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실적 반등 예고에도… 정유업계 못 웃는다

이한듬 기자 2023. 8. 15.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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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외풍에 흔들리는 정유업계] ② 하반기 낙관 전망에도 하방 리스크 여전

[편집자주]정유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 영향을 낮춰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올 상반기 실적 악화를 경험한 정유업계는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유가를 등에 업고 실적 잔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횡재세 논의가 재발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친환경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규제 탓에 여의치 않다.

SK이노베이션 울산콤플렉스(CLX) 전경. / 사진=김동욱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냉탕·온탕 '롤러코스터' 정유업계… 안정적 수익 창출 방법은
②하반기 실적 반등 예고에도… 정유업계 못 웃는다
③환경 파괴 오명 벗어야 하는데… 정유업계 친환경 전환 막는 규제

상반기 실적 부진에 신음한 정유업계가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반등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실적을 좌우하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이 조금씩 상승하면서 3분기부터는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 등 하방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실적 개선에 성공하더라도 횡재세 등 압박이 재점화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바닥 확인한 2분기, 하반기 전망 '청신호'


올해 2분기 국내 정유4사의 실적은 악화됐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손실 106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같은 기간 에쓰오일(S-Oil) 영업이익은 97.9% 급감한 364억원, HD현대오일뱅크도 97% 쪼그라든 361억원을 거두는데 그쳤다. GS칼텍스는 19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정유4사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353억원 적자다. 1분기와 합한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은 1조403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2조3304원)와 비교하면 9분의1 수준이다.

하반기 전망이 낙관적이라서 위안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SK이노베이션 하반기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1조3911억원으로 전년 동기(-609억원) 대비 개선되며 흑자전환 할 전망이다. 에쓰오일 역시 3분기와 4분기를 합쳐 하반기 총 942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3513억원)과 비교하면 3배에 달한다. 비상장사인 HD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실적개선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에 따른 공급 부족과 미국 재고 감소, 글로벌 수요 증가 등이 겹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해 우호적인 시장환경이 조성될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 국제유가는 상승 추세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월4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7.11달러로 한 달 전 7월4일(75.20달러)보다 12달러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도 배럴당 각각 74.65달러에서 86.24달러, 69.79달러에서 82.82달러로 12~13달러 뛰었다.

2분기 평균 배럴당 4.03달러에 그쳤던 정제마진도 8월 첫째 주 11.5달러로 치솟았다. 정제마진은 원유를 정제해 나온 석유제품 가격에서 고정비를 제외한 이익으로, 가격이 높을수록 마진을 많이 남긴다는 의미여서 정유사 실적 호재로 해석할 수 있다.

이진명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3분기 드라이빙 시즌 등에 따른 수요 회복이 지속되는 가운데 OPEC+ 감산 및 역내 정기보수 영향으로 공급 증가는 제한적"이라며 "정제마진의 우상향 추세가 점차 확대돼 견조한 실적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낙관 전망에도 증권사 불안한 이유는


장밋빛 전망에도 증권사들은 하반기 업황을 낙관할 수 없다고 말한다. 대내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하방 리스크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제 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는 미미하다.

당초 업계는 올해 초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해제에 따라 한국의 대중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전체 대중 수출액은 602억달러로 오히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 감소했다.

석유제품의 수출액도 274억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과 견줘 23.6% 줄었다. 지난 7월만 놓고 봐도 석유제품 수출액은 36억86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2% 위축됐는데 이 같은 감소폭은 15대 주요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컸다.

코로나19 재확산도 불안 요소다.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은 올 상반기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을 선언하며 마스크 착용·격리의무를 비롯한 방역규제를 완화했지만 최근 감염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첫주 2만1856명이던 국내 일평균 확진자 수는 같은 날 넷째주 4만4844명으로 늘었다.

이달 중순 최대 7만6000명까지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선 방역지침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휴가철(드라이빙 시즌)에 휘발유와 경유, 항공유 등 석유제품 수요 확대 수혜를 기대하던 정유업계에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정유업계가 실적 개선에 성공하더라도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국내 기름값이 오르면서 국민들의 유류비 부담이 늘고 있어서다.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8월7일 기준 전국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86.42원으로 17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기름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유업계가 호실적을 달성할 경우 해묵은 '횡재세' 논란이 재점화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지난해 정유사들이 최대 실적을 거두자 국회를 중심으로 "정유사가 과도한 이익을 걷고 있다"며 횡재세 도입을 주장한 바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실적이 좋을수록 법인세를 많이 내기 때문에 횡재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건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특히 기업의 이익 증가분에는 업황에 따른 호재 외에도 사업구조 고도화와 체질개선 등 기업의 뼈를 깎는 노력이 담긴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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