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0조 이상 '한은 마통' 쓴 정부, 세수 부족에 유류세 인하 고심

박슬기 기자 2023. 8. 15.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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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창용 한은 총재./사진=임한별 기자
정부가 올 상반기에만 40조원에 이르는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정부가 한국은행에서 100조원 이상의 돈을 빌려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13년 만에 가장 큰 대출 규모로 이미 한은에 지급한 이자만 1100억원을 넘어섰다.

경기 둔화와 부동산 거래 부진 등으로 세금이 예상만큼 걷히지 않은 데 따른 조치로 시장의 관심은 정부가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할 지에 쏠린다.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 의원에게 한은이 제출한 '대(對) 정부 일시대출금·이자액 내역'을 보면 올해 1월부터 7월 말까지 정부가 한은에서 일시 대출해 간 누적 금액은 100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전산화된 2010년 이후 13년 만에 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지난해 전체 일시대출금(34조2000억원)의 약 3배에 이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직후였던 지난 2020년 1~7월(90조5000억원)의 대출액도 넘어섰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 제도는 정부가 회계연도 중 세입과 세출 간 시차에 따라 발생하는 일시적 자금 부족을 충당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개인이 시중은행에서 마이너스 통장(신용한도 대출)을 열어놓고 필요할 때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다.

마이너스통장과 마찬가지로 한은의 대정부 일시 대출금에도 한도가 있다. 올해의 경우 ▲통합계정 40조원 ▲양곡관리특별회계 2조원 ▲공공자금관리기금 8조원 등 최대 50조원까지 빌릴 수 있다.

7월 말 정부의 한은에 대한 일시대출 잔액은 0원이다. 누적으로 100조8000억원을 빌렸다 현재 모두 상환한 상태다. 정부가 한은 대출 잔액이 50조원을 넘지 않는 범위에서 빌리고 갚기를 반복한 것이다.


한은에 이자 1141억원 낸 정부


특히 대출금이 늘면서 정부가 한은에 내는 이자도 덩달아 뛰었다. 정부가 올 들어 6월 말까지 한은에 지급한 이자는 1141억원(1분기 642억원·2분기 499억원)으로 이 역시 전산 통계가 존재하는 2010년 이후 최대다.

양 의원은 "올해 정부가 13년 만에 가장 많이 '한은 마이너스 통장'을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쓸 곳(세출)에 비해 걷힌 세금(세입)이 부족해 재원을 임시변통하는 일이 잦았다는 뜻"이라며 서 "정부가 재정 운용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국세수입은 178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조7000억원(18.2%) 줄었다. 상반기 기준으로 전년 대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에 올 들어 6월까지 정부의 총수입(296조2000억원)에서 총지출(351조7000억원)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55조4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예산 대비 실제 세수가 적게 걷히는 '세수펑크'에 직면한 정부는 지출 증가율을 올해 5.1%에서 내년 3%대로 낮추며 씀씀이를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2분기 정부 소비는 전기 대비 1.9% 줄었는데 이는 1997년 1분기(-2.3%) 이후 26년여 만에 가장 큰 감소폭이다.

기재부는 최근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 3%대 총지출 증가율을 기준으로 예산편성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내년 총지출 증가율이 3%대에 머물지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경기 대응 등을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장하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세수 부족에 유류세 인하 폭 축소할까


이에 정부는 이달 말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두고 고심에 빠진 모습이다. 현재 유류세는 탄력세율 조정 등을 통해 휘발유는 25%, 경유는 37% 각각 인하돼 있는 상태다.

이같은 조치는 이달까지 예정돼 늦어도 이달 중순까지는 연장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세수 상황이 악화한 만큼 정부는 다음 달부터 유류세 인하 폭을 낮출지 관건이다.

다만 유류세 인하 폭을 줄이면 2개월 연속 2%대에 안착한 물가상승률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슬기 기자 seul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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