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지배구조 TF 2차 회의… CEO 선출 방식 선진화 추진
경영진 견제 능력 저하로 경영에 비효율적
CEO 자격 요건 강화하고 후보군 검증 강화
“윤종규 회장 용퇴, TF 출범과 무관치 않은 듯”
금융 당국과 은행권이 참여하는 ‘지배구조 모범관행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 선출 방식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직 CEO에게 유리한 내부 승계 프로그램을 개선해 ‘셀프 연임’을 막겠다는 취지다.
금융권에서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최근 4연임을 포기하고 용퇴를 결정한 것을 두고 TF 출범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TF는 17일 2차 회의를 열고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규준 마련을 위한 논의를 이어 나갈 예정이다. TF에는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8개 금융지주, 5개 은행 지배구조 담당 임원 등이 참여했다. TF는 ▲사외이사 지원체계 ▲최고경영자(CEO) 선임 및 경영 승계 절차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 확보 ▲사외이사 평가체계 ▲내부통제 제도 개선 등을 담은 지배구조 모범관행 개선안을 오는 연말 발표하기로 했다.
TF는 특히 CEO 선임 및 경영 승계 프로그램 개선에 집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 금융지주사의 CEO 선임 및 승계 프로그램이 현직 CEO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금융 당국의 판단이다. CEO가 한번 선출되면 성과나 금융 당국의 징계 여부와 상관 없이 3~4회 연임을 하는 것이 관행처럼 자리 잡았다.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와 같은 소유분산 기업에서 CEO가 장기 집권할 경우 경영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CEO에 우호적인 인사들로 임원 및 사외이사가 채워져 경영진에 대한 공정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막대한 권력을 가진 CEO가 후계자 선정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준수 금감원 은행·중소서민 담당 부원장은 지난달 14일 첫 회의에 참석해 “CEO 선임 및 경영승계절차가 다소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 측면에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했다. 금융지주사 CEO 선임 절차를 손보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다.
금융 당국과 TF는 CEO 자격 요건과 후보군 관리 절차를 구체화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CEO 자격 요건을 강화해 현직 CEO라도 자격 미달 사유가 발생하면 과감히 차기 후보군에서 배제하자는 취지다. 후보군 관리 및 검증이 철저하게 이뤄졌는지, CEO를 검증할 이사회는 객관적인 인물로 구성됐는지 여부도 점검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차기 CEO 선출 개시 시점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 금융지주사는 CEO 임기 만료 5~6개월 전에 차기 CEO 회장 선출에 들어간다. 그러나 실제 CEO 후보군 선정과 검증, 최종 후보 확정까지는 2~3개월 정도가 소요되고, 나머지는 이사회 승인과 주주총회 의결 등의 절차가 진행된다. 금융 당국은 후보군 검증 기간이 짧을 경우 현직 CEO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런 금융 당국의 기조가 윤종규 회장의 4연임 도전 포기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 당국이 CEO 장기 집권에 부정적인 데다 TF까지 꾸려 제도 개선에 나서자 윤 회장이 용퇴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연임이 유력시되던 CEO들이 줄줄이 자진 하차를 했기 때문이다. 연임이 유력시되던 조용병 전 신한지주 회장은 지난해 12월 용퇴했고,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올해 1월 연임을 포기했다.
금융 당국은 윤 회장의 용퇴와 별개로 KB금융의 내부 승계 프로그램은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TF 출범 전 국내외 소유분산 기업의 CEO 선임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를 수집·연구했는데, 국내에선 KB금융을 모범 사례로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KB금융의 CEO 승계 프로그램과 후보군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선진국 모범 사례를 참고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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