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135> 김일두 싱글 ‘술 마시러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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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실 때 우연히 김일두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김일두의 노래와 소주·멍게의 조합은 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게 되었다.
지난 2일에 공개된 김일두의 새 노래 제목은 '술 마시러 가는 길'이다.
김일두의 표현에 따르면 술 마시기 전이나 술 마시는 중, 술 마신 후에 듣기 좋은 노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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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실 때 우연히 김일두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 담담하게 내뱉는 노랫말이 가슴에 박혀 원래 계획보다 과음하게 되어 다음날 일정에도 차질을 일으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딱 10년 전인 2013년의 어느 날 서울 어느 주점에서 당시 상경해 고생하던 동생과 소주잔을 기울이던 중이었는데, 거짓말처럼 김일두의 첫 번째 정규앨범 ‘곱고 맑은 영혼’에 담긴 노래들이 연이어 흘러나왔다.
김일두의 노래와 소주·멍게의 조합은 특히 위험하다는 사실을 이날 처음 알게 되었다. 인사불성이 된 동생을 안전히 귀가시키기 위해 고생했던 새벽이 문득 떠오른다.
지난 2일에 공개된 김일두의 새 노래 제목은 ‘술 마시러 가는 길’이다. 김일두의 표현에 따르면 술 마시기 전이나 술 마시는 중, 술 마신 후에 듣기 좋은 노래라고 한다. 발라드와 로커빌리 두 가지 버전으로 표기돼 있어, 같은 곡을 다르게 편곡해 실었거니 했는데, 멜로디도 가사도 정서도 전혀 다른 ‘동명이곡’이다.
우선 발라드 버전은 특히 반갑다. 스산한 가을바람이 느껴지는 어쿠스틱 기타와 김일두의 목소리만으로 채워진 노래는 예전 ‘곱고 맑은 영혼’ 시절의 김일두가 떠오른다. 김일두는 팬데믹이 시작된 무렵부터 최근까지 일렉트로니카, 씬스팝, 80년대 스타일 발라드, 레게, 재즈, 댄스 등 다양하고 거침없는 실험을 여러 뮤지션과 함께 시도해 왔다. 최근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는 ‘김일두와 불세출’이란 밴드로 참여해 성황리에 공연을 마치기도 했다.
더 진하고 깊어진 감성으로 돌아온 싱어송 라이터 김일두는 그동안 그의 노래를 사랑해 왔던 이유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로커빌리 버전은 왕년 미국횡단 투어를 자비로 강행했던 밴드 지니어스 시절의 흥청망청 로큰롤이 연상된다. ‘즐겁게 놀다 안전귀가’라고 반복되는 마지막 가사는 세상 모든 술꾼이 마음 깊이 새겨야 할 메시지다. ‘술 마시러 가는 길’은 국민악당으로 잘 알려진 배우 김의성이 유튜브 채널 ‘아모르겠다’의 사운드트랙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엑스포가 부산에서 개최될지 말지 알 수 없지만, 어쨌거나 나의 고향 부산은 김일두 보유 도시다. 마,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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