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검 뮤지컬도 2분 만에 매진… 배우들, 잘나갈 때 무대 선다
“감독님이시죠? 처음 인사드립니다. 다음에 다시 공연하시게 되면 저도 꼭 참여하고 싶습니다.”
지난해 6월, 석 달간 이어진 뮤지컬 ‘렛미플라이’의 총 막공(마지막 공연) 전날. 막이 내려간 뒤 소극장 비좁은 분장실에 들어선 이대웅 연출가는 깜짝 놀랐다. 드라마와 영화로 스타가 된 배우 박보검이 다가와 예의 바르게 먼저 인사를 했던 것. 자신을 ‘연출’이 아닌 ‘감독’으로 부르는 박보검의 환한 얼굴이 이대웅 연출은 “좀 비현실적이더라”고 기억했다.
그리고 박보검은 약속을 지켰다. 그는 다음 달 26일 개막하는 이 뮤지컬 재연 공연에 주인공 ‘남원’ 역으로 무대에 선다. 군 전역 후 처음 대중과 만나는 복귀작으로 익숙한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라이브 무대를 택한 것이다. 개막까지 40일 넘게 남기고 지난주 오픈된 첫 주 6일 치 프리뷰 티켓은 온라인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2분 만에 전부 매진됐다. 이대웅 연출은 “보검씨가 연습에 진심으로 푹 빠져 집중하는 모습이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도 큰 자극제가 된다”며 “우리끼리 ‘이럴 줄 알았으면 350석 소극장 말고 더 큰 극장을 잡을 걸 그랬다’고 농담한다”며 웃었다.
뮤지컬 ‘렛미플라이’는 인류가 달에 발을 디딘 1969년, 서울로 가 패션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재단사 청년이 2020년의 미래로 가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작년 초연으로 한국뮤지컬 어워드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작곡·신인남우상을 받는 등 비평과 흥행 양쪽에서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명지대 영화·뮤지컬학부를 졸업한 박보검의 뮤지컬 사랑은 대학로에 이미 알음알음 소문이 났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초대권 요청도 하지 않고 직접 표를 사서 객석에 앉아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목격담이 꽤 된다”고 했다.
TV와 영화에서 당대의 가장 잘나가는 배우들이 무대에 서는 건 공연의 메카라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나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에선 익숙한 풍경. 이제 우리 무대에도 이런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난 3월부터 연극 ‘파우스트’(연출 양정웅)에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로 출연했던 박해수, 6월부터 연극 ‘나무 위의 군대’(연출 민새롬)에서 2차대전이 끝난 줄도 모르고 나무 위에 숨은 ‘신병’ 역할로 출연했던 손석구가 대표적이다. 스타 배우들은 왜 무대로 돌아오는 걸까.
◇①무대 잊지 못하는 배우들
무엇보다 한번 무대를 경험한 배우들은 무대를 향한 갈증을 느낀다. 연극 ‘샐러리맨의 죽음’에 출연했던 박근형 배우는 “무대에 다시 서는 건 배우에게 연어가 고향 돌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배우 박해수의 경우 ‘슬기로운 감빵생활’ ‘오징어게임’으로 글로벌 스타가 되기 전 이미 ‘대학로 스타’였다. 양정웅 연출은 박해수에 대해 “매체 연기로 5년여 무대에 서지 못해 갈증이 컸다고 하더라. 연습 두 달과 공연 한 달까지 총 석 달간 개인 스케줄 전혀 없이 하루도 안 빠지고 매일 연습장에 출근하며 오로지 연극에 ‘올인’했다”며 “사람도 아닌 악마가 돼 러닝타임 내내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극을 이끌어야 하는데도 힘든 내색 한번 없이 만족해하더라”고 했다.
◇②흥행 보장… 제작사도 환영
스타 배우는 무대의 갈증을 채울 뿐 아니라, 제작사도 흥행 리스크를 줄인다. 박보검뿐 아니라 박해수와 손석구 모두 출연 연극을 일찌감치 매진시키며 흥행력도 증명했다<그래픽>. 손석구는 가난하던 젊은 시절 주머니 털어 대학로 소극장에 직접 연극을 올렸을 만큼 무대를 사랑했던 배우. ‘나무 위의 군대’를 만든 엠피앤컴퍼니 박용호 대표는 “배우 본인이 엄청 무대에 서고 싶어했다.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게 해주려고 다양한 2인극 대본을 많이 가져와 읽게 했고, ‘나무 위의 군대’는 본인이 직접 고른 작품”이라고 했다.
◇③연극·뮤지컬 관객층 확장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극장에선 기존 작품들보다 공연 중에 휴대폰 벨소리가 울리는 경우도 잦고, ‘부스럭’ ‘쿵쾅’ 소리도 많이 들리는 게 사실. 마니아 관객들로 꽉 찬 기존 연극 ·뮤지컬 극장에선 어림도 없는 상황이다. 바람직한 일은 아니지만, 평소 공연 관람이 익숙지 않은 관객들이 새로 극장으로 유입된다는 측면에선 역설적으로 반가운 일이기도 하다. 한 공연 제작자는 “스타 배우들을 눈앞에서 본 관객들이 라이브 공연의 맛을 느끼고 다른 작품들도 찾게 된다면 관객층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마케팅 측면에서도 다른 공연과의 연계 할인 등 다양한 수단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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