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나오면 한국은 규제부터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 장벽으로 한국은 스타트업들의 무덤이 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 문턱을 통과해도 조건부 규제가 붙는 경우가 많아 충분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상용화 직전에 좌절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규제 족쇄가 풀어질 것만 기다리다 지쳐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하거나 아예 해외로 나가 돌파구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한 스타트업 창업자는 “규제가 풀리는 속도가 너무 느려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스타트업들은 국내에서 버텨내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의료 장비 제조업체 오톰은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 ‘마인’을 개발했다. 병원이나 보건소 등 실내에서 사용하던 엑스레이 장비와 달리 폴라로이드 카메라만 한 크기로 야외 인명 구조 현장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 2020년엔 세계보건기구(WHO)에 장비 공급 업체로 선정될 만큼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하지만 의료 규제에 막혀 국내 상용화가 차일피일 늦어지고 있다. 현행법에선 방사선 피폭 우려 때문에 의사·방사선사 등 관련 전문가만 엑스레이 장비를 다루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체는 이 제품이 기존 엑스레이 장비와 달리 방사선 피폭량이 거의 없어 별도의 차폐실(방사선 차단 설비)이 필요 없다고 주장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결국 한국 대신 미국·인도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핀테크 업체 한국NFC는 식당 등에서 카드 단말기 설치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지만 금융 규제 때문에 한국에서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묻힐 뻔했던 이 기술은 애플이 스마트폰 결제에 적용하기로 하면서 미국·대만에서 먼저 출시됐다. 반려동물 업체 펫나우는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반려견을 식별할 수 있는 생체 인식 기술로 국내외 보험사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동물 등록 수단을 외장형이나 체내삽입형 무선식별장치로 제한한 동물보호법으로 인해 한국에서 상용화 길이 막혔다. 대부분 스타트업에선 “신기술을 개발해봤자 일단 시장 출시를 막고 보는 정부 규제 때문에 상용화 한번 못 해보고 접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토로한다.
이 때문에 한국의 규제를 피해 해외 이전을 검토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해 말 국내 스타트업 256곳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4곳 중 1곳(25.4%)이 규제 때문에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 ‘국내 규제로 기업 경영 및 신기술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44.2%가 ‘그렇다’고 답했다. 한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는 “역대 정부마다 규제 혁신에 나선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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