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예산 전면 재검토한다더니…특활비는 예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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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국고보조금, 연구개발(R&D) 예산 등 내년도 예산 전반에 걸쳐 원점 재검토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눈먼 돈'이라고 비판받는 검찰·경찰 등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예외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획재정부는 역대급 '세수 펑크'(세수 결손)로 인한 전방위적인 예산 긴축에도, 내년도 주요 기관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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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평성, 투명성 떨어져” 지적
정부가 국고보조금, 연구개발(R&D) 예산 등 내년도 예산 전반에 걸쳐 원점 재검토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눈먼 돈’이라고 비판받는 검찰·경찰 등이 쓰는 특수활동비는 예외로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금 누수를 막겠다는 정부가 정작 영수증 없이 현금으로 쓰는 깜깜이 예산을 방치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재정당국의 핵심 관계자는 14일 “내년도 예산안 심의 때 특수활동비의 경우, 다른 예산과 달리 제로베이스(원점)에서 전면 재검토를 하지 않았다”며 “올해와 비슷한 규모로 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수활동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정보 수집, 사건 수사 등에 쓰는 경비를 말한다. 국방부 등 대외 안보를 담당하는 기관뿐 아니라 경찰·검찰·감사원 등 주로 힘 있는 사정기관이 가져다 쓴다.
재정 정보공개시스템인 ‘열린재정’을 보면, 올해 편성된 정부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모두 2438억원이다. 국방부 예산(올해부터 ‘정보 보안비’로 분류 변경)이 1184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찰청(710억원), 법무부(검찰 포함 183억원),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150억원), 해양경찰청(75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39억원), 국세청(28억원) 등이 뒤를 잇는다.
기획재정부는 역대급 ‘세수 펑크’(세수 결손)로 인한 전방위적인 예산 긴축에도, 내년도 주요 기관의 특수활동비 예산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기로 했다. 국고보조금과 연구 사업 예산 등은 물론 일부 기관의 ‘양성평등 정책’ 담당 예산까지 대거 삭감을 추진하면서도, 특수활동비만큼은 고강도 지출의 구조조정에서 예외로 삼은 셈이다.
당장 문제가 되는 건 형평성이다. 기재부는 앞서 지난 3월 전 부처에 내려보낸 내년도 예산안 편성 지침(가이드라인)을 통해 보건 복지, 일자리, 교육 등 전 분야에 걸쳐 지출 혁신과 함께 “공공 부문이 직접 사용하는 경직성 경비를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공무원이 직접 사용하는 대표적인 경상 경비의 하나인 특수활동비는 이런 지출 개혁이나 고통 분담 대상에서 빠진 것이다.
특히 ‘기밀 유지’라는 명분을 앞세운 특수활동비는 지출의 정당성 검증이 어렵고, 회계 투명성 등도 크게 떨어진다는 비판이 많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이 뒤늦게 드러난 것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중앙지검장 및 검찰총장 임기를 포함한 2017년 5월~2019년 9월 사이 검찰의 특수활동비 주먹구구식 집행 논란도 현재 진행형이다.
특수활동비는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이기도 하다. 국가기관 결산 감사를 담당하는 감사원은 지난달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 “감사원은 각 기관의 특수활동비 집행 계획 수립 여부, 집행 관련 자체 지침 여부 등 내부 통제 방안 마련 및 운영 여부를 위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각 기관이 예산을 목적에 맞게 제대로 집행하는지는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기재부의 경우 정부의 예산안 편성 심의 때 예산실 사무관 한명이 전체 기관의 특수활동비 총액을 전담한다. 특정 기관이 자체 필요성을 들어 예산 증액을 요구하면 재정당국도 사실상 거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기재부와 감사원 등이 특수활동비 사용과 감사 지침을 더 구체화하도록 국회가 상임위원회 등을 통해 요구하고, 아니면 예산을 전액 삭감하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예산과 마찬가지로 특수활동비도 필요성과 시급성을 엄격히 따져 편성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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