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이 로큰롤 가사 새로 씁니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3. 8. 15.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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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물든 음악

중국 허베이성 문화여행청은 지난달 17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공식 계정에 ‘죽지 않는 스자좡[殺不死的石家庄]’이란 제목의 홍보 영상을 올렸다. 이 제목은 허베이성의 성도(省都)인 스자좡이 ‘로큰롤의 성지’로 거듭나겠다며 새롭게 내세운 도시 슬로건이다. 지난 2021년 허베이성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중국 유명 록밴드 ‘만능청년여관’의 대표곡 ‘그 스자좡 사람을 죽여라[殺死那個石家庄人]’의 가사를 바꾼 노래(’죽지 않는 스자좡 사람’)에서 따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3일 “중국 공산당이 문화·예술 작품의 검열과 삭제를 넘어 내용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방향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달 중국 허베이성 스자좡시(市)에서 열린 로큰롤 콘서트의 모습. /허베이일보

중국 공산당이 개사(改詞)한 ‘그 스자좡 사람을 죽여라’는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로큰롤 노래 중 하나로 꼽혀왔다. 원곡은 산업화로 스자좡에서 직업과 터전을 잃은 수많은 사람이 희망(건물로 은유)을 잃은 현실을 노래했다. ‘이렇게 건물이 폭삭 무너지기까지 30년을 살았네’ ‘한 장의 위조화폐로 한 자루의 총을 산다’ 등의 가사가 담겼다. 그러나 허베이성 공청단은 2021년 돌연 개사한 버전 ‘죽지 않는 스자좡 사람’을 발표했다. 80% 이상 새로 쓰인 가사는 ‘20년 동안 급속 발전’ ‘국제도시’ 등의 표현으로 채워졌다. 가사의 후렴구 ‘건물이 무너지네’는 ‘(당의 원칙을 되새기는) 초심이 나아갈 길 가리키네’로 바뀌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에서 대중가요 히트곡이 개사를 거쳐 ‘애국주의 노래’가 되는 경우는 흔해졌다. 2021년에는 공산당 건당(建黨) 100주년을 맞아 가수 멍란의 노래 ‘소년(2020년 발표)’이 가사만 바뀌어 새로 발표됐다. 원곡의 추임새인 ‘워 오 오’만 빼고 다 바뀐 이 곡은 ‘1921년 위대한 역사의 시작’ 같은 노골적인 애국주의 가사가 특징이다. 대만 노래조차 임의로 가사를 바꾼다. 지난해 7월 3일 중국의 대형 방송사인 후난위성TV는 대만 출신 가수 정지화의 대표곡 ‘싱싱뎬덩(星星点灯)’의 가사를 원곡자 허락 없이 개사해서 내보냈다. 이날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 노래를 합창한 가수들은 “하늘은 맑고, 언제나 별을 볼 수 있네”라고 불렀다. 원래 가사는 ‘하늘은 더럽고, 더 이상 별은 볼 수 없다’로 정반대였다. 방송이 나간 이후 정지화는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내 노래가 무차별적으로 수정됐다. 화가 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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