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우유 3000원 시대’ 눈앞… 밀크플레이션 오나 [심층기획]
10월부터 음용유 원유 ℓ당 88원 인상
7월 우유 물가 9.3%↑… 9년 만에 최고
커피·아이스크림 등도 가파른 상승세
정부, 물가 자극 우려에 인상 자제 요구
“안 올린 업체, 가공유 구입비 지원 확대”
먹거리 물가가 출렁이고 있다. 폭염과 수해, 태풍까지 이어지면서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던 물가가 장바구니 품목을 중심으로 다시 요동치는 분위기다. 여기에 우유값 인상이라는 변수도 대기 중이다. 우유 가격은 오는 10월부터 인상이 예고된 상태다. 낙농진흥회가 원유 기본가격을 ℓ당 88원 올리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흰우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ℓ당 3000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우유 가격 인상은 커피, 아이스크림 등 다른 제품까지 연쇄적으로 값이 오르는 ‘밀크플레이션’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우유값 상승으로 인한 물가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입장이지만, 하반기 물가 상승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최근 낙농진흥회는 음용유 원유 가격을 ℓ당 88원, 가공유용 원유 가격을 ℓ당 87원 올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10월1일부터 흰우유 등 신선 유제품 원료인 음용유 원유 가격이 ℓ당 1084원, 치즈 등 유가공제품 원료인 가공유용 원유는 ℓ당 887원이 된다.
원유 가격 결정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우유생산비다. 원유 가격은 올해부터 시행된 새로운 낙농 제도에 따라 통계청에서 발표하는 우유생산비와 시장 상황을 고려해 협상으로 결정된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시중에서 판매되는 흰우유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크다. 원유 가격이 ℓ당 49원 인상된 지난해에도 흰우유 가격은 일제히 상승했다. 당시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우유 제품의 가격을 평균 6% 인상했다. 흰우유 1000㎖의 제품 가격이 6.6% 상향됨에 따라 대형마트 기준 2710원이었던 1000㎖ 우유 가격은 2800원 후반대로 형성됐다. 매일유업은 흰우유 900㎖ 제품 가격을 2610원에서 2860원으로 9.57%, 남양유업 역시 900㎖ 기준 2650원에서 2880원으로 8.67% 각각 인상했다.
우유 가격 인상은 다른 품목의 연쇄 인상으로 이어진다. 우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커피, 아이스크림, 빵, 과자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에도 원유 가격이 오르자 이를 사용하는 식음료 제품 전반의 가격이 덩달아 올라갔다. 당시 빙그레는 편의점 판매 제품의 가격 인상분을 미리 적용해 소비자판매가 기준으로 투게더는 8000원에서 9000원으로 12.5% 올렸고 붕어싸만코, 슈퍼콘, 빵또아를 2000원에서 2200원으로 각각 10% 올렸다.
이와 함께 정부는 원유값이 인상되는 10월 이후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 유업체에 한해 가공유용 원유 구입비를 현행보다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밀크플레이션 등 물가가 최고 이슈인 만큼 다른 식품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흰우유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유업체 원유 구매 지원, 학교 우유급식 단가 인상 등이 국회 예산심의단계에서 추가 반영될 수 있도록 유업계에서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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