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15%까지는 저희가 책임집니다”…원금 안 까먹는 ‘안전 지향’ 상품 인기

정현진 기자 2023. 8. 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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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투자증권이 지난달 17일부터 판매한 손익차등형 펀드에 1000억원 가까운 투자금이 모였다. 마이너스 15%까지는 투자자가 손실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하자, 시중 자금이 몰려든 것이다.

최근 원금 손실 위험 가능성을 낮춘 ‘안전 지향’ 상품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고금리 환경에 투자 심리가 위축되자, 투자자의 불안을 덜어주는 상품으로 투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일러스트=손민균

한국투자증권은 손익차등형 펀드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에 919억원이 몰렸다고 15일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의 모회사인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후순위 투자 출자분을 포함해 전체 펀드 운용액은 1080억원으로 설정됐다.

이 펀드는 공모형 사모펀드(사모 재간접 펀드)로, 각각의 테마로 운용 중인 7개(인공지능·반도체·전기차·바이오·명품·우주경제·클라우드) 사모펀드에 분산 투자 한다. 펀드 운용 기간은 3년으로, 만기 전 수익률이 20%에 도달하면 조기 상환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펀드 운용을 맡는다.

손익차등형 펀드는 수익증권을 선순위와 후순위로 분리해, 손실이 발생하면 일정 손실까지는 후순위 투자자가 먼저 떠안는 상품이다.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는 일반 투자자에게 모집한 공모펀드가 7개 사모펀드에 선순위로 투자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계열사가 후순위로 투자한다. 손실이 나면 후순위 투자자인 한국투자금융지주 등이 마이너스 15%까지 먼저 손해를 안는다. 반대로 수익이 나면 수익률 10%까지는 선순위 투자자에게 우선 분배되고, 수익이 15%를 넘으면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절반씩 나눈다.

증권사나 자산 운용사가 손실을 먼저 떠안는 상품까지 만들어 파는 것은 고금리 환경과 경제 불확실성에 유동 자금이 말라가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이 커지며 펀드에 유입되는 자금이 줄어들자, 손실 우려를 최대한 줄인 안전 지향 상품을 앞세워 투자자 발걸음을 붙잡으려는 것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펀드 상품의 인기가 예전만큼 높지 않다”며 “손실 위험을 줄이고 수익은 고객에게 먼저 배정해 안정적인 투자를 강조했다”고 했다.

올해 2월 VIP자산운용이 출시한 손익차등형 공모펀드 ‘VIP The First’도 하루 만에 설정 한도인 300억원을 채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공모펀드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하루 만에 공모펀드 상품이 완판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펀드는 운용사가 손실의 10%까지를 먼저 책임지고 수익률 15%까지는 투자자에게 우선 배분한다. 특히 수익률 15%를 넘어서면 투자자와 운용사가 65대 35의 비율로 수익을 나눈다. 파격적인 조건에 투자자가 몰려간 것이다.

원금 보전 가능성을 한층 높인 주가연계증권(ELS) 상품도 늘고 있다. 최근 ELS 투자자는 아주 높은 수익률을 원하기보다는 안전을 더 중시하는 성향을 보인다. ELS 판매사는 손해를 볼 가능성이 낮은 구조로 설계한 상품을 속속 출시해 투자자의 ‘안전 지향’ 입맛에 맞추고 있다.

리자드형 주가연계증권(ELS)이 대표적이다. ELS는 원래 만기 전까지 주가지수 등의 기초자산 가격을 정기적으로 평가해, 조건을 충족하면 사전에 정한 수익률에 조기 상환되는 파생상품이다. 만기 때까지 조기 상환이 이뤄지지 않으면 투자자는 일정 부분 손실을 본다.

리자드형 ELS는 조기 상환 조건에 부합하지 않아도 원금 상환이 가능한 조건(리자드 조건)을 추가해 원금 손실 위험을 낮췄다. KB증권은 이달 11일 ‘KB able ELS 3099호(3인덱스 수퍼 리자드 스텝다운형)’ 공모를 완료했다. ELS 상환 조건에 리자드 조건 두 개를 더 붙인 상품이다.

원금 손실 가능 구간(낙인·knock-in)을 낮춘 저(低)낙인 ELS 발행도 늘었다. 올해 6월 키움증권이 출시한 제747회 ‘뉴글로벌 100조 ELS’는 낙인 기준을 30%로 낮췄다. 평가일에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일 대비 30% 수준만 유지해도 상환이 가능하다.

원금 보장형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상품도 최근 잇따라 출시됐다. ELB는 ELS와 비슷하지만, 중도 상환만 하지 않으면 원금이 대체로 보장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ELB의 약정 수익률은 ELS에 비해 낮지만, 3~4% 수준 수익을 낼 수 있다.

키움증권은 올해 6월 세전 연 4.44% 수익을 지급하는 ‘키움 제446회 ELB’를 모집했다. 이달 7일 현대차증권도 세전 연 4.0% 수익을 지급하는 만기 6개월 ELB 상품을 공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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