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괴 오명 벗어야 하는데… 정유업계 친환경 전환 막는 규제

최유빈 기자 2023. 8. 15.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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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외풍에 흔들리는 정유업계] ③ 규제 해소로 친환경 전환 지원해야

[편집자주]정유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 영향을 낮춰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올 상반기 실적 악화를 경험한 정유업계는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유가를 등에 업고 실적 잔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횡재세 논의가 재발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친환경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규제 탓에 여의치 않다.

정유업계가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각종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기사 게재 순서
①냉탕·온탕 '롤러코스터' 정유업계… 안정적 수익 창출 방법은
②하반기 실적 반등 예고에도… 정유업계 못 웃는다
③환경 파괴 오명 벗어야 하는데… 정유업계 친환경 전환 막는 규제
정유업계가 친환경 사업을 확대하는 상황에서 정부도 규제 개선을 통해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신사업에는 막대한 시간과 자원이 투입되는 만큼 정유업계가 친환경 기조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각종 제약을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기차 시대에 진화하는 주유소… 제도 개선 필요성↑


에너지슈퍼스테이션 SK박미주유소 전경. /사진=SK이노베이션
내연기관차 시대가 저물고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주유소의 역할도 변하고 있다. 미래 주유소는 태양광과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복합 에너지 센터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SK에너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미래형 융복합 충전소인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실증을 마쳤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은 주유소에 설치한 태양광, 연료전지 등 분산전원을 통해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 충전에 사용하는 주유소 기반 혁신 사업 모델이다. 기존 주유소에 충전 시설을 설치해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어 부족한 전기차 충전 인프라를 보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이 미래형 주유소로 각광 받는 가장 큰 이유는 원거리 송전으로 인한 '전력 손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국내의 발전원은 대부분 해변에 위치해 수요지인 도심으로 전송 시 손실이 발생한다. 약 3000개의 SK주유소를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으로 전환할 경우 8000억원의 전력 손실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 실증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규제를 일부 해소했다. '위험물안전관리세부기준'을 개정해 주유소에 설치 가능한 설비에 수소연료전지를 포함했다. 기존 규정은 태양광, 전기차 충전기에 한정돼 연료전지를 설치할 수 없었기에 SK에너지가 규제 샌드박스를 신청했었다.

일부 규제 완화에도 업계에선 추가 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유소가 발전 기능을 갖추게 됐으나 발전된 전기가 곧장 지역사회에 활용되지 못하고 한전을 거쳐야 한다는 번거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기사업법상 발전사업자가 전기판매업을 겸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유소가 태양광, 연료전지 등으로 생산한 전기를 한국전력에 판매해야 하고, 다시 한전에서 전기를 구매해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법령 개정을 통해 주유소에서 생산된 전기가 소비자에게 바로 전달된다면 진정한 의미의 친환경 주유소로 거듭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에너지 슈퍼 스테이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주유소의 발전 기능은 제도가 개선되면서 추진할 수 있게 됐다"면서도 "전력사업법 때문에 한전에 전기를 팔 수밖에 없어 주유소에서 발전된 전기로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사각지대에 놓인 '바이오 항공유'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미지투데이
국제 항공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바이오 항공유 개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지속 가능 항공유(SAF) 사용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2025년부터 EU에서 이륙하는 비행기는 항공기 급유 시 기존 항공유에 SAF를 최소 2% 이상 섞어야 한다. 의무 포함 비율은 ▲2030년 6% ▲2035년 20% ▲2050년 70%로 확대된다.

강화되는 환경 규제로 바이오 항공유 시장은 지속해서 성장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2020년 0%에 그쳤던 항공부문의 바이오연료 의존도는 ▲2030년 17.1% ▲2050년 77.1%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전 세계 바이오 항공유 수요량이 2025년 80억톤에서 2050년 4490억톤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바이오 항공유 상용화를 위해 관련 법령이 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석유사업법은' 바이오디젤, 바이오중유, 바이오가스, 바이오에탄올 등만을 바이오 연료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석유정제업자가 '원유'를 정제해 석유제품을 생산하도록 한정해 친환경 대체원료를 투입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바이오연료에 대한 유통규제에 비해 정책적 지원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바이오연료 생산자는 품질검사는 물론 제조, 수출입판매업으로 등록할 의무가 있으며 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이 부과된다. 해외의 경우 바이오연료 생산·보급 시 세금 혜택을 비롯해 대출, 보조금 등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어 국내에서도 지원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정유, 항공업계와 바이오 항공유 실증사업을 진행하고 2026년 국내에 도입할 예정이다. 국내 생산 개시 전 보급 확산에 필요한 품질 기준을 마련한다는 목표다. 정유사가 해외 바이오 항공유를 도입한 뒤 항공사에서 이를 시험운항에 활용 후 석유관리원이 도입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항공유의 국내 상용화를 위해선 법적 근거 마련은 물론 초기 시장 진입자들을 위한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정부의 계획대로 2026년부터 바이오 항공유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속도감 있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유빈 기자 langsam4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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