례도 적잖게 발견된다.
인천 검단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단보강근 누락 기둥 292곳 중 255곳은 구조도면(설계) 오류 때문이었고 나머지 37곳은 시공 오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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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도면을 넘겨받은 건설사의 시공 단계에서 전단보강근(철근)이 누락된 사례도 적잖다. 지난 4월 공사 중 지하주차장이 무너진 인천 검단 단지에 더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전수조사 중 철근 누락이 확인된 단지 21곳 중에서도 최소 6곳에서 시공 오류가 발견됐다. 시공 오류는 ‘감리 실패’와도 곧장 연결된다.
시공 오류 왜 발생하나?
철근 누락 단지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시공 중 철근이 누락되는 첫 과정은 시공사가 설계도면을 토대로 ‘철근 배근 상세도’를 작성하면서다. 인천 검단 단지의 경우 건축사의 설계도면에 표시됐던 전단보강근 필요 기둥이 시공사인 지에스(GS)건설이 총괄한 철근 배근 상세도에는 누락된 사례도 적잖게 발견된다. 인천 검단 사고조사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전단보강근 누락 기둥 292곳 중 255곳은 구조도면(설계) 오류 때문이었고 나머지 37곳은 시공 오류였다.
‘철근 배근 상세도’ 작성 오류 배경엔 ‘하도급 구조’가 있다. 한 건축공학 분야 전문가는 “시공사가 샵드로잉(shop drawings·철근 배근 상세도)을 할 때 많은 경우 영세 업체에 하도급을 준다”며 “하도급을 받은 업체 상당수는 무량판 구조를 잘 모르거나 기술력이 취약한 탓에 샵드로잉을 하면서 전단보강근은 빠뜨리고 익숙한 기본 철근만 그려넣는 일이 있다”고 전했다.
전수조사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된 21개 단지 중 2곳(남양주별내·음성금석)에서는 작업자들이 다른 층 도면을 보고 배근 작업을 해 문제가 생긴 경우다. 이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은 애초 시공상세도가 충분히 자세하지 않았거나, 현장 관리자나 노동자들이 무량판 구조도면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문제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강미선 이화여대 교수(건축학)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상태에서 현장에 대거 투입되면서 도면 해독 오류 발생 우려도 커졌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은 작업 중 철근 누락을 눈치채더라도 고용 불안 탓에 관리자나 외부에 알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구조기술사에게 폭넓은 역할 맡겨야”
감리가 시공 오류를 잡아내지 못한 점도 문제다. 인천 검단 사고조사위원장인 홍건호 호서대 교수(건축토목공학)는 “인천 검단 사례의 경우 감리업체 검측 리스트에 전단보강근이 아예 없었다”며 “비교적 신규 공법을 잘 모르는 은퇴한 건축사들이 감리업체에 많은 점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무량판 공법의 특수성과 충분한 역량의 감리 업체가 시장에 부족한 점을 고려해, 구조계산 전문가인 구조기술사가 설계-시공-감리 전 단계에서 폭넓게 투입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행 법령이 구조기술사에게는 시공 전 구조계산 역할까지만 부여하고 있어 부실시공과 부실감리가 제때 잡히기 어렵다는 것이다.
홍건호 교수는 “국외에서는 시공 중에도 필요할 때마다 컨설팅을 해주는 구조기술사가 있다”며 “우리도 중간에 설계가 변경되거나 배근 상태가 이상한 것이 발견되는 경우 구조기술사에게 자문해 조언을 듣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란 단국대 석좌교수(건축공학)는 “건물의 뼈대와도 같은 구조물에 대한 감리는 건축사가 아니라 구조기술 전문가가 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태호 최하얀 기자 e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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