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유니콘](21) 소비자 취향 반영한 키워드 찾아주는 키토크AI… 도준웅 대표 “방대한 데이터로 사업 가능성 무궁무진”
친구에게 말하듯이 구어체로 표현
영화, 뷰티, 여행, 연예인 등 다양한 정보 플랫폼에서 바로 찾아내
도준웅 키토크AI(옛 마이셀럽스) 대표는 ‘닷컴 열풍’이 불던 1990년대, 4500명의 현대그룹 신입 공채 지원자 중 1등을 했다. 당시 현대종합상사 선박영업본부 사원으로 출발했던 그는 대리 신분으로 선박영업본부 인터넷 태스크포스(TF)장에 발탁됐다. 회사 본부별 인터넷 TF장들이 모인 회의에서 도 대표는 ‘인터넷이 미래다’라고 외쳤고, 만 27세 나이에 현대종합상사 글로벌전략팀 최연소 팀장이 됐다.
그는 현대그룹을 나와서도 디지털 전환 업무와 인연을 맺었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에서 ‘디지털 전략 전문가’로 활동했고, 구조조정 자문사 알릭스파트너스에선 ‘디지털을 통한 기업 구조조정’ 부문 글로벌 리더를 맡았다. CJ그룹에선 국내 최초로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역임했다.
다양한 기업을 경험한 그였지만 마지막까지 풀리지 않는 하나의 의문점이 있었다. 거대한 선박이든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소비재든, 소비자가 이 상품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점이었다. 그는 2014년 CJ그룹을 나와 키토크AI를 창업하며 소비자의 본심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한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기 시작했다.
키토크AI는 이용자에게 구어체 표현의 단어 키워드인 ‘키토크(keytalk)’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 개발사다. 업계에선 이러한 회사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회사라고 부른다.
프롬프트는 AI에 입력하는 명령어를 뜻하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가 가장 적합한 대답을 제공할 수 있도록 AI에 지시하는 기술을 말한다. 즉, 키토크AI는 이용자가 AI를 활용해 원하는 콘텐츠나 상품 결괏값을 얻을 수 있도록 적합한 명령어인 키토크를 제공하는 회사인 것이다.
적절한 키워드를 조합해 이용자가 원하는 영화, 호텔, 뷰티 제품, 연예인을 찾을 수 있도록 해주는 ‘마이무비’ ‘스테이피아’ ‘글램아이’ ‘마이셀럽스 스타’가 키토크AI의 대표적인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 플랫폼이다. 뿐만 아니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지)에도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형태로 이용자가 취향에 맞는 웹소설을 찾을 수 있도록 AI 검색 기능을 제공하는 등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회사의 연 매출은 약 20억원 수준이지만 KDB산업은행, 카카오페이지 등으로부터 유치한 누적 투자금은 400억원이다.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사무실에서 만난 도 대표는 “키토크AI는 소비자의 취향을 가장 적나라하게, 가장 친한 친구와 떠들며 말하는 가장 날 것의 단어로 수집한 회사”라며 “다양한 산업군의 모든 기업이 자신의 소비자를 가장 잘 이해하기 위해 키토크AI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사업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라고 했다. 다음은 도 대표와의 일문일답.
─ 회사 창업 계기는.
“와인을 구매하고 싶은 소비자가 와인을 검색하면 다수 플랫폼은 품종, 산지 등 단순 정보만 제공한다. 그러나 이용자가 정말 원하는 정보는 ‘부드럽다’ ‘우아하다’ 등 취향 중심의 정보다. 이렇듯 소비에 꼭 필요한 취향 중심의 정보를 이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면 새로운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고, 데이터 관련 사업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어떻게 제공하나.
“이용자가 원하는 취향을 담은 일종의 키워드인 키토크를 활용한다. 예컨대 이용자가 ‘로맨틱한 영화’를 찾고 싶어 한다고 가정하자. 로맨틱한 영화라는 하나의 프롬프트를 두고도 사람들은 각자 다른 뉘앙스로 영화를 떠올린다. 키토크AI는 이렇게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뉘앙스를 학습하고 연관도를 점수화한 ‘키토크’를 제공한다. ‘로맨틱한’ 영화라는 한글 키토크에는 9800여개의 뉘앙스(하위 연관어 속성)이 반영돼 검색을 돕는다. 로맨틱 안에서도 ‘스토리’ ‘관객반응’ ‘캐릭터’ ‘각본’ ‘주제’ ‘장르’ 등 하위 카테고리가 있고 그 안에도 ‘삼각관계인’ ‘첫사랑에 대한’ ‘눈이 퉁퉁 붓는’ 등 다양한 키토크가 있는 것이다.”
─ 다른 회사와의 차별점은.
“우리의 키워드는 모두 구어체 표현이다. 실제 친구들과 떠들면서 편하게 말하는, 가장 정제되지 않은 날 것의 표현들을 제공한다. ‘케미가 쩌는’ ‘발암 캐릭터인’ 등의 키토크는 일반적인 플랫폼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실제 사람들의 다양한 니즈를 포용하는 대화형 검색이 가능하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 맞는 개인화 추천, 광고 등도 모두 제공된다.”
─ 데이터는 어떻게 확보했나.
“영화진흥위원회 등에서 제공하는 오픈소스 데이터나 소셜미디어(SNS) 상 데이터 등을 수집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기업에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방대한 데이터를 얻었다. 예컨대 콘텐츠 플랫폼 푹(POOQ) 해시태그 검색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100년 동안 쌓인 방송 데이터를 확보했다. 실제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얻은 계약금은 연간 몇천만원 단위로 적다. 그러나 이때 얻은 데이터는 계약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학습 데이터로 사용 가능했고, 이는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 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마이무비, 스테이피아, 글램, 마이셀럽스 스타 등의 B2C 플랫폼으로는 기업으로부터 수수료를 받으면서 매출원을 확보한다. 예컨대 이용자의 여행에 가장 필요한 호텔을 찾아주는 ‘스테이피아’엔 다양한 숙박업체 상품을 올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이용자가 자신에게 필요한 뷰티상품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글램에선 아마존과 세포라의 화장품 제품의 검색을 돕고 이들로부터 수수료를 받는다. 쿠팡이 다양한 업체의 상품을 플랫폼에 올려서 팔아주고 수수료를 얻는 것과 비슷하다. 이와 별개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 기업에겐 이들 플랫폼에 필요한 AI SaaS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다.”
─ 앞으로의 목표는.
“바야흐로 AI의 시대다. 그러나 챗GPT를 이용한다고 해서 누구나 원하는 답변을 얻을 수 있지 않다. ‘잘 물어보는 것’이 너무나도 중요하다. 키토크AI는 이용자가 AI에게 원하는 답변을 잘 물어볼 수 있게 방대한 데이터를 쌓았다. 이를 기반으로 AI가 누구에게나 귀신처럼 그 사람의 취향을 정확히 파악한, 마치 친구가 준 듯한 답변을 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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