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사가 학부모 눈치보며 학교 옮기는 세상

2023. 8.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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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 관심도와 교사 전보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학부모 민원이나 학생수가 많으면 그만큼 교사 업무가 가중되고, 그런 학교일수록 정규직 교사의 기피로 계약직 교사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부모를 피해 학교를 옮긴다면 그걸 정상적인 교육환경이라 말할 수는 없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규 교사나 지위가 불안정한 계약직 교사의 말에 상대가 학교든 학부모든 힘이 실릴 리 만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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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피지일수록 저연차·계약직 교사…교권보호 못지 않게 현장도 바뀌길

학부모 관심도와 교사 전보율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이 나왔다. 최근 한국교육학회에 발표된 ‘교사 전보와 교사 쏠림 간 관계 분석’이라는 논문이다. 학부모 요구사항이 많을수록 교사는 정해진 연수만 채우고 전출한다는 게 요지다. 또 교사 1인당 학생수가 많을수록, 계약직 교사 비율이 높을수록 교사의 전출 경향은 높아졌다. 학부모 민원이나 학생수가 많으면 그만큼 교사 업무가 가중되고, 그런 학교일수록 정규직 교사의 기피로 계약직 교사가 많아지는 악순환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논문은 경기도 공립초등학교가 대상이지만 부산이라고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서울 서이초 교사 사건이나 최근 공분을 일으킨 교육부 사무관 학부모 갑질 사건 등으로 미뤄 ‘학부모의 관심’이라는 표현에는 단순한 관심 이상의 간섭 혹은 무리한 요구가 내포돼 있을 것이다. 실제로 유치원과 초중등 교사의 애로사항 중 학부모 민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 봇물처럼 터지는 학부모 갑질 내용을 들여다 보면 밤낮 없이 담임에게 전화를 해대거나 심지어 아이 등교를 교사에게 요구하는 황당한 경우까지 있다. 진상 학부모를 상대하느라 교사가 수업을 못 하는 일도 빈번하다고 한다. 외동 자녀 가정이 많아짐에 따라 아동에 대한 부모의 과도한 애정과 집착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교사에게 특히 집중된다. 교사가 학부모를 피해 학교를 옮긴다면 그걸 정상적인 교육환경이라 말할 수는 없다.

다만 이번 한국교육학회 분석이 단순히 학부모 문제만 노정하는 건 아니다. 기피 학교일수록 연차가 낮은 교원이나 계약직이 채운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올초 부산시교육청 조사에서는 부산 중학교 담임 10명 중 4명이 기간제 교사였다. 베테랑이 맡아도 해결이 힘든 업무를 초보 교사가 떠맡고 있는 것이다. 갓 대학을 졸업한 신규 교사나 지위가 불안정한 계약직 교사의 말에 상대가 학교든 학부모든 힘이 실릴 리 만무하다. 교권 붕괴 못지 않게 각급 학교와 교육 당국의 교원 운영 방식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다. 제도가 아무리 완벽해도 교사 개개인의 이기주의와 교육 당국의 수수방관이 합해지면 현장은 결코 나아지지 않는다.

교육부는 이달 중으로 ‘교권회복 및 보호 종합방안’과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를 발표한다. 여기에는 그동안 간담회와 공청회 등을 통해 수렴한 교권 보호 장치가 대부분 망라된다. 대표적으로 학부모의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를 무고로 대처하는 방안, 정당한 교수활동 방해에 대한 처벌 강화 방안, 악성 민원의 응대 창구를 교육청이나 교장으로 일원화하는 방안 등이다. 정치권도 아동학대처벌법 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등 관련법 개정에 돌입했다. 이 정도면 어느 수준까지는 제도적 틀이 마련되는 셈이다. 남는 것은 학교 현장이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책임 있는 사람들이 각자 자리에서 제 역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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