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심신 딸 “싱어송라이터 꿈꾸다 아이돌 됐죠”
“아빠 영향을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죠. 음악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자랐어요.”
4인조 걸그룹 키스오브라이프(KISS OF LIFE)의 멤버 ‘벨’(본명 심혜원·19)의 말들은 신인답지 않게 또박또박하고, 솔직했다. 충분히 겸손했지만, 자신만의 것을 최선을 다해 직접 만들어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자신감이 엿보였다.
그는 지난달 ‘2023 대한민국 베스트브랜드 어워즈’에서 걸그룹 르세라핌의 정규 1집 타이틀곡 ‘언포기븐’ 탑라이너(멜로디 공동 작곡자)로 작곡가 부문 대상을 탔다. 데뷔 10일 만에 낸 성과. 이 밖에도 자신의 그룹 데뷔곡 ‘쉿’, (여자)아이들 ‘미연’의 솔로 음반 수록곡 ‘소프틀리’ 등을 직접 써내 주목받았다. 하지만 찬사는 본인만이 아닌 ‘부전자전’으로 이어졌다. 그의 아버지가 1990년대 꽃미남 가수로 큰 인기를 누린 ‘심신’이기 때문이다.
벨은 아이돌로 데뷔한 다른 유명 가수들의 자녀들과 ‘윤상의 아들(데뷔를 앞둔 SM 신인 보이그룹 ‘라이즈’ 멤버 ‘앤톤’)’ ‘박남정의 딸(걸그룹 ‘스테이씨’ 멤버 ‘시은’)’ 등으로 함께 불려왔다. 이런 수식어가 서운한 적은 없었을까. 벨은 “오히려 스스로에게도 아빠의 영향을 받았다는 시선이 자연스럽다”고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아빠가 전국 노래 행사에 오를 때마다 여행처럼 절 데리고 가셨죠. 차에는 늘 쳇 베이커(유명 재즈 트럼페터), 엘비스 프레슬리 등의 음악이 흘렀고요. 그땐 어린 마음에 ‘왜 귀 아프게 자꾸 음악을 틀어’ 짜증도 냈지만 이젠 알아요. 그 덕에 좋은 곡 고르는 기준이 생겼다는 걸.”
벨은 아버지 심신을 “세심한 음악적 조언자”라고도 표현했다. “귀도 예민하고, 여성호르몬이 흐르는 것처럼 감수성이 풍부해 자기 기준이 명확하다. 딸 음악이라고 절대 좋다고만 하지 않는다. 여긴 이렇게 해야 돼 명확히 지적한다”며 웃었다.
다만 벨은 “원래 꿈은 가수보단 작곡가였다”고 했다. 처음 작곡에 빠진 건 ‘중2′ 때. “학교 축제에 쓸 곡을 만들어야 했어요. 아빠 취미가 녹음 장비, 악기, LP 등의 수집이에요. 정작 연주를 못 해 방치해 두시지만(웃음). 그것들과 아빠가 컴퓨터에 깔아놓은 작곡 프로그램으로 처음 작곡을 시작했는데 너무 신기하고 푹 빠져서 수시간이 훌쩍 지나갔죠.” 고1 때는 아이돌 그룹 퍼플 키스의 ‘파인드 유’로 처음 작곡가 데뷔를 했다. “그해 겨울 서울역 인근 작곡 학원을 다녔는데, 강사님이 제가 노래하는 걸 보고 멜로디 작곡에 소질이 있다며 소속사에 소개해 준 게 계기였죠.” 이후 “SM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등 굵직한 소속사의 ‘송캠프’에 초청되며 작곡 일이 계속 이어졌다”고 했다.
그만큼 “싱어송라이터 데뷔를 준비하던 소속 레이블이 지금의 소속사로 합병되며 갑작스레 아이돌 데뷔가 결정됐는데, 처음에는 싫다고 했다. 거부감이 많았다”고 했다. “현실적인 고민이 많았어요. 경제적으로도 훨씬 풍요로운 작곡가의 길과 쌓아 놓은 경력을 지금 버리는 게 맞나 싶었죠. 아빠도 가수는 많이 힘들거라고, 작곡가를 더 권하셨고요.”
마음을 바꾼 건 “난 어차피 음악을 평생할 건데, 아이돌은 지금 나이가 아니면 어려운 큰 도전”이란 생각이었다. 쥴리, 나띠, 하늘 등 “다른 멤버들의 출중한 실력도 맘을 바꾼 계기였다”고 했다. “이 팀이면 리틀믹스(영국의 유명 걸그룹) 같은 세계적인 활동이 가능할 수 있겠다, 확신이 들었죠.”
“언젠가는 비욘세, 리애나 등 동경하던 가수들이 섰던 미국 코첼라 무대에 꼭 가고 싶다”며 벨이 말했다. “아빠의 배경, 아이돌. 여러 수식어가 계속 이어지겠죠. 하지만 저만 단단하게 서서 가면 결국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제 이름’으로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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