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광복 78주년, 노년세대 끝나지 않은 여정

강춘진 기자 2023. 8. 15.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가 재건·발전 시기 거친 그들, 순서대로 뒷방 신세
젊은층 비중 감소 불가피…지혜·역량 축적된 연령대, 이젠 국가 수호 나설 처지

오늘 우리나라가 국권을 되찾은 광복 78주년을 맞았다. 1945년 뜻 깊은 그 해 태어난 사람들이 팔순을 바라볼 정도로 세월이 많이 흘렀다. 광복절 3년 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공식 출범하던 해 빛을 본 사람들도 후기 노인세대(75세 이상)로 진입했다. 한 해, 또 한 해 어김없이 흐르는 시간이 차곡차곡 쌓인 결과다. 그들은 세상을 이끄는 주류 집단에서 벗어났어도 어떤 식으로든 자기 존재가치를 드러내고 싶을 게다. 정부 수립 10년 뒤인 1958년 출생자들은 올해부터 노년기를 시작했다. 이 또한 세월 흐름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전과 다른 의미를 던진다.

이른바 ‘58년 개띠’는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를 상징한다. 1953년 6·25전쟁 정전 이후 온 나라가 국가 정상화를 위해 힘을 쏟고 아이도 많이 태어났다. 1957년까지 매년 80만 명대였던 출생아 수는 1958년을 기점으로 90만 명대로 올랐다. 1970년에는 100만여 명이 태어났다. 젊고 활기가 넘친 나라였다. 이후 산아제한 정책 등으로 출산율은 꺾였다. 1970년 등장한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구호가 1980년대 ‘한 아이만 낳자’로 바뀔 정도였다. “잘 키운 딸 하나 열 아들 안 부럽다”는 말까지 나왔다.

1980년 86만 명이던 출생아는 1990년대 매년 60만 명대로 감소했다. 뒤늦게 정책 오판을 깨달은 정부는 1996년 이를 폐기했다. 아이 안 낳는 사회 현상은 이미 굳은 상태였다. 2002년 급기야 출산장려 정책이 나왔지만 효과는 아예 없었다. 한 해 새로 태어난 아이는 2000년대 50만 명대, 2020년대는 20만 명대로 확 떨어졌다.

그 여파로 노인인구 비중이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내년에는 노인인구가 1000만 명을 돌파한다. ‘58년 개띠’의 전기 노인세대(65~74세) 진입으로 ‘1000만 노인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어느 연령대나 사연이 있지만 ‘58년 개띠’ 인생 역정은 드라마틱하다. 아이 많이 낳던 시대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해야 했고, 중·고교 입시제도가 잇따라 추첨 방식으로 바뀌면서 ‘뺑뺑이 세대’ 출발을 알렸다. 고도경제성장기와 맞물려 일자리 걱정 없이 살았다. 열심히 일하면 내 집 마련이 됐다. 40대 초반에는 우리나라에도 ‘경영 효율화 제도’가 도입되면서 마음 졸이며 직장생활을 하는 ‘구조조정 시대’ 첫 세대였다.

‘58년 개띠’도 기초연금 수령 대상이 되고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노인이 됐다. 나이 들어 받는 보상으로 여길 ‘초보 노인’이 없지는 않겠다. 그래도 나라에서 규정한 기준(65세)으로 노인세대로 분류되는 것이 낯설 법하다. 뒷방 늙은이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하면서 활력 넘치는 인생을 원하는 사람이 더 많다.

앞으로 10년 뒤 ‘58년 개띠’가 후기 노인세대로 접어들면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줄지어 노인이 된다. 당연한 흐름이다. 그 뒤를 이어갈 세대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 암울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노인 연령 상향 조정과 청년 범위 확대 방안이 거론되는 판이다.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기대수명 ‘100세 시대’ 일손을 놓지 않는 노령층도 늘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 등 여러 요인이 있지만 그들의 일할 의지와 능력은 국가 동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정부 일자리 정책도 달라진 세태를 생산적으로 반영해 바꿔야 할 때다.

해방둥이가 80세가 되는 2025년 노인인구 비중이 20% 이상으로 늘어난다. 그리고 가속도가 붙을 초고령사회는 거부할 수 없다. 혼돈과 격동의 시절을 살아온 노년세대는 또 다른 도전 상황에 직면했다. 광복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전쟁기를 겪은 뒤 ‘국가 재건’에 나섰고, 산업화와 민주화 시대 ‘국가 발전’을 이끈 주역들의 역동적인 여정은 계속된다. 이제는 ‘국가 수호’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할 처지다. 늙어가는 사람이 늘어나는 대신 젊은 사람 비중은 당장 늘어날 수 없어 그들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한 까닭이다.

노년세대는 이 세상 주인공은 아닐지 모르지만, 미래세대를 이어줄 디딤돌이다. 그들의 축적된 역량과 에너지는 소중한 국가 자산이다. 남은 시간을 잘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날 통용됐던 발상이나 관례를 고집하지 않는 미래지향적인 열린 자세가 요구된다. 주인공을 빛나게 할 조연이나 단역 역할로도 돋보이는 ‘슈퍼 에이지(Super Age) 세대’가 될 것이다.


광복 이후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한 자식세대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노년층의 경제력도 장롱 속에 잠재우지 않고 잘 쓰게 하는 등 고민할 부분이 적지 않다. 노인세대 개념을 다시 정립하고, 안정적인 연금 재정 확충과 출산율 극적 반등을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 때를 놓치면 나라에 큰 탈이 생길 이 시대 절박한 상황이다.

강춘진 수석논설위원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