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지도 17년' 안동립 "하와이보다 아름답다…방파제 놓자"

이세원 2023. 8.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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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구자료 묶어 '독도 KOREA' 발간…"아름다움 알리고 싶었다"
"자세히 보고 돌 하나라도 잘 기록"…'체계적 조사·기준통일' 제언
안동립 대표가 꼽은 독도의 절경 (부천=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가 10일 경기 부천시 소재 사무실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며 독도 동도와 서도 사이에 있는 삼형제굴바위와 촛대바위 사진을 들고 있다. 안 대표 우측에는 그가 절경으로 꼽은 서도의 석양 풍경이 사진에 담겨 있다. 2023.8.15 sewonlee@yna.co.kr

(부천=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독도의 아름다움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것이 안타까워서 이런 일을 했습니다."

2005년부터 17년에 걸쳐 직접 촬영한 독도 사진과 연구 자료를 묶어 최근 단행본 '독도 KOREA'(코리아)를 펴낸 안동립(66) 동아지도 대표는 78주년 광복절을 앞두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발간 취지를 언급했다.

그는 약 20차례에 걸쳐 독도를 방문해 통산 90일가량 체류하며 자연환경, 지리적 특성 등을 꼼꼼하게 취재했다.

독도 서도 물골의 거센 파도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안 대표는 여행하기 좋게 기반 시설을 잘 갖추면 독도가 "하와이보다 더 아름다운 관광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독도는 거친 파도와 취약한 접안 시설로 인해 상륙할 수 있는 날이 적다. '3대가 덕을 쌓아야 상륙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안 대표는 국내 기술력으로 이런 현실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동도와 서도 사이의 남서쪽 해역을 가리키면서 "여기에 방파제를 놓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도 탕건봉과 괭이 갈매기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전체적으로 동해의 수심이 깊기는 하지만 일대에 수심이 30∼50m 정도 되는 곳이 있으니 방파제를 설치해 대형 크루즈선이 접근하도록 하자는 구상이다.

그는 독도는 조류와 파도에 의해 오랜 기간 깎여 형성된 해식 지형이 아름답고 등산, 수영, 낚시가 모두 가능한 매력적인 여행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교 졸업 후 측량 기사 자격을 취득하고 지도를 만드는 출판사에 취직해 사회과 부도 저자로 나서기도 했던 안 대표는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동아지도를 창업했고 이후 꽤 돈을 벌었다.

독도 동도와 서도 사이로 솟아오르는 태양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비게이션이나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전에는 차에 지도책 한두권 정도는 싣고 다니는 게 일반적이었고 지도는 꽤 잘 팔리는 상품이었다.

안 대표가 독도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005년 일본 시마네(島根)현 의회가 2월 22일을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로 지정하는 조례를 제정한 것이 계기였다.

당시 국내에서는 격렬한 반대 시위가 이어졌는데 안 대표는 이를 지켜보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던 중 자신이 독도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른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다케시마의 날 제정 규탄 시위 (서울=연합뉴스) 2005년 3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다케시마의 날' 제정 규탄시위에 참가한 한국 자유총연맹 회원들이 일본의 사죄를 요구하는 만세삼창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내가 지도 그려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인데, 독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몰라서 궁금했어요. (중략) '그렇다면 나는 돈만 버는 버러지인가'하는 생각까지 했어요."

안 대표는 지도 제작업에 종사한 선배 등의 도움을 받아 자료를 모아봤는데 독도와 부속 섬의 모양이 제각각인 것을 보고 제대로 된 독도 지도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에는 독도가 대한민국 전도에 부수적으로 표기되는 게 일반적이었다. 작은 점 2개로 표기되는 것을 피하기 어려웠다.

안 대표는 이런 관행을 깨고 2005년 5월 독도와 부속 섬을 크게 그린 지도를 발행했다.

그는 "독도를 '작은 섬', '외로운 섬'이라고 이야기하다 보니 작은 바위섬 2개로만 인식됐다"며 "그 지도를 만들고 난 다음에 내 인생이 바뀌었다"고 회고했다.

이후에도 지형도, 식생지도, 암각서 위치도, 독도 동굴 현황도, 독도 산사태 지점 현황도 등 약 20종의 지도를 만들었다.

독도 식생 지도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되도록 널리 보급하기 위해 뒷면에 전국 관광 지도를 넣는 등 여러 궁리를 하기도 했다.

안 대표는 독도 서도에 있는 가장 높은 봉우리에 '대한봉'(大韓峯)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나중에 정부의 인증을 받아 공식 지명이 됐다.

독도의 동굴 21개의 이름을 제안하는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으며 오랜 기간 공들여 찍은 1천장이 넘는 독도 사진을 잘 활용해달라며 동북아역사재단에 기증하기도 했다.

안동립 대표가 발행한 독도 지도 [촬영 이세원]

독도를 방문하려면 체류 기간 필요한 물과 식량을 모두 가져가야 한다. 짐이 많아지기 때문에 통상 3박4일 여정이지만, 파도로 인해 유람선이 접안하지 못해 14일간 독도에 발이 묶인 적도 있었다고 한다.

안 대표는 오랜 기간 독도를 탐방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으로 뱃멀미나 예측 불가능한 날씨가 아닌 속칭 '깔따구'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벌레를 꼽았다.

"제일 무서운 건 깔따구예요. 너무 작아서 눈에 보이지 않고 소리가 안 나서 언제 물렸는지 몰라요."

안 대표는 너무 가려워서 출혈을 감수하고 바늘로 물린 부위를 따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지경이라고 전했다.

물린 부위에서 한 달 정도 진물이 흘러내리고 약을 먹지 않으면 진물이 흐른 부위에 또 진물이 나온다고 했다.

독도 지도 [안동립 동아지도 대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북대 울릉도·독도 연구소에 의하면 안 대표가 깔따구로 표현한 것은 흡혈성 곤충인 '등에모기'인 것으로 보인다.

연구소는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몸체가 파리나 모기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작으며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맨살을 드러낼 경우 쉽게 물리곤 한다"며 "물리면 대부분 물린 자리가 곪게 되고 그것을 터트리면 흉터가 되어 오랫동안 반점처럼 남게 된다"고 등에모기에 관해 설명했다.

최근 일본 정부는 "다케시마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이런 주장이 일본 교과서에도 실리고 있다.

독도를 '다케시마'로 표기한 일본 고교 교과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현실에 관해 안 대표는 "참 무섭다. 섬뜩하다"고 반응했다.

그는 일본이 만약 "(역사를) 반성했다면 절대로 그러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행동이 다시 침략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고 경계했다.

안 대표는 "민간인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독도를 자세히 보고, 돌 하나라도 잘 기록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도에 가서 부속 섬을 눈으로 일일이 확인하고 여러 자료를 비교 대조하기도 했던 안 대표는 서로 다른 정부 기관이 만든 독도 지도를 보면 부속 섬의 개수, 위치, 모양이 제각각이라며 기준을 통일하고 정부가 체계적인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독도 KOREA' 책 표지 이미지 [동아지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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