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탕·온탕 '롤러코스터' 정유업계… 안정적 수익 창출 방법은

김동욱 기자 2023. 8. 15.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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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외풍에 흔들리는 정유업계] ① 정유 외 사업 확대… 포트폴리오 다각화 집중

[편집자주]정유업계가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 영향을 낮춰 안정적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정제마진 하락으로 올 상반기 실적 악화를 경험한 정유업계는 하반기에는 나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유가를 등에 업고 실적 잔치를 한다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횡재세 논의가 재발할 수 있는 것도 부담이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친환경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데 규제 탓에 여의치 않다.

정유업계가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로 인한 실적 변동을 겪고 있다. /그래픽=이강준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냉탕·온탕 '롤러코스터' 정유업계… 안정적 수익 창출 방법은
②하반기 실적 반등 예고에도… 정유업계 못 웃는다
③환경 파괴 오명 벗어야 하는데… 정유업계 친환경 전환 막는 규제
국내 정유업계가 실적 급등락에 고심이 깊다. 업계 특성상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올 수밖에 없어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 영향을 많이 받는 탓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화석연료 기반 정유사업 외에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는 배경이다.


정제마진·국제유가에 실적 좌우되는 韓 정유사


/그래픽=이강준 기자
SK에너지 실적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SK이노베이션 석유 사업 부문은 올 2분기 매출 10조7429억원, 영업손실 411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3.4%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됐다. 지난해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4조161억원, 2조2291억원이다. 같은 기간 S-OIL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1.7%(11조4424억원→ 7조8196억원), 97.9%(1조7220억원→ 364억원) 줄었다. HD현대오일뱅크는 매출이 20.8%(8조8008억원→ 6조9725억원), 영업이익이 97.4%(1조3703억원→ 361억원) 각각 감소했다. GS칼텍스는 매출이 33.1%(16조988억원→ 10조7733억원) 축소되고 적자 전환(영업이익 2조1321억원→ 영업손실 192억원)했다.

정유업계 실적 악화는 정제마진 하락 영향이다. 올 2분기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평균 배럴당 4.0달러로 손익분기점(배럴당 4~5달러) 수준에 그쳤다. 2022년 2분기(평균 배럴당 21.5달러) 대비 81.4% 급감했다. 빠른 금리 인상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면서 글로벌 석유제품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영향이다. 수요 회복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저조한 것도 정제마진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에서 원유 가격을 뺀 값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구조가 해외에서 들여온 원유를 가공해 석유제품으로 만든 뒤 판매하는 방식인 만큼 한국 정유업체들의 실적은 정제마진에 의해 결정된다. 정유 4사(SK에너지·S-OIL·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으로 인한 수요 부진 탓에 정제마진이 마이너스(-)까지 떨어졌던 2020년 총 4조5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해제돼 정제마진이 배럴당 30달러 가까이 올랐던 2022년 상반기에는 총 11조3000억원에 가까운 흑자를 거뒀다.

국제유가도 국내 정유사 실적에 영향을 준다. 원유를 매입했던 시기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재고 가치가 올라 회계상 이익으로 기록된다. 반대 경우에는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한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악화했던 2020년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평균 가격은 배럴당 42.3달러로 집계됐다. 전년도 평균(배럴당 63.5달러) 대비 33.4% 하락이다. 실적 개선에 성공했던 2022년 상반기 두바이유 평균 가격은 전년도 하반기보다 36.3%(배럴당 75.0달러→ 102.2달러) 상승했다.


정유사들의 '탈정유' 4社 4色


경기 시흥 SK시화산업주유소 활용 조감도. /사진=SK에너지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등 외생변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유 외 사업에 힘쓰고 있다. SK에너지는 도심형 물류 플랫폼을 추진한다. 경기 시흥 소재 SK시화산업주유소를 철거하고 당일 배송이 가능한 도심형 물류시설(MFC)로 개발할 방침이다. 지난해 12월에는 네이버와 협약을 맺고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들의 상품을 공동 집하하는 '더 착한 택배'를 선보였다. 물류기술 혁신을 위한 인공지능(AI), 클라우드 개발에 투자하고 SK 주유소에 구현할 계획이라는 게 회사 관계자 설명이다.

S-OIL은 오는 2026년 6월 완공을 목표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샤힌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투자금만 9조2580억원에 달하는 이 프로젝트는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와 같은 대규모 석화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게 골자다. 해당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S-OIL의 석화사업 비중은 기존 12%에서 25%로 늘어날 전망이다. S-OIL은 석유에서 화학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기업 체질을 바꿔나가겠다는 목표다.

HD현대오일뱅크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에 집중한다. 식물자원을 원료로 에너지원과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을 확대하는 데 방점을 찍은 것. 올해 대산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 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하고 내년까지 대산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오일 생산설비로 전환할 계획이다.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 생산과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 활용 사업 등도 추진해 오는 2030년까지 연간 100만톤에 달하는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수소 밸류체인 구축에 힘을 싣는다. 한국남동발전과 청정수소 생산·공급·활용 및 기타 탄소중립 사업에 협력하기로 했다. GS칼텍스가 청정수소 생산설비 구축 및 운영사업,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사업을 맡고 한국남동발전은 수소·암모니아 도입 및 혼소 활용 등 발전 설비 구축 등을 담당한다. GS칼텍스는 대한항공과 바이오 항공유 실증을 추진하는 등 에너지전환과 같은 미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근원적 혁신인 '딥 트랜스포메이션'(Deep Transformation)을 실행하는 데 회사 역량으로 집중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ase8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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