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문제에 당당히 목소리 내는 한국, 전략적 명확성의 선순환 [fn기고]

파이낸셜뉴스 2023. 8.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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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정부의 기조로 인식되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은 헤징전략(hedging strategy)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지난 정부에서 한국은 대중 저자세 외교를 펼친 것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대중 저자세가 아니라고 강변한 논리 중 하나는 이것이 헤징전략이라는 주장이었다.

전략적 모호성의 논리라면 한국은 괜한 위험에 직면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이 사건을 모른 체하는 방식이 정해진 답안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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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당장의 이익 보전 급급한 전략적 모호성은 중·장기적 이익 모색 불가 
  -저자세 외교가 헤징 전략? 위험회피 외교공간 협착으로 주도권 잃어 
  -윤 정부, 한국판 인·태전략...중-필리핀 남중국해 해양갈등에 입장 표명 
  -특정 부처 입장 아닌 한국 정부 입장 담긴 이례적 전략적 명확성 기조 잉태 
  -남중국해 나몰라라 하면서 북핵 문제엔 국제사회 지원과 연대 요구는 이율배반적 
  -신냉전의 국제정치 무임승차 없어, 전략적 명확성 유지...북핵 해결 공조동력 높여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학교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연구교수
지난 정부의 기조로 인식되던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은 헤징전략(hedging strategy)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헤징전략은 당면한 위험을 회피하거나 분산하는 방식으로 급한 상황을 모면하는데 주안을 두는 접근법이다. 따라서 역동성과는 거리가 먼 수세적 전략이다. 헤징을 통해 당장의 이익을 보전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익의 확장은 요원하고 나아가 중·장기적 이익도 모색할 수 없다.

지난 정부에서 한국은 대중 저자세 외교를 펼친 것으로 비난을 받은 바 있는데 대중 저자세가 아니라고 강변한 논리 중 하나는 이것이 헤징전략이라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당시 위험을 회피하려는 나머지 책임 있는 국가로서 내야 할 당당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외교 공간이 쪼그라들고 말았다. 외교적 지대를 넓히기는커녕 위험 회피에 급급한 나머지 상대방 눈치만 보는 통에 정작 한국의 입장에서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자세를 잃고 말았다.

윤석열 정부는 이러한 전략적 모호성을 과감히 폐기하고 전략적 명료성(strategic clarity) 채택했다. 그 결과 최초로 글로벌 무대를 대상으로 하는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도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전략적 모호성의 기조 속에서는 언급조차 꺼렸던 ‘인도-태평양’이라는 용어가 이제는 정책으로 안착하여 곳곳에서 회자하고 있다. 전략적 명확성은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와 규칙에 기반한 질서 유지에 그 역할을 다하겠다는 기조로도 연결된다. 따라서 한국의 외교는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할 말은 하는 당당한 외교로 진화되고 있다. 그 대표적 사례로 최근 발생한 남중국해 사건에서도 의연하게 목소리를 낸 모습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 5일 남중국해에서는 해양갈등의 당사국인 중국과 필리핀 간의 충돌이 있었다. 중국 해안경비정이 필리핀 군물자 보급선에 물대포 사례를 가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전략적 모호성의 논리라면 한국은 괜한 위험에 직면하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이 사건을 모른 체하는 방식이 정해진 답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략적 명확성 기조는 다른 모습을 잉태시켰다. 주필리핀한국대사관은 지난 9일 이 사건을 두고 “이 해역에서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당당하게 입장을 밝혔다. 외교부나 국방부 등 정부 부처의 본부성명은 아니었지만 한국 정부의 입장이 담긴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 사실 이 사안을 두고 본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전략적 성숙도 측면에서도 유리하지 않다는 점에서 대응 수준이 적합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일반적인 성명이 아니고 특정사건이 발생한 후 언급한 것은 전례가 없다는 점에서 전략적 명확성이 흔들리지 않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신냉전의 국제정치에서는 회피에 급급한 국가는 연대 강화는커녕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무임승차자(free rider)로 낙인찍혀 국익을 지켜낼 수 없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더욱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나 몰라라 하면서 북핵 문제에서는 국제사회에 지원과 연대를 요구하는 것은 이율배반일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전략적 명확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국제무대를 향한 당당한 목소리는 국제질서 유지 공조뿐 아니라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 동력도 높여준다는 점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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