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위기 금융권 확산… 중룽신탁 64조 상환중단
부동산 시장 냉각되며 직격탄
비구이위안 채권 11종 거래중단
부동산 개발업체 연쇄 부도 가능성
중국 대형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가 금융권으로 확산되면서 ‘중국판 리먼브러더스 사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으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11종의 비구이위안 채권 거래가 중단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증시가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 중국 국영 ‘위안양’도 디폴트 위기
14일 외신에 따르면 컨트리가든의 회사채 9종과 계열사 채권 2종 등 총 11종의 채권 거래가 회사 측 요청에 따라 이날부터 정지됐다. 이들 채권 11종의 총잔액은 157억200만 위안(약 2조8700억 원)이다. 유동성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채무불이행이 불가피한 상태다.
컨트리가든은 성명에서 “채권자와 회의를 열고 앞으로의 상환 계획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투자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 국영 부동산업체 위안양(遠洋·시노오션)마저 최근 2094만 달러 규모의 채권 이자를 상환하지 못해 디폴트 위기에 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 부동산업계에 도미노 부도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자 이날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등 아시아 국가 경제가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보다 20.39포인트(0.79%) 하락한 2,570.87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27% 하락한 3만2059.91엔에 장을 마쳤다. 중화권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상하이종합지수와 홍콩H지수는 각각 0.34%, 1.79% 떨어진 3,178.43, 6,423.8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하락하자 로이터통신은 “아시아가 중국발 숙취(hangover)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13일 “컨트리가든은 제2의 헝다그룹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도입한 새 조치들 때문에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위기는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 유동성 위기 빠진 中 최대 금융사
문제는 특정 부동산 업체뿐만 아니라 중국의 부동산 경기 전반이 가라앉으면서 중국 금융권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는 점이다.
14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財聯社)는 중국 최대 민영 자산관리 그룹인 중즈계(中植系) 산하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中融)신탁이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진보구펀(金博股份) 등 3개 회사에 만기를 맞은 상품의 지급을 연기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이 기업들이 원금과 이자를 돌려받지 못했다고 공시하면서 알려졌다. 차이롄서는 “중룽신탁이 현금 지급을 연기하겠다는 규모가 모두 3500억 위안(약 64조 원)”이라며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비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탁자금 상당수를 부동산에 투자한 중룽신탁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냉각 끝에 수익 악화에 직면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중룽신탁은 작년에도 10여 개 부동산 프로젝트 지분을 매입했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이 반등하지 않아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중룽신탁에 300만 위안(약 5억5000만 원) 이상을 맡긴 투자자가 1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1998년 광둥국제신탁투자 파산 이래 최대 금융사고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 부동산업체들은 주로 엄격한 규제를 받지 않는 신탁업계에서 자금을 조달해 왔다.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중국 당국의 기조에 따라 은행 대출이 막혔기 때문이다. 중국 신탁업계 규모는 2조9000억 달러(약 3869조 원)로 추산된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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