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명 몰려와 백화점 명품 1억원 털었다… LA-뉴욕 등 美전역 ‘떼도둑’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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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 시간) 오후 4시경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웨스트필드 토팽가 쇼핑몰 내 노드스트롬 백화점.
지난주에는 LA 인근 글렌데일에 있는 아메리카나 쇼핑몰 생로랑 매장에 도둑 30여 명이 몰려들어 30만 달러(3억9900만 원)어치의 제품을 훔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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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없는 절도엔 관대’ 허점 악용
“조직적 절도범 처벌 강화” 목소리
소셜미디어에 확산 중인 ‘LA 떼도둑’ 영상 속 장면이다. 13일 LA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BMW, 렉서스 같은 고급 차량을 타고 나타나 백화점 보안요원들에게 야생곰을 쫓을 때 쓰는 스프레이를 뿌리고 침입했다. 훔쳐간 물품은 10만 달러(약 1억3300만 원)어치였다. 미국 대도시에서 최근 이 같은 조직적 절도 및 강도가 잇달아 치안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다.
● ‘플래시몹’ 같은 절도 확산
대낮에 떼도둑을 맞은 노드스트롬 백화점은 지난해 11월에도 비슷한 방식으로 도둑 무리에게 털렸다. 지난주에는 LA 인근 글렌데일에 있는 아메리카나 쇼핑몰 생로랑 매장에 도둑 30여 명이 몰려들어 30만 달러(3억9900만 원)어치의 제품을 훔쳐 갔다. 지난달 말 시카고에서는 청소년 400여 명이 상점가를 약탈했다. 플래시몹처럼 수십 명이 갑자기 모여 손쓸 틈 없이 훔쳐 가는 것이다.
치안 위기에 시민 불안이 치솟자 캐런 배스 LA 시장은 13일 성명을 내고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며 “LA 경찰은 이번 사건 범인뿐만 아니라 비슷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력한 대응을 강조했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사상자가 나지 않은 절도는 저소득층의 생계형 범죄로 보고 통상 관대하게 다룬다. 이 같은 미 법체계의 허점을 악용한 떼도둑이 LA뿐 아니라 뉴욕 시카고 워싱턴 등 미 전역 대도시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LA는 절도나 약물 복용같이 폭력이 개입하지 않은 경범죄에 대해서는 보석금을 일절 물지 않는 ‘제로 보석금’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절도범을 붙잡아도 사실상 바로 놔주는 셈이다. 팬데믹 기간 비상 조치로 도입한 이 제도의 유효기간은 지난달로 만료됐지만 LA 카운티는 이를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해 반발을 샀다. 유명 래퍼 50센트는 지난달 “LA는 끝났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 도심 ‘파멸의 악순환’우려
떼도둑 기승에 월마트를 비롯한 미 유통업체들은 각 주에 ‘조직적 소매 절도 방지법’이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도시에 소매점이 사라지면 지역경제뿐 아니라 치안도 담보하기 어렵다며 조직적 절도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조직적 절도범들은 생계형이 아니라 온라인 재판매로 돈 버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로 버지니아주는 올 초 1명 이상이 90일 동안 누적 액수 5000달러 이상 절도에 관여하면 중범죄로 최대 20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정보기술(IT) 혁신 중심지에서 치안 공백으로 인한 ‘무법천지’라는 불명예를 안은 샌프란시스코는 도심 노숙인과 마약 문제뿐 아니라 조직적 차량털이 범죄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경찰력 부족을 메우기 위해 퇴직 경찰관을 동원해 다운타운 순찰에 나설 정도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자동차 산업 쇠퇴로 파멸의 악순환(Doom Loop)에 빠진 디트로이트처럼 샌프란시스코도 악순환에 빠져들 수 있다는 공포에 지역 지도자들이 도시 활성화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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