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추수기' vs 이마트는 '이앙기'...유통업계 승자는
올 2분기에도 유통업계 승자는 쿠팡이었다. 쿠팡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을 내며 2분기 연속 이마트 매출을 넘어섰다. 매출격차는 더 커졌다. 이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은 더 커졌다.
하지만 이는 이마트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적 후퇴'에서 기인한 측면이 크다. 이마트는 앞서 투자를 진행한 리뉴얼 점포투자효과 등을 기반으로 하반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은 늘어났지만 수익성이 나빠졌다. 영업손실은 53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영업손실 123억원) 보다 손실폭이 330% 커졌다. 당기순손실도 103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31억원) 보다 확대됐다.
쿠팡은 지난 1분기에 이어 2분기 연속 매출에서 이마트를 앞질렀다. 지난 1분기 2036억원이었던 매출 격차도 4038억원으로 커졌다. 쿠팡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6조3500억원) 대비 21% 늘어난 7조6749억원(58억3788만달러·분기환율 1314.68)이다.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달성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940억원(1억4764만달러)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4분기 연속 영업흑자를 이어갔다. 당기순이익도 분기 역대 최대인 1908억원(1억4519만달러)을 기록했다.
쿠팡은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한 이후 6조원에 이르는 누적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왔다. 로켓배송 물류망 구축에만 6조2000억원을 투자했다.
그 결과 '우리나라 인구 70%는 쿠팡 물류센터 반경 15분 거리인 쿠세권에 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촘촘한 물류망을 구축했다. 쿠팡은 인프라 투자가 마무리되자 지난해 4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했고 올해는 첫 연간흑자를 바라보고 있다.
반면 유통강자였던 이마트는 마트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자 '체험형 콘텐츠'를 내세우며 '미래형 마트'를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하기 시작했다.
농사로 치면 쿠팡이 추수기(秋收記)에 들어선 상태라면 이마트는 새롭게 볍씨를 뿌리는 이앙기(移秧期)인 셈이다. 쿠팡과 이마트의 승패는 이마트가 뿌린 볍씨가 다 자란 이후 추수기에 돌입해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는 얘기다.
이마트는 이미 투자의 성과가 조금씩 빛을 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재개장한 리뉴얼 점포 8개의 사례를 보면 리뉴얼 후 매출이 약 10% 증가했다. 지난달 21일 '더 타운몰'로 리뉴얼한 킨텍스점은 개장 20여일 만에 약 30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고 매출도 전년대비 약 27% 늘었다.
이마트 관계자는 "하반기에 리뉴얼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 이마트 실적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마트가 3조4404억원을 들여 인수한 G마켓의 성공 여부가 쿠팡과 이마트의 승패를 가를 것이란 전망이다. G마켓은 이마트가 인수한 후에도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올해 4분기를 G마켓의 손익분기점(BEP)으로 보고 있다. G마켓이 성공적으로 BEP를 달성하게 되면 오프라인 시장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시장영역을 확대하게 되는 셈이다.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가장 전도 유망하다고 평가받는 편의점(이마트24) 시장에서도 차근차근 점포수를 늘리며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이마트24는 올해 130개의 점포가 늘어 총 점포수는 6642개다.
온라인 시장만으로 사업을 하고 있는 쿠팡은 유통업계 매출 1위 자리를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추수기에 접어든 쿠팡은 시장점유율 확대가 관건이다. 최근 투자를 이어가고 있는 국내 배달시장(쿠팡이츠)과 대만시장도 쿠팡의 성장잠재력 확대의 열쇠를 쥐고 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쿠팡 이츠 사업은 전체 비즈니스의 플라이휠(성장을 만드는 선순환의 수레)을 가속화하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대만 사업도 한국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수익을 내기 시작한 쿠팡은 시장 점유율을 어느 정도까지 넓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며 "이마트는 오프라인 점포 리뉴얼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G마켓까지 성공한다면 쿠팡을 위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우 기자 minu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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