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증언에 귀 기울여라” 일본 작가의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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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군인에게 옷을 빼앗기고 강제로 처녀를 빼앗겼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데리고 다닌 것은 민간업자라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그래서 '위안부'였다고 증언할 결심을 하고 1991년 일본 정부를 고소하는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작업 배경과 과정,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난 일본인과의 날선 대화 등으로 구성한 30분짜리 영상과 성노예 피해자 35명의 증언을 우리말로 해석한 '전시작품 증언집'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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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제구 ‘기억의방’ 개관전
“저는 아직 열일곱 살이었습니다… 군인에게 옷을 빼앗기고 강제로 처녀를 빼앗겼습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를 데리고 다닌 것은 민간업자라고 한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가? 그래서 ‘위안부’였다고 증언할 결심을 하고 1991년 일본 정부를 고소하는 재판을 시작했습니다.”
한복을 입고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여성이 종이 한 장을 내민다. 아시아태평양전쟁 당시 자행된 ‘일본군 성노예’ 진실을 처음으로 알린 고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이다. 중국 네덜란드 태국 등의 전통복을 입은 여성들도 자신의 증언을 봐달라며 사방에서 종이를 내밀고 있다. 일본군의 성적 폭력과 착취에 관한 증언을 마주하는 작품 ‘45년 뒤의 고백-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군상’ 연작이다.
2018년 광주비엔날레에서 호평받았던 이 작품이 5년 만에 전시장에 다시 놓였다. 부산 연제구 효로인디아트홀 ‘기억의 방’의 개관 특별전 ‘그을린 증언-일본군 위안부 말, 목소리, 증언’이다. 김학순 할머니가 최초 증언한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연작 120점 가운데 35점을 골라 설치했다.
이 작품은 메시지와 완성도 면에서도 눈길을 끌지만, 작가가 일본 사람이라는 점이 주목을 받는다. 츠보이 아키라.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처리하는 일본 정부의 방식에 분노해 그림(작품명 ‘무주물’)을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질문한다. ‘왜 보지 않습니까? 왜 인정해 버립니까? 왜 잊어버립니까?’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가 일본 한국 중국뿐만 아니라 아시아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작가는 “부끄럽고 미안했다. 나의 인식이 좁았다”고 고백했다. 그 즈음 위안부 문제와 식민주의, 전쟁 책임을 부정하는 아베 정권의 역사수정주의가 급속히 세력을 확장했다. 작가는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 일을 잊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표현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일본인’으로서 부담은 없었을까. 솔직히 무서움을 느꼈다고 했다. “일본에 돌아가면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까 부정적인 생각도 있었습니다. 그때 스스로에게 물었어요. ‘그럼 안 할 거야?’ 고민 끝에 ‘너는 하는 사람이잖아’라는 답을 얻었고 절벽에서 뛰어내리는 마음으로 작업했습니다.”
일본에선 위안부 문제를 회피하는 사회 분위기 때문에 전시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국에서도 코로나19 등의 사정으로 전시를 못하면서 작품들은 작가의 자택 지하실에 오래 잠들어 있었다. 작가는 전시장을 찾는다는 글을 직접 SNS에 올렸고, 우연히 읽은 대안문화연대가 전시공간을 내주었다.
전시장에서는 작업 배경과 과정, 광주비엔날레에서 만난 일본인과의 날선 대화 등으로 구성한 30분짜리 영상과 성노예 피해자 35명의 증언을 우리말로 해석한 ‘전시작품 증언집’을 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26일까지 열리며, 15일 오후 5시 아티스트 토크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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