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예산 1171억, SOC엔 11조… 與 “진상 밝혀야”

원선우 기자 2023. 8. 15.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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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부실 잼버리’ 공방

세계 잼버리 새만금 유치를 1년 앞두고 있었던 2016년, 당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잼버리는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확충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전북도에서는 잼버리 유치 목적이 새만금 개발이라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제사보다 잿밥’에 정신이 팔린 것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높아지는 이유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14일 보도 자료를 내고 “새만금 잼버리에는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받은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원)을 비롯, 아직 건설 중인 새만금-전주 고속도로(1조9200억원), 잼버리 참가자의 편의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건설된 내부동서도로·내부남북도로(7886억원), 새만금 신항만(3조2000억원) 등 11조원에 육박하는 SOC 예산이 투입됐다”고 했다. 송 의원은 “잼버리를 SOC 예산 확보를 위한 도구로 악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잼버리 본 예산은 1171억원이다.

그래픽=정인성

이에 대해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전북이 잼버리를 이용해 예산 수십조원을 끌어왔다는 허위 사실을 주장해 전북인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위를 더는 묵과하지 않겠다”고 했다. 김 지사는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정부부터 현재 윤석열 정부에 이르기까지 30년 넘게 추진해 오고 있다”며 “10조원 규모의 새만금 SOC 사업은 잼버리와 관계없이 새만금 기본 계획에 따라 진행된 사업들”이라고 했다. 지난 7월 완공된 새만금 남북2축 도로의 경우 잼버리 유치 이전인 2011년 새만금 기본 계획에 반영됐고, 2014년 예비 타당성 조사가 완료된 사업이라는 것이 전북도의 주장이다.

그러나 전북 정치권이 잼버리를 새만금 공항 같은 SOC 건설을 위해 적극 활용해 온 것도 사실이다. 2019년 1월, 문재인 정부가 사업 34개의 예타를 면제할 때 새만금 공항도 포함됐다. 예타를 면제받으면 공사 기간이나 행정 절차가 대폭 줄어든다. 전문가들은 “인천·김포, 전남 무안에 공항이 있는 상황에서 새만금 공항은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그러나 당시 송하진 지사와 민주당 정치인들은 잼버리에 공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예타 면제를 받아냈다. 그랬던 새만금 공항은 아직 착공조차 못 했다.

이번 잼버리 사태를 통해 재정적으로는 중앙정부에 의존하면서 문제가 생기면 책임을 중앙정부에 떠넘기는 지방자치 행정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지방 행정의 낙후성보다는 국토 균형 발전 관점으로 현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재정 형편이 어려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각종 국제 행사를 통해 SOC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인천대 서종국 교수는 “국제 행사를 명분으로 한 SOC 건설 지원을 안 해주면 지방은 영원히 공항·항만·도로 같은 광역 SOC를 확보하지 못하므로 균형을 찾아야 한다”며 “SOC 사후 관리책은 중앙·지방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대 박상인 교수는 “감정적인 여야 정쟁으로 갈 것이 아니라 전문가 중심의 위원회 등을 만들어 사실 관계와 경제성을 엄밀하고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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