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키이우 깜짝 방문한 獨 재무장관 "순항미사일 지원 공감"
숄츠 총리 "매우 신중히 숙고"…슈피겔 "사거리 제한해 지원할 듯"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깜짝 방문한 크리스티안 린트너 독일 재무장관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필요성을 공감한다고 밝혔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였지만 전쟁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결단을 내려야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린트너 장관은 14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군에 독일의 장거리 순항미사일 '타우러스'(Taurus)를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 질문을 받자 "많은 사람들이 지원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데 본인도 그렇다"며 "조만간 이와 관련한 궁금증이 해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린트너 장관은 또한 "우리는 우크라이나 편에 서 있다. 계속해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법을 논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는 전쟁에서 패배해선 안 된다"며 "개전 이래 독일은 지금까지 인도적, 재정적, 군사적인 명목으로 총 220억유로(약 32조원)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고 언급했다.
린트너 장관은 이후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도 자국 전차인 레오파르트가 오랜 논의 끝에 지난 1월 처음으로 지원된 선례를 염두에 두고 "과거보다 더 빠르고 짧은 시간 안에 (타우러스 지원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숄츠 총리는 같은 날 독일 ZDF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타우러스 지원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과거와 마찬가지로 모든 결정을 매우 신중하게 숙고하겠다"며 원론적인 입장만을 재차 밝혔다.
타우러스는 MBDA 독일 지부가 스웨덴 방산업체 사브와 합작으로 만든 공대지 순항미사일이다. 사거리만 500㎞ 이상을 자랑하며 순항미사일 특성상 저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적의 방공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다.
F-15 또는 F-18 전투기에 장착되며 주로 지휘 벙커, 연료 탱크, 비행장·교량 등 군사적 가치가 높은 시설을 정밀 타격하는데 사용된다. 독일 공군은 현재 타우러스 미사일 500기를 보유 중이며 이 중 150기는 즉각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우크라이나는 지난 5월 봄철 대반격을 앞두고 독일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지원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그러나 숄츠 총리는 우크라이나군이 사거리가 긴 타우러스 미사일을 활용해 러시아 본토를 직접 공격할 가능성을 우려해 지원을 꺼려 왔다. 크렘린궁도 지난 6월 독일과 프랑스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에 순항미사일을 지원할 경우 "역내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반격이 한계에 부딪히고 전선이 고착화됨에 따라 독일 내부에서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지원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집권여당인 사회민주당(SPD) 소속 안드레아스 슈바르츠 의원은 13일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는 반격을 뒷받침할 공군력이 없다"며 "러시아의 지뢰밭을 넘어서 영토를 탈환을 가능하게 하는 건 타우러스 같은 미사일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사민당 외교정책 대변인 닐스 슈미트 의원은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타우러스가 러시아 영토를 표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다면 이를 제공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실제 인도를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된 정황도 포착됐다. 11일 슈피겔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독일 정부가 MBDA와 타우러스 순항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인도 방안으르 협의하고 있으며 러시아 본토 타격을 막기 위해 기술적으로 사거리를 제한하는 방법을 제조사 측과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이 타우러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넘기게 되면 영국·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로 순항미사일을 제공한 국가가 된다. 영국은 지난 5월 우크라이나에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톰 쉐도우'를 지원했고 지난달에는 프랑스가 공대지 순항미사일 '스칼프'를 보냈다. 둘다 영불이 합작 개발한 미사일로 사실상 같은 기종이며 사거리는 250㎞로 타우러스에 비해 짧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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