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잉씨배 한국 석권 전통 되찾아올까

이홍렬 바둑전문기자 2023. 8. 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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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부터 ‘바둑 올림픽’ 결승
신진서(왼쪽)와 셰커가 21일부터 제9회 잉씨배 패권을 다툰다. 2000대 이후 출생자끼리 겨루는 첫 세계 메이저대회 결승전이다. /한국기원

잉창치(應昌期)배가 세계 프로바둑대회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988년 출범한 현존 최고(最古) 기전인 데다 우승 상금도 가장 크다(40만 달러·약 5억2000만원). 4년 주기로 열려 ‘바둑 올림픽’이란 애칭도 따라다닌다.

이 대회는 한국 기사들과의 각별한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여덟 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다섯 번 우승했다. 80년대 후반 국제 경쟁이 본격화할 때 한국이 신흥 종주국으로 올라서는 데 요람 역할을 했다(별표 참조).

첫 대회서 조훈현이 중국 녜웨이핑에게 극적 역전승한 데 이어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등 한국바둑 전성기 ‘4천왕’이 차례로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세돌과 박정환이 빠졌지만 한국 역대 1인자 계보다. 그 바통을 신진서가 이어받았다.

잉씨배 아홉 번째 주인을 가리는 결승 3번기가 2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다. 신진서의 상대는 중국 셰커(謝科). 코로나 사태 탓에 준결승 후 2년 7개월 만에 속개되는 결승전이다. 신진서는 셰얼하오, 판팅위, 구쯔하오, 자오천위를, 셰커는 자바린(유럽대표), 양딩신, 커제, 이치리키를 각각 꺾고 올라왔다.

이번 대결은 2000년대 출생 기사들이 펼치는 첫 메이저 결승전이다. 두 대국자 모두 2000년생으로 23세 동갑이다. 지금까지 메이저 정상에 오른 2000년생 기사는 신진서와 딩하오(丁浩·현 LG배 보유자) 등 2명뿐이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권혜인

나이는 같지만 경력은 차이가 크다. 신진서가 4회나 메이저봉(峰)을 정복한 반면 셰커는 2021년 제4회 몽백합배서 거둔 준우승(미위팅에 2대3패) 한 번이 최고 성적이다. 자국 랭킹도 신진서는 44개월째 1위, 셰커는 21위에 머물고 있다.

맞대결은 2017년 리민배(20세 이하 세계대회) 때 딱 한 판 성사됐다. 셰커의 백 불계승으로 끝났지만 6년이나 지난 어린 시절 자료여서 큰 의미는 없다.

한 가지 변수는 신진서의 컨디션. 지난 6월 제1회 란커배 결승서 구쯔하오에 1대2로 역전패했고 지난주 5회 몽백합배에선 16강에 머물렀다. ‘상승(常勝)’, ‘무적’ 이미지의 그로선 드문 사태여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출정을 앞둔 신진서는 전혀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세계대회서 한두 판 졌다고 해서 내가 지닌 실력이 어디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신진서 독주의 원동력이었던 특유의 여유와 자신감이 되살아난 느낌이다.

잉씨배는 전만법(塡滿法)이라 부르는 독특한 계가 방식을 적용하며 흑에게 8점(빅 흑승)의 큰 덤을 부과한다. 1인당 3시간을 다 쓰면 초읽기 대신 20분당 2점씩 공제하고, 세 번 초과 시 시간패 처리된다. 신진서는 잉씨배를 품고 금의환향한 한국의 여섯 번째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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